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통합진보당이 강제 해산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19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산됐다. 정당 해산과 함께 국회의원 자격도 상실하게 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강제 해산 결정에 대한 입장을 굳은 표정으로 발표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김재연·이상규·오병윤·김미희 의원.
▲ 강제해산 당한 통합진보당 의원단 통합진보당이 강제 해산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19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산됐다. 정당 해산과 함께 국회의원 자격도 상실하게 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강제 해산 결정에 대한 입장을 굳은 표정으로 발표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김재연·이상규·오병윤·김미희 의원.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정부는 어떤 경우라도 법에 의해 해산된 통합진보당 당원들의 장외 불법투쟁을 강력한 공권력으로 막아주길 부탁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주문'이다. 새누리당이 22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결정 '굳히기'에 들어갔다.

새누리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제해산 결정을 규탄하는 장외집회에 대한 엄단을 요구하는 한편, 이번 결정을 비판하는 야권도 성토했다. 통합진보당 소속 지방의원들의 자격상실을 위한 대책 마련까지 주문했다.

"야당·언론 합작해 '대선불복'보다 심한 '헌법 불복'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헌재의 결정은 우리나라가 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는 법치국가로 유지돼 국민이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고 그 어떤 세력도 폭력을 행사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정치권의 진보세력들은 낡은 종북프레임에서 벗어나 건전 진보의 모습을 국민께 보여줄 때가 됐다"라며 "집권만 위해 통합진보당과 연대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제 종북과 헌법 파괴를 일삼는 낡은 진보세력과 절연을 선언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이 19대 총선 당시 '야권연대'로 진보당과 손을 잡았던 점을 상기시키며 이번 헌재 결정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완구 원내대표 역시 "일각의 헌재 결정 불복에 대해 대단히 걱정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이것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삼권분립 체제에서 헌재 결정을 불복한다면 헌정질서와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려 대한민국을 돌이킬 수 없는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며 "헌법은 대한민국 그 자체이며 헌재 결정은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역시 헌재 결정에 대한 야권의 비판을 겨냥한 것이다. 특히 이번 결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진보당 소속 전 의원들이 법원에 '국회의원 직위 확인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것에 대한 사전 단속으로도 해석된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가세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진보당, 말하자면 종북세력들이 (헌재 결정에 불복하며) 집회하는 문제도 당국에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라며 "대한민국 질서를 바로잡는 기회를 이번에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최고 헌법기관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입으로 대한민국과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라며 "이번 정당 해산을 두고 여야는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최고위원은 아니지만 회의에 참석한 하태경 의원은 당 차원의 후속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야당과 언론이 합작해서 '대선불복'보다 더 심한 '헌법불복'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 지도부가 좀 더 단호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라며 "(진보당 소속) 지방의원들도 당연히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적 의견으로는 세비가 계속 (진보당 소속 지방의원에게) 나가는 국민 불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빠른 방법으로 지방의회에서 자체적으로 (박탈)하면 한다"라며 "울산처럼 진보당 소속 의원들이 많은 곳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지방의원 의원직 박탈 관련) 헌재 결정도 추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오는 4월 보궐선거에서 진보당 소속 전 의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을 막기 위한 당 차원의 공직선거법 개정안 마련도 촉구했다.

"이 사건으로 '공안정국' 만들겠다는 생각이면 포기하라"

그러나 야권은 이날 헌재 결정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을 가리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헌재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지만 민주주의의 기초인 정당의 자유가 훼손된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다"라며 "헌법 가치의 요체는 양심의 자유이고 이중 가장 극명한 표현이 정당 설립의 자유와 언론·출판·결사·집회의 자유"라고 비판했다.

헌재가 '선'을 넘어 진보당 강제해산을 결정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또 세계 헌법재판기관 회의체인 '베니스위원회'의 헌재 결정문 요청 사실을 거론하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을 국제사회가 검증하겠다는 자체가 스스로 민주주의를 쟁취한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일 진보당 해산결정을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결정'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공허한 말"이라고 일침을 놨다. 문 위원장은 "그 말이 공허한 것은 지난 2년 선거와 정치개입으로 국기를 문란하게 한 국가기관, 극도로 위축된 언론자유,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지금도 대통령 앞에선 아무 것도 말 못하는 여당, 불통으로 일관하는 대통령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번 사건이 지난 2년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모두 가려줄 것이라는 기대는 결코 하지 말라"라고 주장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진보당의 활동, 특히 대북정책에 결코 동의할 수 없지만 해산이란 극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최후의 수단이었다"라며 현행 헌재 구성 방식을 재검토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헌재의 역할이나 비중을 고려할 때 지금 헌재 재판관 구성 방식은 근본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라며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구조적 편향성을 탈피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앞장서서 국민을 이념으로 갈라놓고 갈등을 조장하고 선동하고 공격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며 박 대통령의 20일 발언을 비판했다. 또 "법무부와 검찰 당국은 이 사건을 시작으로 공안정국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이를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역시 "박근혜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유신 리턴' 정치를 중단하기 바란다"라며 "박 대통령은 이번 헌재 결정을 '민주주의를 지키는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규정했지만, 헌정 유린과 민주주의 역사를 후퇴시킨 데 대해 역사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통합진보당, #김무성, #새누리당, #헌법재판소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