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빗: 다섯 군대 전투>의 한 장면.

영화 <호빗: 다섯 군대 전투>의 한 장면.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드디어 중간계의 여정이 끝났다. 13년 만이다. 수십년에 걸쳐 완성된 J.R.R. 톨킨의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과 <호빗>으로 할리우드의 피터 잭슨 감독은 6부작의 장편 영화를 만들어냈다. 2001년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로 시작된 이 프랜차이즈는 세계 영화사에 의미있는 족적을 남겼고 엄청난 수익을 기록했다. 6부작의 총 상영시간은 1028분이다. 확장판으로 계산하면 더 늘어난다. 실로 대단한 작업이 아닐 수 없었다.

그에 못지않게 대단한 건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프리퀄 격인 <호빗>을 3부작으로 완성시켰다는 사실이다.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원작 소설 분량을 비교해보면 <반지의 제왕>이 훨씬 내용이 많고 디테일하다. 그런 <반지의 제왕> 3부작을 만든 뒤에 <호빗>을 만든다면 각 편을 조금 길게 2부작으로 만들었어야 맞다. <호빗>의 원작소설은 3부작으로 할만큼 이야기가 많지 않기 때문. 그러나 피터 잭슨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2001년부터 극장가를 찾아왔던 <반지의 제왕> 3부작은 그 자체로 훌륭한 상업 영화이자 예술작품이었다. 원작소설을 읽은 관객들에게는 상상의 실현을 만끽하게 해줬고,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판타지 영화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줬었다. 결국 <반지의 제왕> 3부작의 완결편인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영화 한편으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거기에서 탄력을 받은 것일까. 피터 잭슨 감독은 J.R.R. 톨킨의 <호빗>을 영화로 만들게 된다. 물론 이는 피터 잭슨 감독이 오래전부터 꿈꿨던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국내 개봉한 <호빗: 다섯 군대 전투>까지 보자면, 과거 <호빗> 시리즈는 <반지의 제왕> 3부작이 일궜던 상업성, 작품성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놀라울 정도로 단순해진 시나리오와 캐릭터들의 빈약성, 그리고 진부하기 이를데 없는 교훈으로 전편들보다 작품성이 부실해졌기 때문이었다.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이나 워낙 톨킨의 원작 소설이 예술 작품처럼 훌륭하기에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각색해 영상화하면 작품성은 보장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피터잭슨은 2부작으로 끝냈으면 좋을 <호빗>을 무리하게 3부작으로 늘렸고, 이로인해 <호빗: 다섯 군대 전투>에는 상업적인 볼거리만 남았다.

그래도 박수받을 만한 이 영화의 가치  

 영화 <호빗: 다섯 군대 전투>의 한 장면.

영화 <호빗: 다섯 군대 전투>의 한 장면. ⓒ WingNut Films


그렇게 아쉬움을 준 <호빗> 3부작의 완결편이지만, 그래도 상업 영화로서 볼거리는 충분히 제공했다. 전편에 등장했던 용 '스마우그'(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의 화염 방사 장면과 다섯 종족이 한데 모여 벌이는 웅장한 전투, 그리고 드워프 소린(리처드 아미티지 분)과 오크 아조그(마누 베넷 분)의 격투신 등은 배우들의 명연기와 화려한 시각효과가 어우러져 즐거움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이 영화의 원작이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포함한 6부작의 전편들을 전혀 모르고 보면 만족할 수 있다. 할리우드 판타지 액션물 하나 보자는 관객이라면 말이다. <호빗: 뜻밖의 여정>과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를 마무리 짓는 영화지만 이미 굵직한 이야기들은 전편들에서 다 나와줬기에 <호빗: 다섯 군대 전투>는 액션신들만 실컷 즐기도록 구성되어 있다. 

물론 볼거리만이 <호빗: 다섯 군대 전투>의 가치라 할 순 없을지도 모른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판타지 소설 두 편을 13년간 여섯 편의 영화로 내놓은 피터 잭슨 감독과 제작진들은 박수받을만 하다. 또 이 영화의 결말이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로 이어지게끔 짜여져 있는건 분명 재치있는 설정이다.

<호빗: 다섯 군대 전투> 역시 2015년에 30여분이 추가된 확장판이 나온다. 상업성에 희생된 작품성을 만회할지, 중간계의 종막이 실망스러웠던 이들은 내년까지 기다려 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영화 <호빗: 다섯 군대 전투> 상영시간 144분. 12월 1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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