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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헌법재판소(아래 헌재)가 통합진보당(아래 진보당)의 해산 결정을 내린 후, 시민사회와 노동계 등 각계에서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현대차 비정규직과 노동계는 현대차에서 제기한 '고용 의제 위헌' 헌법 소원 결과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은 최병승 조합원이 대표 소송을 제기해 지난 2010년과 2012년 대법원에서 정규직 인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이 판결을 바탕으로 비정규직 1900여 명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인정 소송에서도 끝까지 소송에 남은 1100여 명이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부로부터 정규직 인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관련기사: '법치국가' 믿은 1100명, '골리앗' 현대차 이기다).

하지만 헌재가 이번 진보당 해산 결정을 하면서 하위 법원 판결을 무시했다는 점, 특히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근무한 경력이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현대차의 법률 대리를 맡았다는 점에서 현대차 비정규직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가 각종 법원 판결에 불복해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고용 의제 위헌 청구' 결정은 곧 나올 예정이다.

진보당 해산 결정 내린 헌재, 현대차 측 제기한 헌법 소원은 어떻게?

지난 9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에 소속돼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차와 사내하청업체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부승소 판결이 난 뒤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창근 부장판사)는 "원고들이 현대차에 직접 고용된 근로자임을 확인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 9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에 소속돼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차와 사내하청업체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부승소 판결이 난 뒤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창근 부장판사)는 "원고들이 현대차에 직접 고용된 근로자임을 확인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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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지난 2010년 '고용 의제 위헌 청구' 헌법 소원을 제기할 때만 해도 각계에서는 현대차가 승소할 확률이 희박하다고 봤다. 일부 관계자들은 "헌법 소원을 제기한 것은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지연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하지만 헌재의 이번 진보당 해산 결정에 비춰 현대차의 고용 의제 위헌 청구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를 상황이 되자 비정규직의 우려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울산지회(아래 비정규직노조) 이진환 수석 부지회장은 22일 "이번 진보당 해산 헌재 결정으로 헌법재판소를 신뢰할 수 없다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면서 "지난 10년간 갖은 고통을 감내하며 정규직 인정 판결을 이끌어낸 비정규직들로서는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고용 의제'란 기업이 직접적으로 고용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고용된 것과 동일하게 보는 것을 말한다. 구 파견법으로 지칭되는 비정규직 보호법은 1997년 IMF 이후 남발된 비정규직의 확산을 방지하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2년 이상 근무한 파견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인정한다'는 '고용 의제'를 요지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대법원과 고등법원, 민사법원이 잇따라 '고용 의제'를 인정해 정규직 인정 판결을 내렸다. 현대차 비정규직 최병승씨는 이 법을 근거로 7년간의 소송 끝에 지난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으로부터 정규직 판결을 받은 데 이어 2012년 2월에는 확정 판결을 받았다.

정규직 확정 판결에 헌법소원 청구한 현대차

지난 2007년 6월 29일 오후 울산시청 남문에서 현대차지부를 포함한 금속노조 및 울산지역 노동자들이 한미 FTA 저지 총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당시 박한철 울산지검장은 이를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 2007년 6월 29일 오후 울산시청 남문에서 현대차지부를 포함한 금속노조 및 울산지역 노동자들이 한미 FTA 저지 총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당시 박한철 울산지검장은 이를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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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고무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900여 명은 대법원 판결 3개월 후인 2010년 11월 3일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4년여 만인 지난 9월 18일과 19일 정규직 인정 승소판결을 받았다. 특히 2010년 당시 대법원 판결을 인정하지 않은 현대차가 아산 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해고된 7명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 소송 과정에서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당시 서울고법 민사 2부는 "구 파견법은 파견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기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며 현대차의 위헌 법률 심판 제청 신청을 기각한 것. 하지만 현대차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2010년 12월 10일 다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조만간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노동계와 악연이 있다. 지난 2007년 박한철 헌재 소장이 울산 지검장을 지낼 당시 노동계가 '비정규직보호법 시행령 철회' 등을 요구하며 벌인 한미 FTA 반대 총파업 때 강경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를 주축으로 한 울산 지역 노동계가 그 해 6월 초 총파업을 예고하자 당시 박한철 울산지검장은 "목적과 절차의 정당성도 없는 불법 파업이므로 엄정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 해 11월, 총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현대차 지부 이상욱 지부장이 구속되고 현대차 지부 간부들이 기소됐다.


태그:#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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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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