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바로 트레이드 문화다. 우승 도전 팀과 리빌딩 팀, 빅 마켓과 스몰 마켓의 구분이 비교적 명확한 메이저리그에서는 슈퍼스타와 유망주의 트레이드가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LA 다저스는 지난 윈터 미팅에서 맷 켐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디 고든, 댄 하렌(이상 마이애미 말린스) 등 팀의 주력 선수들을 대거 트레이드했다. 그러면서도 콜 해멀스(필라델피아 필리스)처럼 단기간에 팀 전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 대어를 데려오는 데는 실패했다.

다저스는 지난 7월 말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도 데이빗 프라이스(디트로이트 피스톤즈), 존 레스터(시카고 컵스) 등의 트레이드에 적극 개입하지 않았다. 바로 유망주 보호 때문이었다. 다저스가 슈퍼스타 영입을 포기하면서까지 지켜낸 유망주 3인방은 바로 외야수 작 피더슨과 유격수 코리 시거, 그리고 좌완투수 훌리오 유리아스다.

유망주 트레이드는 양 날의 검

박찬호가 다저스의 주축 투수로 활약하던 1990년대 후반 다저스의 주전 1루수는 에릭 캐로스였다. 당시 다저스는 토드 워렐의 뒤를 이을 마땅한 마무리 투수를 구하지 못해 고민 중이었다.

결국 다저스는 1994년 1라운드로 지명했던 거포 유망주 폴 코너코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 신시내티 레즈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1997년 내셔널리그 세이브왕(42개) 제프 쇼를 영입한 것이다.

쇼는 다저스 이적 후 4년 동안 129개의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이 트레이드를 다저스의 승리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신시내티를 거쳐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이적한 코너코는 올해까지 빅리그 통산 439홈런에 빛나는 대타자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캐로스가 2000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걸은 후 한동안 1루수 부재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박찬호로부터 홈런을 때려내면서 국내 팬들에게 알려진 대만의 거포 첸진펑(라미고 몽키스)도 다저스 유망주 출신이다. 1998년 싱글A에서 30-30클럽을 달성했던 첸진펑은 착실하게 마이너리그 과정을 밟은 후 2002년 빅리그에 진출했다.

하지만 첸진펑의 빅리그 경력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2002년부터 4년 동안 매년 빅리그에 호출됐지만 4년 동안 기록한 성적은 22타수 2안타(타율 .091) 무 홈런 2타점에 불과하다. 결국 첸진펑은 2006년 8년의 미국 생활을 끝내고 대만 리그에 복귀했다.

비록 빅리그에서는 실패했지만 첸진펑도 마이너리그에서는 상당한 기량을 뽐냈던 선수다. 만약 다저스가 첸진펑이 유망주로 한창 주가가 올랐을 때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면 전력 강화에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피더슨-시거-유리아스, 다저스 미래의 주역 될까

이렇듯 유망주의 성장 여부는 누구도 쉽게 점칠 수 없다. 훗날 다저스가 코너코를 보냈던 것처럼 켐프의 트레이드와 헨리 라미레즈(보스턴 레드삭스)의 재계약 불발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저스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도 유망주 3인방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다.

유망주 3인방 중에서 빅리그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선수는 바로 외야수 피더슨이다. 이미 지난 9월 엔트리 확장을 통해 빅리그를 경험한 피더슨은 올해 트리플A에서 30-30클럽을 달성한 특급 유망주다.

비록 빅리그에서는 타율 .143(28타수 4안타)로 부진했지만 출전 기회만 주어지면 충분히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는 인재로 꼽힌다. 켐프 트레이드 역시 피더슨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려는 이유가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주전 3루수 카일 시거의 친동생이기도 한 코리 시거는 아드리안 벨트레(텍사스 레인저스) 이후 다저스 팜에서 오랜만에 등장한 초대형 내야수다. 시거는 올해 싱글A와 더블A를 오가며 118경기에서 타율 .349, 20홈런, 97타점을 기록했다. 내년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이 확실시되며 빠르면 시즌 중반 빅리그에 데뷔할 확률도 적지 않다.

프로 데뷔 후 주로 유격수로 활약했지만 3루 수비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도 있다. 다저스는 193cm의 장신 시거가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 같은 대형 유격수로 성장하거나 3루수로 변신해 후안 유리베의 뒤를 이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멕시코 출신의 좌완 유리아스는 1996년생이라는 어린 나이가 가장 큰 무기다. 시간이 흐를수록 신장도 커지고 구속도 증가하는 중이다. 유리아스는 올 시즌 상위 싱글A에서 활약하며 87.2이닝 동안 109개의 탈삼진을 기록했을 정도로 위력적인 구위를 자랑했다. 내년엔 더블A에서 시즌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마이너리그 체계가 잘 잡혀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항상 몇 년 후의 미래까지 바라보며 팀을 운영한다. 이는 매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다저스도 마찬가지다. 다저스 미래의 주역인 유망주 3인방이 훗날 팀의 중심으로 성장한다면 다저스의 미래도 그만큼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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