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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지난 2008년 낙하산 사장 임명 받대 출근저지 등으로 해직된 YTN의 해직 기자 6명 중 3명에 대해서만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이 확정된 가운데, 해직이 부당하다고 판결을 받은 권석재 기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 11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지난 2008년 낙하산 사장 임명 받대 출근저지 등으로 해직된 YTN의 해직 기자 6명 중 3명에 대해서만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이 확정된 가운데, 해직이 부당하다고 판결을 받은 권석재 기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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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법원은 YTN 해직 기자 일부에게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후 현덕수·조승호 YTN 해직 기자는 비영리 독립언론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아래 뉴스타파)'행을 선택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18일 집행위원회를 열어 두 기자의 합류를 승인했다. 두 기자는 내년 2월 1일부터 <뉴스타파>에 출근한다.

지난 22일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YTN 사옥 내 노조 사무실에서 현덕수 기자를 만났다. 아래는 현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뉴스타파>에 합류한 계기는 뭔가요?
"이제 진정으로 '백수'가 됐잖아요. (웃음) 복직 판결을 받고 당당하게 YTN으로 복귀하는 게 제 소원이었기 때문에, 6년여 동안 직장을 갖지 않았아요. 그런데, 대법원에서 해고 확정 판결이 났으니 당장은 YTN 복귀가 무망하게 됐죠. 이제는 구체적인 뭔가를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뉴스타파>에서 일했던 정유신·권석재 기자 등 동료들이 적극 추천하기도 했고요. <뉴스타파>에서도 정식으로 같이 일해 보자는 제안을 해서, 어렵지 않게 결정을 했습니다."

- <국민TV> 등도 있는데요. 
"저한테 함께 일하자고 제안한 유일한 곳이 <뉴스타파>였어요. 언론의 길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제안이 온 거죠." 

- <뉴스타파>에 대한 생각은 어땠나요?
"<뉴스타파>는 초기에 언론노조와 해직기자들 중심으로 독립 언론을 표방하면서 만들어졌죠. 시간이 지나면서 규모와 명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평가합니다. KBS 출신 기자들이 많이 결합하고, 탐사보도라는 뚜렷한 지향을 가졌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한편으로는, 지상파의 탐사 전문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폐지됐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뉴스타파>가 시청자들의 요구와 갈증에 적절히 부응해 왔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뉴스타파>가 권력과 광고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탐사보도의 원형에 가까운 취재 활동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매체라고 생각해요."

<뉴스타파>로 옮기는 현덕수 전 YTN 기자

- YTN 해직 기자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크게 기대하지 않았어요. 특히 YTN 해고 무효 상고심 선고가 있기 바로 전에 대법원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해고는 무효'라는 2심 판결을 뒤집고, '해고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죠. 이런 걸 보면서 '법원까지 (권력을 위해) 총대를 메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죠. 대법원의 확정 판결은 판례로 남고, 사회 질서 유지의 원칙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법관들은 이 점을 특히 유념해 판결해야 해요. 그런 점에서 대법원 판결은 무척 아쉽습니다.

결과적으로 언론사 낙하산 사장 임명 행위에 면죄부를 준 거죠. 저희의 낙하산 사장 반대 행위가 회사 경영권을 넘보기 위한 것도, 사적 이익을 도모한 것도 아니거든요. 낙하산 사장 임명을 묵인하고 입을 다물었다면, 해고도 안 당하고 승진도 했겠죠. 언론사 사장으로 대통령 선거캠프 공보특보를 보낸 건, 그 언론사를 대통령의 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죠. 저희는 반대하고 저항할 수밖에 없었어요. 언론인으로서 기장 기본적인 직업 소명의식에 따른 행동이었습니다. 작게는 개인 양심, 크게는 언론자유 영역인데 대법원은 그걸 무시했죠. 이번 판결은 대표적인 언론탄압 동조 판결로 역사에 남을 겁니다."
 

지난 11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YTN 노조 조합원 9명이 낸 징계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기각 결정이 나자,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과 조승호, 우장균, 정유신, 현덕수 기자가 허탈해 하고 있다.
 지난 11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YTN 노조 조합원 9명이 낸 징계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기각 결정이 나자,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과 조승호, 우장균, 정유신, 현덕수 기자가 허탈해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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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해직 언론인들의 소송이 남아 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이 영향을 줄 듯합니다.
"당연히 그런 우려가 나올 수 있죠. 대법원 판결은 다른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MBC 동료들의 해고무효 소송에서도 영향을 줄 걸로 우려됩니다. 다만, 법원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언론의 공공성에 입각한 소송 진행과 판결이 내려지기를 기대합니다."

