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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립합창단에서 인사 등 전반의 업무를 관장하는 고위 간부가 합창단원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어 논란이다.

익산경찰서는 지난 22일, 여성단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된 익산시립합창단 고위 간부 A씨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A씨가 여성합창단원 3명을 7차례에 걸쳐 성추행했다고 조사 결과를 통해 밝혔다. 피해자 3명이 지난 10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이번 사건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피해자들은 모두 13차례에 걸쳐 성추행 당했다고 진술했다. 이중 목격자 등이 있는 것만 혐의가 인정됐다.

<참소리> 취재 결과, A씨는 성추행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등을 통해 누구와 밥을 먹고 퇴근했는지 등의 구체적인 경로를 보고하도록 하는 등 인권침해 문제도 확인됐다.

시립합창단에선 무슨 일이...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만들어 배포한 성희롱 예방 교육용 동영상의 한 장면.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만들어 배포한 성희롱 예방 교육용 동영상의 한 장면.
ⓒ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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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소리>는 22일 익산의 한 카페에서 최초 고발한 당사자 3명을 만나 자세한 경위를 들어봤다.

"2008년 4월부터 여러 차례 성추행이 있었어요. 다른 여성들도 당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동료들과 모임이 끝나면 바래다주겠다고 하면서 귓불을 만지고, 허벅지도 만졌어요. (하지 말라고) 화도 내봤지만... 그 때뿐이었요. 시간이 지나면 또 그런 일이 벌어졌어요." - B씨

"단원 모임을 하거나 공연이 있을 때, 포옹을 하고 귀를 만지고 그래요. 자신은 추행 의사가 없다고 하는데, 죽을만큼 싫었어요. 신입단원에게 '조심하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어떻게 그분에게 전달되었죠. 불려가서 주의를 받기도 했어요. 그 때, 그런 거 말하고 다니면 '모텔 갔다'라는 등의 불리한 소문이 날거라고 말했죠." - C씨

"지난 4월부터 추행이 시작됐어요. 중대한 논의를 하자면서 저녁에 전화를 했고, (만나면) 엉덩이를 발로 찼어요. 단원들의 위생 휴가 문제를 제게 말하면서 '너도 생리통이 심하니'라고 묻고, 어느 날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해서 거절했어요. 나중에는 휴가 때 같이 해외에 나가자면서 유럽으로 연수를 같이 가자는 말까지 했죠." - D씨

이처럼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지만, 이들은 하소연도 못했다. 이들은 간부 A씨가 인사 평가(평정) 권한을 가지고 있어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익산시립합창단은 2011년, 한시적 계약직이던 합창단원들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2년 미만의 단원들은 인사 평가에 따라 계약이 만료되면 계약이 해지되는 등 고용이 불안한 상태다. 이번에 고발에 나선 3명 중 2명이 계약직 신분이다.

"그 분 말에 반대하면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알 수 없어요. 실제로 그는 '재계약하지 않겠다' ' 이번 고소 건으로 자르겠다'고도 했습니다."

익산시에 대책 마련 주문하자... "잠시 쉬는 게 어떤가"

지난 7월, 이들은 간부 A씨의 전횡이 자신들에게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결국 행동에 나섰다. 지난 9월 합창단원 중심으로 노조가 결성되었다. 노조는 A씨 문제를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로 정하고 익산시에 문제를 제기했다. 공공운수노조 전라북도문화예술지부 익산시립예술단지회는 결성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인사 권한을 가진 A씨의 문제를 개인이 제기하기는 힘들다. 시립합창단에 들어온 이들은 많은 노력을 했다. 이들이 불이익을 감수하며 부조리를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합창단 내에서 고소인 3명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생겼다. A씨를 비롯한 간부급 인사들은 이들을 향해 "노조의 조종을 받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합창단 피해 단원 B씨는 "나는 연차가 높은데, 수석 단원이 되기 위해 이렇게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성추행 피해만큼 고통스러운 건 주변의 불편한 시선이다.

윤종규 익산시립예술단지회장은 "책임 있는 임원들이 이 사태를 방기하고 있다"라며 "조직 내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런 조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노조는 익산시와 첫 노·사 상견례를 했다. 노조는 공식적으로 간부 A씨와 피해 단원들이 한 공간에서 근무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익산시는 성추행으로 검찰에 기소된 상태에서 문책을 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간부 A씨 문제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종규 지회장은 "노사 상견례 때 사측 대표로 참석한 노무사는 '피해 단원들이 며칠만이라도 월차를 내 쉬는 게 어떤가'라고 제안했다"며 "시에서 마련한 대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형편없다"고 말했다.

불구속 간부 A씨 "열심히 하자는 뜻에서..."

불구속 기소된 간부 A씨는 "열심히 하자는 뜻으로 (귀를 만진 것)이고, 공연팀 등 여러 사람이 있을 때 한 것이다"라며 "이제 와서 이렇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노조의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성추행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단 둘이 있는 때에도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술단이다 보니 일반 직장과 다르다"며 "노래만 하지 않고 춤도 추다보니 스킨십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A씨는 "고소한 3명 중 두 명(신입단원 급)은 노조에 휘둘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성폭력예방치료센터 황지영 소장는 23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보통 성추행 가해자들은 일관되게 격려의 의미로 만졌다고 진술한다"라며 "허락받지 않고 만진 것은 추행이다"고 설명했다.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은 직장 상사에게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운 문화가 있다. 행정에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특히 익산시는 여성친화도시를 모토로 하고 있다. 여성이 살기 행복한 도시라면 (이번 일을) 절대 간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A간부, 신입단원 상대로 일일 동향 보고 받아

익산시립합창단 간부는 신입단원의 동향을 일일보고하라는 요구까지 했다. 이 간부는 성추행 등의 혐의를 받고 불구속 기소됐지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노조 제공>
 익산시립합창단 간부는 신입단원의 동향을 일일보고하라는 요구까지 했다. 이 간부는 성추행 등의 혐의를 받고 불구속 기소됐지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노조 제공>
ⓒ 공공운수노조 익산시립예술단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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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 따르면 간부 A씨는 신입단원들을 상대로 '일일 동향보고'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부 A씨는 성추행 피해자인 D씨에게 "당분간 일일보고를 해야겠다"며 "합창단원들 누구랑 먹고 했는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D씨에게 아침에 누구랑 출근했고, 어떤 이유로 누구랑 식사를 했고 연습과정에서 특이사항과 퇴근 방식 등 보고 할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A씨는 "D씨는 신입 단원으로 정말 뛰어나고 예쁘다보니 다른 단원들과 문제가 있어서 일과 보고를 하라고 했고, 하루 (보고를) 받았다"며 "자기 인생은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당사자가 말해서 (더 이상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종규 지회장은 "개인의 사생활까지 간섭하고 노조 내부 동향까지 파악할 의도가 보이는 굉장히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평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성추행, #익산시립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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