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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면접관이 물었습니다.

"책을 쓴다면 어떤 내용의 글을 쓰고 싶고, 책의 제목은 뭐라고 짓고 싶은가요?"

나는 대답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환경 때문에 좌절하고 있을 저와 같은 청춘들에게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책의 제목은 <가난하다고 꿈까지 가난하지 마!>라고 짓고 싶습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지난 17일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축하합니다! 2014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로 최종 선정됐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2014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로 최종 선정되었습니다(고등학생 60명, 대학생 40명). 이 상은 고난과 역경 가운데서도 자신의 꿈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청춘들에게 수여하는 일종의 격려의 상이기도 합니다.

사실 제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면접에서 말했던 것처럼 제 이야기를 통해 우리 청춘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청춘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같은 청춘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미니 에세이'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 하나입니다.

'가난하다고 꿈까지 가난하지 마!'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가난'이라는 단어는 제 삶을 소개하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4학년일 때 호기롭게 시작한 치킨 집이 망하면서, 아버지는 세상에 있는 모든 술을 전부 마시기로 결심한 사람처럼 매일 술에 취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술에 취해 새벽마다 잠자고 있는 저를 깨워 술 주정을 했습니다. 결국,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와 도저히 살 수 없었던 어머니는 이혼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생계수단이 없었던 우리집은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으로서 정부가 지원해주는 최저생계비로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불행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KBS 고민정 아나운서의 남편인 시인 조기영씨가 앓는 병으로 유명해진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희귀난치병이 제 남동생을 덮친 겁니다. 척추에 염증이 발생해 점점 몸이 굳어져 나중에는 움직일 수도 없게 되는 무서운 병이었습니다. 우리와 따로 살던 아버지는 막노동을 하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지체장애인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 딱 우리를 두고 하는 말 같았습니다.

어려운 형편에도 저는 지난 2011년 경북 포항에 있는 한동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학년까지 학교를 다닌 다음 2013년 초 입대를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제가 군에 있는 동안 가정형편은 더욱 나빠졌습니다. 결국 그해 12월 저는 동생의 병원비와 부족한 생계비에 보탬이 되고자 군 복무 중 '생계유지 곤란' 사유로 의가사 제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각종 아르바이트를 통해 어머니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했습니다.

언론인이자 아나운서라는 꿈이 있기에

제가 다니는 한동대는 학교 주변에는 광활한 산과 들판뿐인 작은 학교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학교 1학년 때 학교 홍보단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아나운서'라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나운서는 수백만 원의 학원비와 각종 고 스펙을 필요로 하는 귀족 직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처럼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지방대 학생이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저를 말리거나 다른 일을 생각해 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마다 이렇게 마음 속으로 다짐하곤 했습니다.

"가난해도 꿈까지 가난할 수는 없어! 가난은 꿈을 이루는 데 있어서, 아무런 장애물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겠어!"

한동대학교 홍보단으로서 고등학교에 방문해 학교 설명회를 하던 도중. 사람들과의 소통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나아가서 아나운서라는 꿈까지 갖게 해준 고마운 활동이다.
▲ 한동대학교 홍보단 나누미 한동대학교 홍보단으로서 고등학교에 방문해 학교 설명회를 하던 도중. 사람들과의 소통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나아가서 아나운서라는 꿈까지 갖게 해준 고마운 활동이다.
ⓒ 주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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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서 다양한 경험들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활동을 했지만, 주요 활동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대학생이라는 신분으로 2014년 1월 25일자 <중앙일보> 오피니언 면에 '이 추운 날 홈리스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하게 되었습니다. 추운 겨울날 지하철역 앞에서 '빅 이슈'라는 잡지를 팔고 있는데 노숙자분들을 그냥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5번의 도전 끝에 경기도 군포시에서 주최하는 '제1회 전국 대학생독서 토론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토론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활동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주)씨앤앰 케이블 방송국에서 인턴 기자로 활동하면서 방송에 대한 실무적인 경험을 익히게 됩니다.

노숙자들에 대한 지원 체계의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칼럼. 대학생 신분으로 전국 일간지에 칼럼을 기고함으로써 사회와 소통하는 언론인이자 아나운서라는 꿈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었다.
▲ 중앙일보 칼럼 '이 추운 날 홈리스를 위하여' 노숙자들에 대한 지원 체계의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칼럼. 대학생 신분으로 전국 일간지에 칼럼을 기고함으로써 사회와 소통하는 언론인이자 아나운서라는 꿈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었다.
ⓒ 주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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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김난도 교수가 쓴 <아프니깐 청춘이다>라는 책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미 사회적으로 성공한 '어른'이 얘기해주는 이야기보다, 바로 옆 침대에서 자고 있는 같은 기숙사를 쓰는 룸메이트 선배가, 또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해주는 이야기가 더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 때가 많았습니다. 제가 좌절하고 있을 때 저에게 힘을 주었던 수많은 청춘들이 있기에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고, 앞으로도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제가 받은 만큼 나누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했습니다. 왠지 제 치부를 보이는 것만 같았거든요. 그래도 한 번 용기 내서 나누어 봤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가난'이라는 환경 때문에 좌절하고 있을 우리 청춘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거든요. 저도 훌륭한 언론인이자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앞으로도 '가난'이라는 벽에 굴복하지 않고 열심히 나아가겠습니다. 대한민국 청춘 여러분들도 힘내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20대 청춘! 기자상 응모글'



태그:#20대 청춘! 기자상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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