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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롯데씨어터에서 내년 2월 1일까지 공연 예정인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의 포스터.
 샤롯데씨어터에서 내년 2월 1일까지 공연 예정인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의 포스터.
ⓒ 플레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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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공연이 시작한다는 안내와 동시에 정 중앙에 있는 화면에서 단두대의 칼날이 떨어진다. 그리고 마리 앙투아네트의 연인이었던 페르젠이 비통한 표정으로 그녀의 죽음을 노래하고, 모두가 마리 앙투아네트를 외치며 3시간이라는 긴 공연의 막이 올랐다. 원작자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의 다른 작품인 <엘리자벳>이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오스트리아의 마리 테레지아의 딸이자 프랑스의 루이 16세의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우리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라는 말을 했다고 잘 알려져 있다. 그 말을 마리 앙투아네트가 하지 않았다는 것 역시 알려질 만큼 알려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마리 앙투아네트 하면 그 말을 떠올린다. 극 중에서는 귀족들이 그 말을 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1막 80분, 인터미션 20분, 그리고 다시 2막 80분으로 세 시간의 공연은 뮤지컬이라는 것을 감안한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다. 또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당시 사치의 절정을 달리고 있던 베르사이유 궁전의 모습과 귀족들의 의상을 재현하는 것으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중앙의 회전무대는 좀 더 다양한 무대를 보여줄 수 있게 했다. 양 옆에 설치된 사다리를 타고 등장인물이 오르내리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인터미션으로 밝아진 객석의 반응은 꽤나 지친 듯 보였다.

경사가 급한 샤롯데씨어터의 특성 상 2층에서는 앞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시야의 방해까지 받아 더욱 지쳤을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끝날 듯 끝나지 않는' 1막이었다. 위험을 알리면서 경고해오는 페르젠에게 시종일관 사랑을 구하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분위기가 비슷한 넘버들 역시 1막이 길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였다.

급변하는 시대에 지나치게 순수했던 것이 죄였다고 평가되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표현하려고 한 것올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막 처음부터 2막의 중반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변화도 없이 비슷한 모습을 보인 것은 주인공에 대한 매력을 감소시키고 주인공에게 몰입하는 것을 방해했다. 주인공이 위치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변화되지 않다 보니 1막이 전체적으로 느린 전개를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송스루(Song through) 뮤지컬'이기 때문에 비슷한 곡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이 흠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곡이 고음으로 올라가면서 최고음을 외치고 끝나는 형식이었던 것은 좀 문제가 있었다. 보통 클라이맥스에서 고음의 정점을 찍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클라이맥스를 지나면 사람의 마음은 점차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면서 긴장을 풀기 마련이다. 그런데 다음 곡에서 또 한 번 고음으로 끝나고 그 다음 곡에서도 고음으로 끝나기를 5번 이상 반복하다보니 듣는 입장에서도 쉴 수 없어 공연을 보는 것 만으로 지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2막은 시작함과 동시에 끝난 것 같았다. 이야기의 전개도 빨랐고, 마리 앙투아네트와 그녀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기도 했다. 화려하고 속은 없어보였던 1막과는 다른 분위기로 극이 잘 진행됐다.

그러던 중에 뜬금없이 나와 극에 대한 몰입을 깼던 것은 흔히 '막장 코드'라고 부르는 출생의 비밀이었다. 암시를 주는 정도에서는 크게 몰입을 방해하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다시 한 번 확인 사살을 하는 장면에서는 그동안 깔아놓은 감정 선과 극의 전개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았다. 그 설정으로 인해 또 다른 주인공인 마그리드 아르노의 캐릭터에 개연성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에 오르고 칼날이 떨어졌다. 오프닝과 똑같은 곡으로 극이 끝났다. 화려한 배경과 의상에 감탄했고, 코르셋과 무거운 드레스를 입고도 훌륭했던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에도 진심을 담아서 박수를 보냈다.

루이 16세의 넘버 '난 왜 나다운 삶 살 수 없나', 마그리드 아르노의 넘버 '더는 참지 않아', '운명의 수레바퀴' 등 좋은 곡들도 많이 있었고, 엔딩 역시 인상 깊었다. 하지만 그래도 말을 하자면 아역들의 '외워서' 한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주는 대사처리와 1막의 지나치게 느린 전개, 그리고 2막의 뜬금없는 설정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태그:#마리 앙투아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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