'매직아이' 이효리, 매직미소 만발  2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매직아이>제작발표회에서 MC 이효리가 포토타임을 기다리며 미소짓고 있다. <매직아이>는 5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보이며 화제가 됐던 프로그램으로 이효리, 문소리, 홍진경 등 연예계 센 언니들이 의기투합해 '뉴스'를 가지고 말하는 솔직 토크쇼이다. 8일 밤 11시 15분 첫 방송.

가수 이효리 ⓒ 이정민


대한항공마냥, 홍보팀이 '안티'였을까. 아니면 이효리의 선의를 정색하고 다큐로 받은 쌍용자동차의 오버센스였을까. 그도 아니면, 이효리의 SNS 글을 기사화하다 못해 단독 욕심에 "거절"이라고 못 박아 버린 한 매체의 '낚시'가 문제였을까.

'이효리-쌍용차 티볼리' 이슈가 며칠째 무성한 말들을 낳고 있다. 24일 '단독'을 달고 나온 <한국일보>의 '쌍용차, 이효리 모델 제안 거절 왜?' 기사가 발단이었다. 익명의 쌍용차 관계자의 발언을 전제로, "쌍용차가 내년 1월 출시할 콤팩트유틸리티차량(CUV) '티볼리' 의 광고 모델을 무료로 하겠다는 가수 이효리씨 제안을 거절했다"는 취지의 기사가 나간 것이다.

이후 쌍용차 측은 다른 매체를 통해 "티볼리 광고 모델 제안이 온 적도 없고 이를 거절한 적도 없다. 티볼리는 차량 중심으로 이미 광고 촬영을 마친 상태"라고 반박했고, 이효리 측 역시 앞선 이효리의 쌍용차 해고 노동자 응원 글을 언급하며 "내용이 와전된 것 같다. 공식적으로 쌍용차에 (티볼리 광고)제안을 한 적은 없다"고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이효리가 쓴 글의 파장이 애먼 방향으로 흘렀다. 여기서 득을 볼 자 그 누구인가. 거절인 듯 거절 아닌 쌍용차의 해명을 "거절"로 못 박아버린 단독기사인가, 자신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과시한 이효리인가. 아니,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 회사 이미지를 또 한 번 구겨 버린 쌍용차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티볼리'란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것은 사실이니까. 근데, 그게 또 그렇지가 않아 보인다.

이효리의 '바람'은 어떻게 '논란'으로 번졌나

 가수 이효리가 1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을 희망하며, 이른바 '티볼리 공약'을 내세웠다.

가수 이효리가 1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을 희망하며, 이른바 '티볼리 공약'을 내세웠다. ⓒ 이현진


"신차 티볼리가 많이 팔려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던 회사가 안정되고, 해고됐던 분들도 다시 복직되면 정말 좋겠다."

지난 18일 이효리가 SNS에 올린 글이다. 이후 "그렇게만 된다면 티볼리 앞에서 비키니 입고 춤이라도 추고 싶다"는 글에 이어, "티볼리 광고 출연 어떠신지요"라는 누리꾼의 질문엔 "써주기만 한다면 무료라도 좋다"는 답글로 화답한 바 있다.

'티볼리 광고' 소동은 여기서 출발한다. 이효리가 공식적으로 제안을 한 것도, 쌍용차 회사 대 이효리 개인(과 소속사) 사이에 이야기가 오고 간 것도 아니다. SNS 상에서 오간 '바람'을 두고, 쌍용차의 '공식입장'을 물으며 "거절"로 몰고 간 상황은 실소를 금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효리의 저 '바람'에는 물론 근거가 있었다. 쌍용차 이유일 사장은 신차 티볼리 출시에 앞서 "티볼리가 내년 초 출시하고 연간 12만대 이상을 생산하게 되면, 내년 말쯤 희망퇴직자 복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장고를 거쳐 글을 적었다는)이효리의 '비키니 발언'은 이러한 단순하고 (해고 노동자를 위한)긍정적인 마인드에서 발현된 것이다.

'이효리-티볼리' 이슈가 언급되면 언급될수록, 쌍용차 입장에선 해고노동자의 현 상황이 상기되는 상황이 불편했을 수 있다. 지난 11월 대법원은 한상균 전 노조지부장 등 10명이 쌍용차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소송에서 "해고는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낸 바 있다. 노조 간부 9명에 대한 회사의 징계 역시 적법했다는 판결이었다. 

이후 지난 13일부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내 70m 굴뚝 위에서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 노동계에서도 두 사람의 농성을 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이효리 역시 SNS 글이 논란이 된 직후 공개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 두 사람의 농성을 보고 이를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에서 글을 썼던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효리가 이겼고, 쌍용자동차가 졌다

 제주에서 함께 생활하는 남편 뮤지션 이상순과 함께 포즈를 취한 이효리.

제주에서 함께 생활하는 남편 뮤지션 이상순과 함께 포즈를 취한 이효리. ⓒ 이효리 블로그


결국 이효리는 이겼고, 쌍용차는 졌다. 일부 댓글이나 극보수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이효리를 공격하고 있지만, 앞서 설명한 맥락과 이어진 인터뷰를 읽은 이들은 분명 약자를 응원하고 사회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이효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물론 이효리가 과거 구입했다던 '닛산' 차를 언급하며 흡집내기에 나선 언론도 있었다.)

여성으로서, 더욱이 유명인으로서 쉬이 나서지 못하는 이슈에 자신의 힘을 보태고 있는 이효리는 그렇게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지난 2월 쌍용차를 비롯해 회사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으로 고통 받는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노란 봉투 캠페인'에 손편지를 쓰며 '강제' 홍보대사를 자처한 것도 이효리였다. 자신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표출하며 여론의 환기로 크나 큰 실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반면, '티볼리'의 간적접인 광고 효과는 물론 나락으로 떨어진 회사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업'시킬 수 있었던 쌍용자동차는 "광고 거절"이란 낙인을 안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만약 먼저 이효리의 무료 광고 제안에 긍정적인 제스추어로 화답하며, 티볼리 판매와 해고자 복직을 연계시켰다면 여론은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인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된 쌍용차의 대응은 지극히 한국적이었다. 이 쌍용차 사측에게 이효리가 직접 지었다며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공개한 자작시 'not for sale'를 돌려드리고 싶다. 부디, 티볼리는 함부로 팔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걸음 한걸음 마음을 딛고 올라가는 등산의 참맛도 모른 채 등산복만 팔았네/ 화장 안 한 말간 얼굴의 어여쁨도 모른 채 화장품만 팔았네/ 힘겨운 삶의 무게 술 한잔으로 겨우 달래는 노동자들의 고단한 속도 모른 채 술만 팔았네/ 내 존재의 이유인 소중한 가치도 모른 채 여기저기 이름만 팔았네/ 이젠 함부로 팔지 않으리.'

이효리 쌍용자동차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