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트윈스는 오프시즌에 외국인 투수 루카스 하렐과 헨리 소사를 영입했다. 빅리그 단일시즌 10승 경험(2012년)이 있는 하렐과 올 시즌 프로야구 승률왕(.833) 소사는 내년 시즌 LG의 원투펀치로 활약할 예정이다.

하지만 우규민(엉덩이), 류제국(무릎)의 수술과 신정락(공익근무)의 입대로 토종 선발진엔 큰 구멍이 생겼다. 재활 기간이 짧은 우규민이 시즌 개막에 맞춰 돌아온다 해도 LG는 내년 시즌 최소 2명의 선발 투수를 새로 발굴해야 한다.

기존 선수들의 이탈은 신예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LG 이적 후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활약하며 착실히 성장해 온 임정우에게 내년 시즌은 풀타임 선발로 자리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해마다 꾸준히 올라간 임정우의 성장그래프

임정우는 서울고 2학년 시절까지 또래들 중 손꼽히는 구위와 가능성을 인정받은 유망주였다. 지역 연고제가 잠정적으로 폐지됐던 당시에는 임정우를 1라운드에 지명하려는 구단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임정우는 3학년때 허리부상을 당하며 성적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로 인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저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반대로 SK와이번스가 4라운드(전체26순위)에서 임정우를 지명했을 때는 그 해 최고의 행운지명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임정우는 신인 시절 1군에서 4경기에 등판해 1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1 시즌이 끝나고 SK가 LG의 포수 조인성(한화 이글스)을 영입했고 임정우는 입단 1년 만에 보상선수로 LG에 지명됐다.

강한 투수력을 자랑하던 SK와는 달리 LG에서는 임정우가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더 많았다. 2012년 14경기에 등판해 1승2패 평균자책점 6.26을 기록한 임정우는 작년 시즌 46경기에서 2승1패3홀드 4.47를 기록하며 1군 투수로 자리를 잡아갔다.

그리고 올 시즌 신정락과 함께 5선발로 나선 임정우는 선발 10경기를 포함해 25경기에 등판하며 2승5패 4.17을 기록했다. 비록 필승조에서 활약하진 못했지만 LG 이적 후 해마다 평균자책점을 끌어 내렸다. 아직 팀의 주역으로 자리를 잡진 못했지만 유망주로서 아주 바람직한 성장그래프를 그렸다.

안정된 제구력과 풍부한 1군 경험, 차기 선발 후보 1순위

임정우는 올 시즌 단 하나의 홀드나 세이브도 기록하지 못했다. 승리도 고작 2번뿐이다. 주로 선발이 일찍 무너진 경기에서 추격조로 등판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정우는 눈에 보이는 기록보다 훨씬 안정적인 투수였다.

임정우는 위력적인 속구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의 투수는 아니다. 하지만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73.1이닝을 던지며 볼넷을 26개 밖에 내주지 않았다. 9이닝당 볼넷은 2.08개로 마무리 봉중근(2.65)이나 팀 내 최다승 투수 우규민(3.03)보다 뛰어나다.

무엇보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투구내용이 점점 좋아졌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시즌 개막 후 6월까지 5패 6.02에 그쳤던 임정우는 7월부터 시즌 마감까지 2승 1.91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내년 시즌 양상문 감독이 기대하는 LG의 새로운 선발 후보는 임정우를 비롯해 신동훈, 장진용, 임지섭 등이 있다. 장진용은 올 시즌 퓨처스리그 평균자책점 1위(3.60)에 오른 투수이고 임지섭은 데뷔 첫 등판(3월30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승리를 따낸 좌완 유망주다.

하지만 이들 중 그 누구도 임정우만큼 1군 무대를 많이 경험해 보지 못했다. 해마다 투구이닝은 점점 늘어나고 평균자책점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임정우가 선발 경쟁에서 가장 앞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선발로 등판했을 경우(1승5패 6.52 피안타율 .338)보다 불펜으로 등판했을 때의 성적(1승 1.56 피안타율 .219)이 훨씬 좋았다는 점은 임정우의 선발 도전에 의외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양상문 감독이 기존의 불펜 투수를 선발로 돌리고 임정우를 불펜에 고정시키는 '플랜B'를 고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불펜 투수의 선발 도전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윤성환(삼성 라이온즈)이나 우규민 같은 성공사례도 있지만 정재훈(롯데 자이언츠), 안영명(한화) 같은 실패사례도 적지 않다. 내년 시즌 풀타임 선발에 도전하는 임정우는 과연 LG의 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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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LG트윈스 임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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