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TNT 방송의 스포츠쇼 '인사이드 더 NBA' 에는 '샥틴 어 풀'(Shaq'tin a fool)이라는 인기 코너가 있다. 담당 진행자인 샤킬 오닐(은퇴)의 이름을 본따 만들어진 이 코너는, 미국 프로농구 경기 중에 나오는 황당한 실수나 웃기는 장면을 모아서 만드는 일종의 스포츠판 NG 모음이다.

아군에게 날린 패스가 관중석으로 날아간다거나, 넘어진 동료를 일으켜 세워주려다가 미끄러져 자신이 넘어지고, 잔뜩 폼을 잡으며 작렬한 슬램덩크는 그만 헛손질이 되어 바닥에 처박혀 망신을 당하는 장면 등은 폭소를 자아낸다.

당사자도 황당하지만 자기편의 어이없는 실수를 지켜보며 표정관리가 안 되는 소속팀 감독이나 동료 선수들의 반응이 더 압권이다. NBA에서도 유난히 터무니없는 본헤드 플레이로 악명 높은 저일 맥기(덴버 너기츠)같은 선수는, 실력보다 이 코너의 단골 출연자로 이름을 올리면서 본의 아니게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한편으로 세계 최고의 무대라는 NBA에서도 날고긴다는 프로 선수들이 종종 어이없는 실수나 '몸개그'의 주인공이 되는 모습은, 오히려 인간적인 면모로 친근함을 안기기도 한다. 경기 속도가 워낙 빠르고 화려한 묘기들이 속출하는 농구에서 실수는 피할 수 없는 경기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샥틴어풀'에 출품해도 손색없을 '황당' 실수들

최근 국내 프로농구에서도 이처럼 '샥틴어풀'에 출품해도 손색없을 만큼 황당한 장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주 가장 화제를 모았던 12월 17일 울산 모비스와 서울 SK의 경기에서 모비스 전준범은 프로농구 역사상 가장 '멍청한 파울'로 팀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을 뻔했다.

3점 차 뒤진 SK의 마지막 공격에서 동점을 노린 3점슛이 연달아 실패하고 남은 시간은 불과 1초, SK 애런 헤인즈가 리바운드를 잡아 2점슛을 시도했다. 어차피 가만 내버려둬도 승리로 끝날 상황에서 전준범이 이를 굳이 막으려다 파울을 범하며 득점과 함께 추가 자유투까지 헌납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동점 위기에 몰린 유재학 감독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전준범을 향하여 육두문자가 쏟아냈다. 천만다행으로 헤인즈의 자유투가 빗나가며 연장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전준범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감독의 불호령을 피하지 못했다. 여전히 뒤끝이 남은 유재학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상상을 초월하는, 초등학생도 안 할 플레이를 했다"며 전준범을 '디스'하기도 했다.

지난 7일 오리온스와 SK의 경기에서는 같은 편 동료를 저격하는 '헤드샷'이 나오기도 했다. 오리온스 이현민이 상대 공격 진영으로 건너가는 장면에서 패스한 공이 같은 편 외국인 선수 트로이 길렌워터의 뒤통수에 정통으로 명중했다. 다른 곳을 바라보고 달리고 있던 길렌워터는 고의성이 없는 동료의 실수에 화도 못 내고 억울한 표정만 지어야했다.

16일 전자랜드와 삼성의 경기에서 삼성 가드 이정석은 공격 진영에서 인바운드 패스를 시도한 것이, 선수들이 아무도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 하필이면 삼성 벤치 앞에 서있던 이상민 감독에게 도착했다. 이정석과 이상민 감독은 몇 년 전까지 삼성에서 같은 선수로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이정석은 벤치의 시선을 피하며 재빨리 백코트 했고, 기가 막힌 이상민 감독은 할 말을 잃은 채 혓바닥만 이리저리 날름거리며 타들어가는 입술을 축여야했다.

기록되지 않은 실수도 있다. 지난 21일 경기에서 KGC는 경기 종료 16초전 마지막 공격 기회를 확보했다. 종료 시간까지 당연히 원샷 플레이로 이어가야할 타이밍이었고, 상대 수비도 모두 복귀한 상황에서 가드 박찬희가 갑자기 11초나 남겨놓은 상황에서 무리한 중거리슛을 시도했다.

볼은 림은 빗나갔고, 오리온스가 리바운드한 공을 다시 박찬희가 가로챘으나 3대 1 상황에서 리온 윌리엄스의 슛마저 빗나가며 파울조차 얻어내지 못했다. KGC는 결국 연장 끝에 오리온스에 패했다. 결정적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은 박찬희의 본헤드 플레이가 치명타였다.

같은 날 경기에서 KCC 김효범은 루즈볼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몸을 날려 살려낸 공이 그만 모비스 양동근에게로 향하는 패스가 되고 말았다. 양동근은 이 공을 다시 문태영에게 완벽한 노마크 어시스트로 연결했고 공교롭게도 이 득점이 이날 모비스의 결승점이 되었다.

황당한 순간은 선수만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잦은 오심과 판정 논란으로 선수들보다 자주 도마에 오르는 심판들이 그 주인공이다.

SK와 KT가 만난 지난 12일 경기에서는 비디오 판독이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순간이 나왔다. 73-73으로 맞선 종료 1.2초전 루즈볼 다툼 과정에서 심판은 처음엔 KT의 볼을 선언했다. 그러나 마지막 작전타임 중 비디오 판독을 통하여 SK의 공격권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판정 번복을 예상하지 못한 KT. 작전타임 동안 공격 지시만 받고 나온 선수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KT 벤치는 작전타임이 끝나자마자 판정을 뒤집는 게 어디 있냐며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SK는 마지막 공격에서 박상오가 마지막 버저비터를 성공시키며 승리를 차지했다. 심판의 미숙한 경기 운영과 비디오 판독 규정의 사각지대가 만들어낸 해프닝이었다.

프로 농구에서는 경기당 보통 20~30개 정도의 실수가 나온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나, 심판의 오심 같은 것을 포함하면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때로는 작은 실수나 해프닝이 결정적 희비를 가르기도 한다. 당하는 선수나 감독에게는 피를 거꾸로 솟게 하는 장면일수도 있지만, 지켜보는 팬들에게는 인간적인 모습과 예상 밖의 황당한 잔재미를 접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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