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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하반기 SNS와 뉴스를 통해 가장 이슈화 된 화두는 '허니버터칩'과 '땅콩리턴'이다. 지난 8월 해태 제과에서 출시된 '허니버터칩'은 출시된 지 4개월이 채 안됐지만 지난 10월 편의점 GS25와 CU에서 과자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해태제과의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 허니버터칩이 올린 매출은 50억 원을 돌파했다. 11월 종일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허니버터칩이 올랐는가 하면, 연예인들도 SNS에 허니버터칩과 관련된 글을 게재해 허니버터칩 열풍에 동참하기도 했다.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에는 1500원 짜리 허니버터칩에 500원에서 3500원을 더 붙여 팔거나 구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편의점 알바를 하는 10시간동안 허니버터칩을 찾으러 오는 손님은 평균 10명 이상이었다.

'땅콩리턴' 사건은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 5일 새벽 미국 뉴욕 JFK 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항공기에 탑승해 있다,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가던 중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사무장과 언쟁을 벌인 끝에 이륙 준비 중인 항공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한 사건이다.

이에 모든 언론과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리턴 사건에 문제제기했고, SNS는 조현아 부사장에 관한 논의로 마비가 되었다. 2주가 지난 현재도 언론은 '땅콩 리턴 사건' 보도에 큰 비중을 두고 있고, SNS는 '땅콩리턴 사건'이 주된 화제인 상황이며, 포털 검색어 순위에 조현아의 이름이 매일같이 올라오고 있다. 평소에 사회 문제에 관심 없던 주변 많은 대학생 친구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제기하고 분노했다.

이 두 가지 현상에는 매스미디어가 사람들의 감각을 지배하고 통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 초부터 한국 제과 기업은 '과대 포장'문제로 큰 위기에 닥쳤다. 한국 과자들은 '질소 과자'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한 해외에 출시된 동일 제품과의 용량과 가격 비교를 통해서 한국에서만 비싸고 양이 적은 한국 과자들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이를 문제제기하는 시민들은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고, 페이스북의 유명 페이지들은 '질소 과자'를 풍자한 글과 패러디 물들을 종일 게시하고 큰 인기를 끌었다.

한 대학생이 질소 과자를 풍자하고자 질소 과자로 뗏목을 만들어 한강을 건너는 동영상 또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국 과자의 과대 포장과 비싼 가격 문제에 반사이익으로 해외 수입 과자 전문점은 인기를 끌었고, 주변에 많이 생기기도 했다. 이에 한국 제과 기업들은 위기에 닥쳤다.

과자 포장과 실제 내용물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대학생 권상민씨의 고발 영상 중 화면 캡쳐.(출처: http://bit.ly/mPIcTq)
 과자 포장과 실제 내용물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대학생 권상민씨의 고발 영상 중 화면 캡쳐.(출처: http://bit.ly/mPIcTq)
ⓒ 권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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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위기를 '허니버터칩'의 등장이 잠식 시켰다. 올해 9월경 한참 '질소 과자'에 대한 비판과 풍자로 이슈화 되었던 SNS에 어느 순간 '허니버터칩'의 등장으로 모든 비판이 수그러들었다. 유명 페이지들은 허니버터칩을 구하다 생긴 해프닝들을 게시하기 시작했고, SNS 유저들은 허니버터칩을 구하지 못한 한탄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언론도 이에 합세하여 연일 허니버터칩의 품귀현상을 보도했다. 질소 과자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들끓었던 '그들'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허니버터칩이 맛이 있어서 인기를 끈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매스미디어의 허니버터칩 인기몰이로 허니버터칩은 '더' 맛있어졌고, 질소과자에 대한 문제의식은 실종되었다. 매스미디어가 국민들의 감각을 조절했고, 관심을 통제했다.
패러디 만화에는 '질소 과자'에 발끈하는 원숭이에게 조공이 "허니버터칩"이라고 말하자, 원숭이들이 돌아서는 그를 붙잡으며 "더 팔아주세요"라고 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패러디 만화에는 '질소 과자'에 발끈하는 원숭이에게 조공이 "허니버터칩"이라고 말하자, 원숭이들이 돌아서는 그를 붙잡으며 "더 팔아주세요"라고 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via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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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모사 패러디 만화에는 '질소 과자'에 발끈하는 원숭이에게 조공이 "허니버터칩"이라고 말하자, 원숭이들이 돌아서는 그를 붙잡으며 "더 팔아주세요"라고 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삼모사 패러디 만화에는 '질소 과자'에 발끈하는 원숭이에게 조공이 "허니버터칩"이라고 말하자, 원숭이들이 돌아서는 그를 붙잡으며 "더 팔아주세요"라고 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via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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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리턴 사건도 마찬가지다. 12월 초 '정윤회 게이트' 논란으로 언론과 SNS는 들끓었다. 공식적인 계통을 밟지 않고 비공식적인 라인을 통해 대통령에게 직접 올라가는 보고의 채널을 '비선'이라 한다. '정윤회 게이트'는 이 비선이 정보제공이나 건의 수준을 넘어 사람을 뽑는 인선이나 국가의 이권문제에 개입했다는 '밀실정치'에 대한 폭로였다. 언론은 한국의 밀실 정치에 대해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시민들은 이에 문제제기하고 분노를 표출하고 이를 바로잡고자 비판의 끈을 놓치지 않아야 했다.

그러나, 12월 5일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의 '땅콩 리턴'사건으로 정윤회 게이트에 관한 논의는 종식되었다. 연일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신문 1면을 차지했던 '정윤회 게이트'는 온데간데 없고, '땅콩 리턴' 사건이 모든 포털사이트, SNS, 언론을 마비 시켰다. '허니버터칩'이 '질소과자' 문제를 종식시켰듯이 말이다. 매스미디어는 국민들의 미각과 감각적 분노의 대상, 사회적 관심을 자유자재로 통제하였다. 매스미디어가 맛있다는 것은 맛있는 것이 되었고, 분노해야 할 일이라 하면 분노했다.

매스미디어의 지배는 과거에도 지속되어 왔다. 검찰이 4대강 비리 수사를 시작한 날 서태지, 이은성의 결혼 발표가 있었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시작된 다음날, 원빈과 이나영의 열애설이 터졌다. 박근혜정부 연금 공약 후퇴 선언을 한 날, 인기스타의 열애설이 무려 3건이나 터졌다. SNS와 포털사이트는 연예인들의 스캔들에 마비되었다. 국정원 선거개입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으로 물타기했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공론장은 열리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냄비가 아닌 뚝배기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고질 문제는 바로 냄비 근성이다. 금방식지 않는 뚝배기가 되지 않는다면, 과자 봉지에서 '질소'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에서 본질적인 암적 존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회문제에 대한 공론장이 형성되는 것을 통제하는 매스미디어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그러는 사이 '그들'은 어딘가에서 웃고 있을지 모른다.

덧붙이는 글 | 20대 청춘! 기자상 응모글



태그:#허니버터칩, #땅콩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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