- 판결 받았을 때 느낌은 어땠나요?
"황당했죠. 선고가 내려지기 전까지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동요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어요. 결과는 굉장히 참담하고 개인적으로는 아픔이지만, 지난 6년 동안 저희들과 아픔을 함께 하고 성원해 준 회사 동료들과 시민, YTN 시청자들이 있었기게 다행히 크게 동요하지 않았어요."

-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요?
"저보다는 충격이 크겠죠. 그래도 제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해 줬어요."

- 현 기자에게 YTN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고의 보도채널. 그게 이제까지 제가 생각한, 버리지 않고 있는 YTN의 이미지이죠. 물론 최근의 보도 행태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원인은 정권 차원의 순치와 거기에 적극 부응한 경영진, '일을 내보자'는 패기와 동기 부여가 전혀 없다시피 한 사내 분위기에 있습니다. 회사 존립마저 걱정스러운 지경이죠.

직원들에게 영감을 주지 못하는 경영진은 물러나야 합니다. 저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회사 동료들에게도 포기할 때가 아니라 얘기하고 싶어요. 잘못들이 사라지고 정상으로 되돌아갈 때, YTN은 다시 비상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저 역시 그 과정에 함께 하고 싶습니다."

권력에 순치된 기자들... "난 포기하지 않았다"

- <뉴스타파>는 탐사 저널리즘을 표방하잖아요. 일반 뉴스 리포트와는 다른데, 두려움이나 부담감은 없나요?
"왜 없겠습니까. 저는 YTN에서 주로 사회와 경제부 출입처 기자, 뉴스 진행 등을 맡았죠. 탐사보도는 생소한 분야예요. 기자 생활을 할 때 출입처만 바뀌어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새로운 출입처에 대한 이해, 해당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습득, 새로운 취재원을 파악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새로운 문법과 호흡으로 기사에 접근해야 하니 부담이 큽니다.

더구나 노조위원장으로 2년, 해고로 6년 등 총 8년을 취재 현장에서 벗어나 있었어요. <뉴스타파>가 그동안 쌓아온 명성과 수준, 저에 대한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두렵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지향하는 점과 제가 그동안 해직 언론인으로 살아온 삶의 궤적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배우면서, 또 언론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원칙을 다시 확인하면서 저를 단련 시키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 8년 만에 다시 카메라 앞에 서는데, YTN 입사할 때와 다를 것 같아요.
"당연하죠. 저는 대학 졸업 예정자로 YTN에 입사했어요. 사회 첫 직장이었죠. 그때는 어리기도 했고, 이러저러한 꿈도 많지 않았겠어요?. 텅 빈 도화지를 채우기만 하면 됐기에 근거 없는 패기와 용기 등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언론인으로서 저의 이미지나 걸어온 길이 어느 정도 노출돼 있잖아요. 그런데서 오는 책임감, 그에 따른 부담, 뭐 이런 느낌이 더 큽니다." 

 현덕수 YTN 해직기자
 현덕수 YTN 해직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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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세월호 참사로 언론이 많은 비판을 받았어요. 
"세월호 관련 보도는 '참사' 수준이었어요. 저는 그 원인을 취재력 저하, 데스크 기능 상실, 무한 경쟁에 따른 부작용이 한꺼번에 표출돼 일어났다고 봐요. 지난 수년간 언론계를 통제해온 정부, 거기에 순치되거나 장단 맞춘 부끄러운 언론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죠.

사회 부조리를 끈질기게 파헤치거나 올바른 삶의 방향을 지향하는 보도와 교양물이 강제로 사라졌잖아요. 반대로 입에 맞는 보도를 하면 그에 따른 보답이 있었고요. 세월호 보도 참사의 근원에는 이런 정언유착이 있다고 봅니다. 이럴 때일수록 언론 직업인으로서의 전문가 정신이 발휘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 부탁드립니다.
"희망찬 새해에 대한 덕담을 나누는 게 인지상정인데, 다들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것 같아요.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가 더욱 정진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재벌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쌓아놓고 대물림을 하는데, 여전히 굴뚝 위 등 높은 곳으로 내몰리는 분들이 있죠. 경제 규모는 커졌는데, 평범한 직장인들의 삶은 여전히 고단합니다. 그렇다고 낙담만 할 수는 없다고 봐요. 내 직장과 사회의 부조리에 쉽게 눈감지 마시고, 주변의 어려운 분들과 함께 하려는 마음을 가진다면,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저 역시 그런 자세와 다짐으로 새해를 맞고자 합니다. 건강하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빙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현덕수, #YTN, #누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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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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