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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은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죽는다. 이때 그의 죽음을 틈타 권력을 농락한 자가 바로 환관 조고였다.

그는 진시황이 후사로 지명한 맏아들 부소를 계략을 세워 죽이고 그 동생인 호해를 2세 황제로 옹립한다. 그러곤 승상 이사도 죽음으로 몰아넣은 후 이번에는 스스로 황제에 오르기 위해 자신이 옹립한 황제를 허수아비로 만드는데 그때 사용한 방법이 바로 '지록위마'이다.

즉 조고가 사슴을 황제에게 바치며 "이건 말(馬)입니다"라고 하자 황제 호해는 "사슴을 어찌 말이라 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이미 조고의 권력에 겁을 먹은 주위 신하들은 모두 나서서 말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그 자리에서 곧이곧대로 "예끼 여보슈, 당신은 눈이 삐었소? 멀쩡한 사슴이 어찌 말이란 말이요?"라고 말한 신하들은 조고에 의해 죄 목숨을 잃었다. 후일 호해도 조고에게 죽임을 당하고, 조고는 다시 자영을 3세 황제로 임명하여 자신이 권력을 실질적으로 휘두른다.

하지만 진실은 반드시 규명되는 법이고 또한 인과응보 역시 불변의 이치인 터여서 조고는 자영의 계략에 빠져 죽임을 당한다. 이런 까닭에 진나라의 국세는 급격히 기울었고 전국에서 일어난 반란의 불길 속에 결국 멸망하고 만다.

따라서 살아서 이 모습을 진시황이 보았더라면 필시 속에서 천불이 나서 죽었을 것이었다. 교수신문은 12월 20일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교수들이 이 같은 사자성어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친 일들에는 세월호 사건과 정윤회 국정개입 사건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등 정부가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음에서 기인한 바 크다는 걸 간과하기 어렵다.

정권과 정부의 어떤 '지록위마' 행태는 비단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야당 시절엔 담배를 갑 당 5백 원만 올리자는 인상안에도 그렇게나 반대하던 여당이었다. 그러나 새해부턴 현행 가격의 무려 80%에 달하는 갑 당 2000원씩이나 인상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함에 따라 흡연자들의 절망감과 분노심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고 있다.

화장실을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일구이언은 정치인들의 전매특허란 말인가? 새해를 불과 열흘도 남겨두지 않은 지금 국민들은 다들 그렇게 우울하다. 국격까지 심하게 훼손한 대한항공에서 왜 '대한'이란 두 글자를 떼어내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지도 유감이고, 바닥까지 추락한 대한민국호 경제에도 국민들은 손사래를 치고 있음을 정녕 모르는가?

올해 2014년은 정말이지 수많은 사슴들이 말로 바뀐 한 해였다. 온갖 거짓이 진실인양 우리사회를 강타했다는 건 정말 슬프고도 비극적인 사회적 병리현상에도 다름 아니다. 바라건대 새해엔 제발 '지록위마' 대신에 '명불허전'의 진정 살맛나는 세상으로 치환되길 소망한다.


태그:#사자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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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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