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우정당 매점 12월 19일 영업이 종료되는 세종대 우정당 매점은 곳곳이 텅 비어있다.
▲ 우정당 매점 12월 19일 영업이 종료되는 세종대 우정당 매점은 곳곳이 텅 비어있다.
ⓒ 이유진

관련사진보기


휑했다. 겨울이어서인지 더 그래 보였다. 오는 24일 철거되는 세종대(서울 광진구) 우정당의 매점. 가판대의 곳곳이 텅 비어 있었다. 매점 계산원 아주머니는 "우정당 매점은 12월 19일까지만 영업한다"고 했다. 찾아갔던 날은 18일. 매장이 문 닫기 바로 전날이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세종대학교 생활협동조합(아래 생협)은 14년간 해온 사업을 종료한다. 재정 악화와 학교 측과의 마찰로 사업이 마무리된 사례는 세종대가 처음이다. 전국에는 서울대, 부산대 등 약 30여 개 대학이 생협을 운영 중이다. 5년에 걸친 투쟁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왜 사업 종료를 막지 못했을까.

"생협이요? 별로 관심 안 가졌어요"

생협은 학생들의 참여로 만들어지고 학생 복지를 위해 운영된다. 하지만 학교 측의 '생협 철회 요구'에도 학생들은 무관심했다. 세종대 4학년인 김예원 학생은 "생협의 투쟁 과정에 한 번도 참여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딱히 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관심을 안 가졌던 거 같아요. 사실 다른 친구들도 그렇고 지금 내가 직면하고 있는 것들이 중요하지 다른 건 별로 관심 없어요…."

생협은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지만 그들은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다른 데보다 물건을 싸게 파는 건 알지만 입학하면서부터 그렇게 접하잖아요. 그래서 생협이 주는 편의를 당연하게 여기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학생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보다는요."

세종대학교 학생회관 학생식당 외부업체가 입점한 학생 식당에 학생들로 가득하다.
▲ 세종대학교 학생회관 학생식당 외부업체가 입점한 학생 식당에 학생들로 가득하다.
ⓒ 이유진

관련사진보기


세종대 생협은 지난 2009년 대학본부의 '사업권 회수' 통보 이후 학교 측과 마찰을 빚어왔다. 수차례의 소송을 거듭하고 2012년에 학내 자판기와 식당∙매점의 일부 운영권을 학교에 양도하는 조건으로 임대 기한을 연장했다. 올해는 약정기한이 만료되는 해다. 학교 측이 제시한 임대료(임대보증금 1억 원과 월 임대료 1천만 원, 수도광열비 700만 원)를 감당할 수 없는 세종대 생협은 결국 사업을 끝내기로 했다. 그들의 고독한 싸움은 이제 끝이 났다. 세종대 생협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생협 사무국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죠"

생협 사무국은 "2010년 여름, 학교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외부 학생 식당과 기타 외식업체들이 줄줄이 입점하면서 생협 매출이 계속해서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실질적으로 재정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사업을 종료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또 있었다. 바로 세종대 우정당 건물이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매장 중에 우정당 매장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30%가 넘어요. 이 매장이 철거되면 나머지 매장으로 운영을 해야 하는데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죠."

세종대 우정당 건물은 지난해 무허가 건물이라는 이유로 광진구청으로부터 철거 통보를 받았다. 때문에 생협 우정당 매장도 철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정당은 세종대 생협의 주 수입원으로 철거되면 생협 존립 자체가 위협 받는다. 가장 매출이 좋은 매장의 철거 통보. 세종대 생협에게는 가혹한 처사였다.

"우리가 기업처럼 가격 올리고 돈 안 되는 사업들을 정리하면 유지는 가능하겠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애초에 생협이 만들어진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에요. 생협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생협이라는 이름의 기업으로 존재하게 되는 거죠."

결국 생협은 사업 종료를 결정했고 이제 돌이킬 수도 없다. 그들은 길고 긴 투쟁 끝에 결국 처음으로 돌아갔다. 생협이 존재하는 이유와 학교 구성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 지 많이 고민한 듯했다. 사업 종료에 대한 아쉬움은 남지만 자신들의 결정에 후회는 없어 보였다.

세종대 생협 우정당 출입문에 새겨진 세종대 생협 로고.
▲ 세종대 생협 우정당 출입문에 새겨진 세종대 생협 로고.
ⓒ 이유진

관련사진보기


학교 측은 그동안 생협에 수도광열비 등 관리비를 면제해주는 혜택을 줬다. 생협이 학생 복지 사업을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세종대 총무과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다른 (외부 업체) 매장들이 입점하면서 이들 매장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부당하다고 여겨 이렇게 조치했다"고 말했다. 생협에 혜택을 제공해왔던 것이 학교 재정에 부담이 됐던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재정상의 부담이 없었다면, 학교 측이 생협과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을 해줄 수는 없었던 건지 아쉬움이 남는다.

'생협 철수' 우리 사회의 자화상

학교에서 생협 철회를 통보했을 때 학생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보탰다면 철회를 막진 못해도 지연 시킬 수 있었을지 모른다. 물론 생협이 학생들과 학교에 생협 존재의 필요성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탓도 있다. 학교 측도 생협을 학생 복지 차원으로 인식했다면 제도적인 지원을 통해 생협 사업이 유지되도록 도울 수 있었을 것이다.

대학은 학생 복지인 생협을 다른 수익성 매장과 동등하게 여겼고, 생협은 투쟁을 했지만 학생들은 무관심했다. 생협은 자본 논리로 해결할 수 없는 학생 복지 관련 사업을 도맡아 하고 있다. 대학을 작은 사회로 본다면 생협은 복지 제도다. 하지만 자본주의라는 사회 가치에 밀리고 사회 구성원들의 무관심에 복지가 무너졌다.

이번 세종대 생협 사업 종료는 단순히 '생협 철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바로 우리 사회의 자회상이다.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도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이 되풀이 되고 있다. 세종대 생협 철수에 진한 아쉬움이 느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생협은 조합원인 대학 구성원이 출자하고 모든 구성원이 민주적인 결정권을 갖는 상생기구다. 하지만 자본 논리 앞에 그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져만 간다.

덧붙이는 글 | 20대 청춘! 기자상 응모글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