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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드문 도시의 겨울 저녁. 오고 가는 사람이 거의 없는 더블린 그라프론 거리(Grafton Street)에서 한 남자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누구를 향한 외침인지 알 수 없지만 그 남자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자작곡을 밤마다 부른다. 바로 2006년에 제작된 영화 <원스(Once)>의 첫 장면에 나오는 풍경이다.

영화 <원스> 포스터
 영화 <원스> 포스터

영화 스토리만큼이나 음악 때문에 많은 관객들을 울렸던 <원스>. 이 영화는 <비긴 어게인(Begin again)>으로 또 한 번의 흥행을 거머쥔 존 카니(JohnCarney) 감독의 첫 번째 저 예산 독립영화였다.

당시 13만 유로(한화로 약 1억 6천만 원 상당)의 저예산으로 영화를 촬영하였지만,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2070만 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약 23만의 관객이 영화를 관람했는데 겨우 10개의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성적이었다.

영화 흥행은 영화를 촬영한 장소에 대한 궁금증으로도 이어지는데 <원스>의 경우도 비슷했다. 더블린의 대표거리인 그라프톤 거리에서 촬영된 이 영화 때문에 전 세계 영화 팬들은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은 아일랜드란 나라에 막연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음이 숨 쉬는 거리, 그라프톤 거리

그라프톤 거리에서는 행위 예술을 비롯해 다양한 길거리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그라프톤 거리에서는 행위 예술을 비롯해 다양한 길거리 공연을 즐길 수 있다.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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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의 대표 쇼핑 거리라고 할 수 있는 그라프톤 스트릿(Grafton Street)은 한국의 명동과도 같은 곳이다. 전 세계 10대 '쇼핑하기 좋은 거리'에 뽑힐 만큼 이곳은 아일랜드에서 소위 '잘나가는' 상점들이 밀집되어 있다. 인구밀도가 낮은 아일랜드(한국의 10분의 1)의 여타 거리와는 달리 그라프톤 거리는 매일 수많은 젊은이들과 관광객이 모여드는 '핫' 한 장소다.

그라프톤 거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은 한 손에 쇼핑백을 들고 있는 사람들과 거리 곳곳에서 자신의 끼를 과감히 발휘하는 다재다능한 예술가들의 모습이다. 500미터가 채 되지 않는 짧은 거리에는 아마추어 공연에서부터 프로 공연까지 선보여, 다양한 형태의 공연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듣고 있자니 안쓰러워 1유로라도 던져주는 공연이 있는가 하면, 이런 사람이 왜 여기서 공연을 하지라고 생각할 만큼 수준급 이상의 공연이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예술가들도 있다.

실제로 그라프톤 거리의 공연은 무명가수들의 등용의 장으로도 유명하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쌀 아저씨'로 잘 알려져 있는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도 한 때는 그라프톤 거리의 어딘가에서 하루벌이 생활을 하는 가난한 뮤지션이었고 영화 <원스>의 주인공인 글렌 핸사드(Glen Hansard)도 이곳에서 노래를 불렀단다. 각기 다른 모습의 사람들이지만, 자신의 연주나 퍼포먼스만큼은 진지함을 잃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깊은 감동을 느끼기도 한다.

더블린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보우리스

Bewley's 카페의 모습.
 Bewley's 카페의 모습.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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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레뒤 마고(LesDeux Magot)가 당대 지성인들이 자주 모여 명소가 되었다면 더블린에도 그런 곳이 있으니 바로 보우리스(Bewley's Café)다. 유명한 문학가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와 사무엘 버켓(Samuel Beckett) 등이 생전에 즐겨 찾았다. 아일랜드의 유명한 펑크밴드인 더 붐타운 래츠(The Boomtown Rats)의 밥 겔도프(Bob Geldof)와 유명한 싱어송 라이터인 시네이드 오코너(Sinead O'Connor)가 좋아하는 이곳은 1927년에 설립된, 더블린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이자 그라프톤 거리의 랜드 마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보우리스(Bewley's Limited)는 1840년에 설립된 아일랜드의 세계적인 브랜드로 커피와 티(tea)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들에게 알려져 있는 회사다. 보우리 가문은 18세기에 아일랜드로 이민을 온 프랑스인으로 1835년 인도를 거쳐 중국의 차를 들여오던 시대에 중국과 직거래로 거래 혁명을 일으켰다. 그리고 19세기 후반에는 커피 거래까지 영역을 넓혀 지금의 카페를 개설했다고 하니 그들의 사업 수완이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는 카페의 규모는 400석 이상이고 약 500평 정도로 아일랜드에서는 가장 큰 카페다. 카페 안쪽에는 스테인드글라스 아트로 유명한 아이리시 화가 해리 클락(Harry Clark)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창문에 설치되어 있으며 건물 곳곳에는 아르누보 양식을 느낄 수 있는 화려한 건물 장식을 발견할 수 있다. 또 건물 한 쪽면에는 제임스 조이스의 필체가 담긴 편지나 그 당시 사진 등이 걸려 있어 과거 아일랜드의 풍경과 문학가들의 지성을 느낄 수 있는 귀한 장소다.

특별한 소비행위를 하지 않아도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 여행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곳, 그라프톤 거리. 적당히 많은 인파와 아일랜드의 거센 바람을 알코올 힘으로 막아 줄 따뜻한 아이리시 커피 한 잔의 여유는 굳이 유명한 곳을 찾아 가지 않아도 될 만큼 여행자들에게 따뜻하고 특별한 경험을 선물해 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Bewley's Grafton Street Café 웹사이트 주소: http://bewleys.com/bewleys-grafton-street-cafe



태그:#아일랜드, #더블린, #그라프톤 스트릿, #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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