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황태자 루돌프>에서 타페 수상을 연기하는 최민철.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에서 타페 수상을 연기하는 최민철. ⓒ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에서 최민철이 연기하는 타페 수상은 오스트리아 황제 요제프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오른팔 같은 충직한 신하다. 하지만 요제프의 아들 루돌프가 밖에서 무슨 일을 하는가를 아버지에게 낱낱이 일러 바치는 스파이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일찍이 배우 류정한은 최민철을 가리켜 '악역 전문 배우'가 아닌 '적수 전문 배우'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관점으로 본다면 타페 수상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루돌프의 적수가 되는 분명한 이유가 있게 된다. 타페 수상이 요제프에게 루돌프의 행적을 보고해야한 하는 타당성 말이다. 그 이야기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미묘한 권력 앙태와 맞물려 전개되고 있었다.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 황태자와 반목하는 타페 수상"

- 루돌프가 오스트리아의 왕위를 물려받을 0순위의 인물이라면 타페 수상은 요제프 황제와 루돌프 모두에게 환심을 사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타페 수상이 왕위 계승 0순위의 루돌프보다 요제프에게만 충성하는 건 왜일까.
"당시 오스트리아는 합스부르크라는 이름으로 독일과 이탈리아 등 많은 유럽의 정치사에 관여하는 제국이다. 타페 수상은 이런 제국주의에 물들어있었다. 왕위를 루돌프가 물려받는다면 타페 수상은 당연히 루돌프에게 잘 보여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루돌프는 이런 오스트리아의 제국주의와는 정반대의 인물이었다. 황제의 권력을 백성에게 분산시키려고 하는, 아버지 요제프 황제와는 정반대의 정치적인 성향을 갖고 있었다. 타페 수상이 오스트리아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루돌프가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타페 입장에서 만일 루돌프가 왕위를 물려받으면 답이 나오지 않았을 거다. 제국이 분열되거나 쪼그라들 수밖에 없을 테니 당연히 루돌프 황태자와 반목할 수밖에 없다."

- 타페 수상은 스테파니 황태자비와 마리 베체라를 어떻게 보았을까.
"황태자 루돌프는 스테파니 황태자비와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다. 제국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정략 결혼이다. 스테파니 황태자비는 벨기에 여자다. 외국인이다 보니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아웃사이더였을 것이다. 빌헬름 황제를 환영하는 자리에서 타페 수상은 스테파니 황태자비를 잠깐이지만 따뜻하게 맞이한다.

루돌프가 황제가 되었을 때 제국주의를 강화하지 않으면 합스부르크의 권력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함이 있었을 것이다. 타페 수상은 루돌프가 마리 베체라와 만나서 한눈 팔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래야 제국주의를 위협하는 루돌프의 개혁주의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요제프 황제 역시 아들 루돌프가 마리와 집 한 채를 따로 갖고 아기와 오순도순 살기를 바랐다.

재연하면서 연출가와 협의 아래 달라진 대사가 있다. 타페 수상이 마리에게 '나는 황태자가 누구를 만나든 상관 없다. 마리의 집안이 잘 살 수 있도록 호의를 베풀어 줄 용의가 있다. 대신 헝가리 왕이 되라는 등 황태자를 부추겨 그의 생각을 흔들지는 마라'는 대사다. 이 대사는 타페 수상이 마리를 바라보는 심정이다."

ⓒ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에서 타페 수상을 연기하는 최민철.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에서 타페 수상을 연기하는 최민철. ⓒ EMK뮤지컬컴퍼니


- <황태자 루돌프>에서 인상적인 넘버를 소개해 달라.
"황태자 루돌프는 2막 술집에서 마리와 다툰다. 그리고 루돌프가 부르는 '평범한 남자'라는 넘버는, 아버지 요제프 황제와 심한 갈등을 겪고 난 다음에 마음 둘 곳이 없는 루돌프가 모든 굴레를 벗어나서 평범한 남자가 되고 싶다는 속사정을 하소연하는 노래다. 술집으로 찾아온 마리에게 아버지와의 갈등을 속 시원하게 이야기하지 못한 루돌프가 마리가 떠난 후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평범한 남자'는 루돌프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노래다."

- 드라마 <신의 선물-14일>에서 한솥밥을 먹는 조승우씨와 대립 구도의 인물인 황경수를 연기했다.
"드라마 작업은 <신의 선물-14일>이 처음이었다. 처음 등장할 때는 얼굴을 가리는 캐릭터였다. 배우는 촬영을 위해서라면 조명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얼굴을 가린 황경수는 언제 (촬영을 위한) 조명을 줘야 하는 거냐고 스태프들끼리 이야기하기도 했다. 대본상으로 황경수가 좋은 사람으로 돌변한다는 건 저도 후반부에나 알 수 있었다. <신의 선물-14일>의 작가 및 여러분들이 제가 연기하는 <황태자 루돌프>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기도 했다.

템포를 아는 배우는 관객을 울렸다가 행복하게 만드는 등 자유롭게 관객의 이완을 조율할 줄 안다. 그리고 위대한 배우는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안다. 조승우는 후자에 속하는 배우다. 상대 배우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드라마는 자기 컨디션이라는 게 없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고의 연기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승우는 주인공이라 촬영 분량이 많다. 밤샘 촬영이 많아서 체력적으로도 힘든데 카메라만 돌아가면 뛰어난 집중력을 보여준다. 승우를 통해 드라마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황태자 루돌프 최민철 신의 선물 조승우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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