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해보험이 마침내 지긋지긋한 '천안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LIG손해보험은 2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의 원정 경기에서 에드가와 김요한 '쌍포'의 활약을 앞세워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프로배구 출범 후 천안 원정에서 무려 26연패를 당하며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LIG손해보험은 이날 남다른 각오로 1세트부터 힘이 넘치는 공격을 선보였다. LIG손해보험만 만나면 자신감이 상승하는 현대캐피탈도 케빈과 문성민의 공격으로 응수하면서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현대캐피탈은 23-24에서 케빈의 공격이 아웃되자 비디오판독으로 판정을 뒤집어 1세트를 듀스로 몰고 갔다. 양 팀은 살얼음판 같은 승부 속에 32-32까지 '치킨게임'을 벌였고, 정기혁의 속공으로 세트포인트를 만든 LIG손해보험이 상대 공격의 범실로 힘겹게 1세트를 따냈다.

LIG손해보험전 연승 행진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던 현대캐피탈도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에 나섰다. 케빈과 문성민의 과감한 스파이크와 윤봉우의 속공이 더해져 착실하게 점수를 쌓았다. 반면 LIG손해보험은 에드가의 공격이 부진하면서 고전했다.

현대캐피탈은 22-19로 앞선 상황에서 또 다시 김호철 감독의 날카로운 비디오판독 신청으로 상대의 터치넷 범실을 잡아내며 승기를 잡았고, 결국 25-21로 2세트를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3세트 역시 1세트 못지않게 치열했다. LIG가 7-3으로 앞서나가며 주도권을 잡았지만 현대캐피탈은 노장 세터 최태웅을 투입하며 경기 흐름을 빼앗았다. 서브 리시브가 안정되자 케빈의 후위공격, 윤봉우의 블로킹, 최민호의 서브 에이스 등 다양한 공격으로 역전에 성공하며 3세트를 26-24로 따냈다.

LIG손해보험, 김진만 투입은 '신의 한 수'

하지만 LIG손해보험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4세트가 되자 에드가의 강한 서브와 스파이크가 다시 살아났다. 반면 승리를 앞둔 현대캐피탈은 다소 방심했는지 공격 성공률이 급격히 떨어지며 4세트는 LIG손해보험이 25-17로 손쉽게 가져갔다.

승부는 운명의 5세트로 돌입했다. 현대캐피탈은 최민호가 김요한과 에드가의 공격을 모두 블로킹하며 기선을 제압했고, 케빈의 서브 득점까지 터지면서 5-1로 크게 달아났다. LIG손해보험으로서는 뒤집기 힘든 격차였다.

그러나 LIG손해보험은 이번에도 다시 일어섰다. 블로킹으로 반격을 시작하며 내리 5점을 따내는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했고, 12-12로 접전이 펼쳐지자 양 팀 선수들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가 경고를 받는 등 승부가 과열되기도 했다.

현대캐피탈은 케빈의 결정적인 서브 에이스가 터지면서 14-13으로 매치 포인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LIG손해보험이 김진만의 블로킹과 공격 성공으로 단숨에 역전한 뒤 김요한이 마지막 공격을 깨끗하게 성공시키면서 기나긴 승부를 극적인 역전승으로 마무리했다.

숱한 좌절 속에 마침내 천안과의 악연을 끊은 LIG손해보험 선수들은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기뻐했고, 갈길 바쁜 와중에 역전패를 당한 현대캐피탈은 아쉬움 속에 코트를 떠나며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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