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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이서가 태어난 후 처음으로 함께한 결혼기념일
▲ 이서와 함께한 첫 결혼기념일 딸 이서가 태어난 후 처음으로 함께한 결혼기념일
ⓒ 연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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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고 우리 부부관계에서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연인에서 부모가 되었다는 점이다. 결혼 후 1년간 즐긴 신혼생활은 연애 때 데이트하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말이면 함께 영화를 보고 여행도 가는 등 둘만의 즐거운 시간을 만끽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후 부부 중심에서 아이 중심으로 삶의 패턴이 바뀌었다. 어디를 갈 때는 아이를 데려가도 괜찮은 장소인지 한 번 더 따져보게 되고, 음식도 아이 엄마가 먹기 괜찮은지 고민하게 되었다. 집에서의 대화 역시 아이에 대한 주제가 서로에 대한 안부보다 더 많아졌다. 개인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가끔 갖는 사치일 뿐 대부분의 시간이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되었다.

이서는 왠일로 아빠와 엄마의 데이트를 위해 얌전히 있어 주었다.
▲ 유모차에 얌전히 있는 이서 이서는 왠일로 아빠와 엄마의 데이트를 위해 얌전히 있어 주었다.
ⓒ 연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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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은 우리의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지치게 했다. 너무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딸이지만 그로 인해 '나'는 점차 사라지는 게 '부모'가 되는 과정인 걸까? 그런 '정체성'에 대한 고민까지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아이를 핑계로 다가오는 결혼기념일을 대충 보내지 않기로 했다. 연애 때처럼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고 멋진 전망이 펼쳐지는 곳에서 차를 마시며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아이를 키우며 소진된 것은 체력뿐만 아니라 부부간의 관계이기도 했다. 다만 딸 이서를 배제시키지 않고 그 과정에 함께 할 수 있는 여건을 알아보았다.

데이트 분위기를 내기 위해 준비한 귀걸이
▲ 결혼기념일 깜짝선물 데이트 분위기를 내기 위해 준비한 귀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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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는 적정한 가격의 브랜드 귀걸이를 깜짝 선물로 준비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 후 고층건물 라운지바에서 후식을 먹는 계획을 세웠다. 아이를 위한 유모차 시설이 있는 곳과 이동거리를 줄이기 위해 같은 건물 내에서 위 두 가지가 해결 가능한 곳을 찾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내는 무척 즐거워하고 고마워했다. 무엇보다 아이를 데리고 이렇게 나들이를 나올 수 있는 것에 감사해했다. 아이와 종일 집에만 있는 아내에게는 이렇게 나들이다운 나들이를 하는 것이 가뭄에 단비와 같았다. 그리고 부부간의 대화도 신선한 장소 덕에 더 집중 있게 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남편으로서의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데이트 분위기에 우리 모두 즐거워했다.
▲ 가족과의 단란한 데이트 오랜만에 느끼는 데이트 분위기에 우리 모두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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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고민을 아이를 키우며 처음으로 하게 되었고 우리 부부는 그만큼 부모로서 성숙해지는 과정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집중하는 것은 '부모됨'의 책무이지만 그 과정에서 '나'를 잊는 것은 우리 자신에 대한 핑계이다.

각자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낄 때 가정에 그 행복을 나눠줄 수 있다. 이것은 엄마인 내 아내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래서 아내가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같이 고민하고 지원해 주는 게 남편인 나의 도리이다.

반대로 '가화만사성'이라고 가정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밖에서의 일도 찜찜할 수밖에 없다. 다만 현재 신생아인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가정에서의 행복은 근본적으로 건강한 부부관계에서 비롯됨을 다시금 상기하는 요즘이다.

밖에만 나도는 아빠, 아이에게만 집착하는 엄마는 부부중심이 아닌 가정에 그 원인이 있을지 모른다. 딸 이서의 아빠이기 이전에 아내의 남편, 연인이 먼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는 오늘이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는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goliathgx)에 중복 개제됩니다.



태그:#아빠 육아, #육아, #결혼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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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한국 사회에 평범한 신입아빠, 직장인인 연응찬이라고 합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바라보는 사회가 정말로 대한민국 국민이 느끼고 공감하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평범한 눈과 자세로 세상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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