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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반 주인, 뮤지션, 감독, 그들은 밀려들어오는 자본의 압박 속에서 소중한 공간을 지켜냈다. 투쟁은 벌써 햇수로 4년이 지났다. 우리의 취재는 그들의 '지금'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그때'도 알 수 있었다. 각자 구성원들은 두리반에 대한 생각이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본 기사에서는 앞의 기사에서 미처 담아내지 못한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보았다. - 기자의 말

2014년 12월 15일에 열린 <파티51> 개봉기념 특별 공연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공연을 보고 있다.
 2014년 12월 15일에 열린 <파티51> 개봉기념 특별 공연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공연을 보고 있다.
ⓒ 구보라, 이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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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5일, 마포구 동교동 176번지, 옛 두리반 자리와 가까이 위치한 '한 잔의 룰루랄라'에서는 <파티51> 개봉 기념 특별 공연이 열렸다. 개봉 5일째, 공간이 꽉 찰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바깥은 영하의 날씨였지만 공연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하헌진, 단편선, 밤섬해적단의 개성 넘치는 공연을 펼쳤다. 마지막은 한받의 "돈만 아는 저질!"의 외침으로 끝이 났다. 3시간가량 이어진 공연에서 우리는 두리반을 볼 수 있었다.

그들 각자의 기억 속 두리반이 궁금했다. 우선 <파티51>을 연출한 정용택 감독에게, 두리반에 대한 기억을 물어보았다. 이미 전작에서 청춘들의 삶을 다뤘던 정 감독은 2010년 두리반에서 또 다른 청춘들의 모습들을 발견했다. 몇 년을 함께하며 그들의 성장을 바라본 정용택 감독에게 두리반은 음악가들이 성장한 공간, 그리고 그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었던 소중한 장소였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오랫동안 한 곳에서 머물면서 뭔가를 지속하기가 힘든 게 현실입니다. 경제적인 문제도 있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유대감을 가지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두리반을 그걸 가능하게 했어요. 함께 하고, 연대해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 거죠. 단순히 재개발 투쟁을 해서 승리했다, 이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장소에서 우리가 끊임없이 뭔가를 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예술이 윤택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어요."

이전 개업한 두리반에서 안종녀 사장과 얘기를 나누었다.
 이전 개업한 두리반에서 안종녀 사장과 얘기를 나누었다.
ⓒ 구보라, 이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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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반의 안종녀 사장도 철거 싸움에 뮤지션들이 와서 연대를 하고 공연을 하면서 자기 자신도 성장했다고 말했다.

"물론 성장을 하는지도 모르고 투쟁 하려고 왔는데 아주 기상천외한 연대가 되어 싸움을 이기게 한 거잖아요. 그 모습들이 기록되어오는 것은 여러모로 참 좋은 일이라 생각해요."

감독과 안종녀 사장이 말하듯, <파티51>은 철거민과 음악가들의 연대, 그 성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당사자인 음악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성과도 있었으나 그들이 두리반에 있으면서 조직했던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초기목적과 달리 운영되었고 내부적으로 부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파티51>은 우리들의 '실패'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저는 <파티51>을 '실패의 기록'이고 그 실패를 기록한 영화로써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자립음악생산조합이 이 시대의 물살을 타고 크게 일어났다가 실패한 걸 보면서 이제 나중에 이걸 보면서 타산지석을 삼지 않을까요? 어떻게든 실패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한 거니깐."

권용만의 말에 이어 단편선은 <파티51>은 자신들의 처음을 담은 다큐멘터리라 덧붙였다.

"근데 뭐 저는 개인적으로는 실패한 조직이라고 생각은 해요. 하지만 실패한 조직이라고 버리느냐는 다른 문제죠. 할 수 있는 건 또 해야죠.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요."

2010년 두리반에서 열린 51+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2010년 두리반에서 열린 51+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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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반이 정당한 보상을 받고, 투쟁이 끝난 사실은 모두에게 기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아쉬운 일이기도 했다.

안종녀 사장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모든 것이 새로웠고, 매일 축제 같은 곳이었어요"라며 "늘 공연이 있고 그 장소가 없어진다는 것 다시는 두리반에서 그런 공연, 활동들을 못한다는 것이 정말 아쉬웠어요"라고 말했다.

모두 다시금 연대를 꿈꾸는 마음일 것이다. 감독에게는 청춘들과의 소통, 성장을 바라보는 공간이었고 뮤지션들에게는 "우리는 순수했고 젊었고 아름다웠네 "라 외칠 수 있을, 자신들이 성장을 경험한 장소였다. 안종녀 사장에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주고, 연대의 소중함과 힘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연대의 기록을 상영할 공간이 없는 현실, 여전히 자본의 영향 밖에서 작은 보금자리를 찾기 어려운 조합이 있다. 그렇기에 그들 모두에게는 제 2의 두리반을 만들고 싶은 희망이 있음을 확인한, 두리반과 함께 한 하루였다.

덧붙이는 글 | 20대 청춘! 기자상 응모



태그:#두리반, #파티51, #자립음악생산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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