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의 주인공은 매 경기마다 새롭게 탄생한다. 이번에는 뒤통수가 찢어져 남은 시간을 뛸 수 있을까 걱정했던 수비수 마틴 스크르텔이었다. 붕대 투혼을 펼친 수비수가 홈 팬들을 마지막 순간에 열광시켰다.

브랜든 로저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리버풀 FC가 한국 시각으로 22일 새벽 1시 리버풀에 있는 안필드에서 열린 2014-20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안방 경기에서 맞수 아스널 FC와 2-2로 비겼다. 자신의 부상 치료에 흘러간 추가 시간에 극적으로 동점골을 터뜨린 마틴 스크르텔 덕분이었다.

전반전, 이대로 끝낼 수 없다

역시 축구장의 맞수 대결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홈 팀 리버풀이 조금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고 해도 시간상 전반전이 득점 없이 끝날 것 같았다. 거기서 두 골이 한꺼번에 터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전반전이 거의 끝나가던 44분, 아스널이 공격 작업을 시작하다가 공 소유권이 곧바로 리버풀로 넘어갔다. 리버풀 미드필더 헨더슨이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몰고 들어오다가 동료 쿠티뉴를 발견하고 빠르게 찔러주었고, 쿠티뉴는 작정한 듯 아스널 수비수 드뷔시를 따돌리고 오른발 돌려차기를 시도했다. 이 공은 아스널 골문 왼쪽 기둥 하단에 맞고 빨려들어갔다. 홈 팬들이 기다리던 선취골이 드디어 터진 것이다.

조금 늦은 감이 있었지만 선취골을 터뜨린 리버풀이 한숨 돌리며 하프 타임을 맞이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주심의 종료 휘슬은 아직 울리지 않았다. 전반전 종료 휘슬 대신 방문 팀 아스널에게 프리킥 기회를 주는 휘슬 소리가 났다. 아스널의 새 희망 알렉시스 산체스가 재치있게 얻어낸 측면 프리킥이었다.

이 공을 산체스가 오른발로 감아올렸고 한 번 튀어오른 공이 플라미니를 거쳐 수비수 마티외 드뷔시에게 연결되었다. 귀중한 헤더 동점골이 브래드 존스가 지키는 리버풀 골문 왼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갔다. 마틴 스크르텔과의 몸싸움을 이겨낸 덕분이었다.

'붕대 투혼' 스크르텔, 기적의 동점골

전반전 추가 시간을 느슨하게 보내다가 뒤통수 한방을 얻어맞은 리버풀은 후반전에 악재가 겹쳤다. 간판 수비수 마틴 스크르텔이 상대 골잡이 올리비에 지루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넘어지며 머리를 밟힌 것이다.

뒤통수 쪽이 찢어지며 피를 흘린 스크르텔이 붕대를 감싸고 들어와 다시 뛰었지만 눈앞에서 역전골을 얻어맞으며 땅을 내리쳤다. 하필이면 그 역전골의 주인공도 올리비에 지루였던 것이다. 64분, 아스널의 역습 패스가 기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아스널 골잡이 올리비에 지루는 자신이 내준 공을 카솔라로부터 받아 왼발 돌려차기를 정확하게 성공시켰다. 지루의 발끝을 떠난 공은 리버풀 문지기 브래드 존스의 가랑이 사이를 통과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역전골에 당황한 리버풀의 브랜든 로저스 감독은 74분에 파비오 보리니를, 81분에 리키 램버트를 들여보내며 동점이라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그 염원이 좀처럼 통하지 않았다. 아스널 문지기 슈체스니의 슈퍼 세이브가 여러 차례 빛났기 때문이었다.

86분에 교체 선수 보리니가 왼쪽 띄워주기를 받아 결정적인 헤더로 골을 노렸을 때, 슈체스니는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기막히게 쳐냈다. 그런데 이 헤더의 주인공 보리니가 어리석은 반칙을 저질러 퇴장당하는 불상사를 겪었다. 교체로 들어와서 20분도 못 뛰고 쫓겨난 셈이다.

쫓겨난 보리니의 뒷모습이 이 맞수 대결의 씁쓸한 결말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스크르텔이 다쳐서 붕대 처방을 받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무려 9분의 추가 시간이 주어졌다. 이 시간에 리버풀은 마지막 희망을 걸 수 있었다. 그리고 거짓말같은 드라마가 한 편 만들어졌다.

후반전 추가 시간 6분이 지나서 얻은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믿기 어려운 동점골이 터진 것이다. 그 주인공이 바로 붕대 투혼을 펼치던 마틴 스크르텔이었다. 두 시간도 안 되는 축구장의 시간 속에서도 기적의 주인공이 탄생하는 것을 생생히 보여준 셈이었다.

이로써 리버풀은 연고지 맞수인 에버턴을 밀어내고 10위(22점, 6승 4무 7패 21득점 24실점) 자리로 한 계단 순위를 끌어올렸고, 아스널도 연고지 맞수 토트넘 홋스퍼를 골 득실차로 밀어내고 6위(27점, 7승 6무 4패 30득점 21실점)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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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4-20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결과(22일 새벽 1시, 안필드)

★ 리버풀 FC 2-2 아스널 FC [득점 : 쿠티뉴(44분,도움-헨더슨), 마틴 스크르텔(90+6분,도움-랄라나) / 마티외 드뷔시(45+1분,도움-플라미니), 올리비에 지루(64분,도움-산티 카솔라)]

◇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현재 순위표
1 첼시 39점 16경기 12승 3무 1패 36득점 13실점 +23
2 맨체스터 시티 39점 17경기 12승 3무 2패 36득점 14실점 +22
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32점 17경기 9승 5무 3패 30득점 18실점 +12
4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31점 17경기 9승 4무 4패 29득점 19실점 +10
5 사우스햄튼 29점 17경기 9승 2무 6패 28득점 13실점 +15
6 아스널 27점 17경기 7승 6무 4패 30득점 21실점 +9
7 토트넘 홋스퍼 27점 17경기 8승 3무 6패 22득점 23실점 -1
8 스완지 시티 25점 17경기 7승 4무 6패 22득점 19실점 +3
9 뉴캐슬 유나이티드 23점 17경기 6승 5무 6패 18득점 23실점 -5
10 리버풀 22점 17경기 6승 4무 7패 21득점 24실점 -3
11 에버턴 21점 17경기 5승 6무 6패 27득점 27실점 0
12 애스턴 빌라 20점 17경기 5승 5무 7패 11득점 21실점 -10
13 스토크 시티 19점 16경기 5승 4무 7패 18득점 21실점 -3
14 선덜랜드 19점 17경기 3승 10무 4패 15득점 24실점 -9
15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 17점 17경기 4승 5무 8패 17득점 23실점 -6
16 퀸즈 파크 레인저스 17점 17경기 5승 2무 10패 20득점 32실점 -12
17 크리스탈 팰리스 15점 17경기 3승 6무 8패 19득점 27실점 -8
18 번리 15점 17경기 3승 6무 8패 12득점 26실점 -14
19 헐 시티 13점 17경기 2승 7무 8패 15득점 24실점 -9
20 레스터 시티 10점 17경기 2승 4무 11패 15득점 29실점 -14
축구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아스널 마틴 슈크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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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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