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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정기국회가 끝나고 곧장 독일로 달려 갔습니다. 일제 때 독일 신부님이 약탈을 막기 위해 금강산 문화재를 옮겨와 보관하고 있다는 뭔헨 근처의 수도원을 방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베를린 문화원장께 차를 부탁하고 정오경 출발하여 프랑크푸르트에서 수도원까지 600km를 고속도로로 달렸습니다.

속도제한이 없는 독일 고속도로아우토반에서 벤츠를 타고 시속 230km 속도로 달리니 3시간만에 도착했지만, 오후 4시면 어두워지는 독일의 겨울이기에 깜깜한 어둠 속에 나타난 수도원의 표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발견한 오띠리에 수도원 표지
 어둠 속에서 발견한 오띠리에 수도원 표지
ⓒ 안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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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베네딕토 수도회 총본부인 독일 오틸리엔수도원은 베네딕토 수도회 소속으로 1909년 우리나라에 첫 선교를 왔습니다. 이 수도회는 1920년 함경도 원산에 덕원수도원을 설립하고 선교활동을시작했지요. 오틸리엔 수도원은 1923년 베버 총아빠스 수도원장이한국 방문 때 독일로 가져갔다고 추정되는 겸재 정선 화첩을 2005년10월 영구임대 형식으로 한국에 돌려준 바 있습니다.

베버 신부님은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하고 일제시대 우리나라에 대해 촬영한 영상을 남겨 놓기도 한 분입니다. 오틸리엔 수도원에 100년 가까이 보관 중인 불상 역시 1923년 베버 신부님이 한국방문시 일본의 약탈을 우려해서 독일로 가져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도원은 적막이 흘렀고 그림처럼 아름다 운성당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이 성당에서 미사를 드린 파란 눈의 신부님들이 이국 먼 땅 조선까지 와서 선교를 위해 삶을 헌신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해방이 되자 원산은 더 이상 수도원 운영이 불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수십 명의 수도사들이 함북 옥사동 형무소에서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집단 순교자가 되었습니다. 오틸리엔수도원은 우리의 슬픈 현대사만큼이나 조선땅에서 아픈 과거를 간직하고 있는 셈이지요.

레겐스부르크 국립대학 역사학과에서 은퇴하신 김영자 교수님이 반갑게 맞아 주셔서 일단 안도하였습니다. 김 교수님은 수도원에 소장된 우리 문화재를관리해 오셨고, 내년 10월 한국전시관 개관 업무를 담당하고 계십니다. 사실 저의 수도원 방문도 김 교수님께서 성사시켜 주신 감사한 분이지만, 제가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수도원측에서 불상을 보여 줄지 말지는 반반이었던 듯합니다.

오틸리엔 수도원 성당
 오틸리엔 수도원 성당
ⓒ 안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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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님의 안내로 지하 수장고로 내려가 백 여점에 가까운 우리 문화재를 안내 받으며 조선에서 머나먼 독일까지 옮겨온 우리 문화재의 기구한 운명도 한국 현대사의 기구한 운명만큼이나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찾는 불상이 보이지 않아 절망과 조급함이 밀려 왔을 때 한 신부님이 불상을 안고 나타나셨습니다. 감격스런 순간이었지요.

금강산 유점사에 있었다고 추정되는 고려말-조선초 목조불상은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불상으로 매우 특이한 목불로 평가됩니다. 유점사의 대표 불상이던 50불과 함께 있었던 불상으로 알려졌으나 추후 전문가들의 조사를통해 목불상에 대한 의미가 알려지게 될 것입니다. 단지 불상의 유래를 담은 복장이 분실되어 이런저런 이견이 있다하니 하루 속히 문화재청을 통해 전문가 조사가 이루어지도록 요청하겠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목불상을 너무 아끼는 나머니 자신의 방에 두고 지낸다고 하시니 그동안 목불상은 오틸리엔 수도원에서도 예사롭지 않게 다루어져 온 듯 합니다.

어쩌면 일본의 어느 박물관에 소장되었을 금강산불상이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보관된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고향인 금강산에 제자리를 찾기 원하는 미소 띤 불상의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마침내 내 품에 안긴 금강산 불상
 마침내 내 품에 안긴 금강산 불상
ⓒ 안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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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입니다.



태그:#안민석, #국회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금강산 유점사 목조 불상, #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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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안민석입니다. 제 꿈은 국민에게는 즐거움이 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삶의 모델이 되는 정치인이 되는 것입니다. 오마이에 글쓰기도 정치를 개혁하고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드는 지름길 중에 하나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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