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과 수비의 조화를 이룬 팀은 어떤 대회가 닥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레알 마드리드가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역시 그들은 명성 그대로였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끌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가 한국 시각으로 21일 오전 4시 30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2014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결승전 산 로렌소(아르헨티나)와의 맞대결에서 두 경기 연속 결승골을 터뜨린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의 활약에 힘입어 2-0으로 완승을 거둬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경이로운 22연승 행진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력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은 '파죽지세'가 가장 어울릴 듯하다. 지난 시즌 마무리를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장식한 그들은 2014-2015 시즌을 시작한 뒤에도 그 위용을 여전히 자랑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9월 16일 그들의 안방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C 바젤(스위스)과의 맞대결에서 5-1로 대승을 거둔 이후 현재까지 22연승(76득점, 경기당 3.45골) 휘파람을 불고 있다.

경기 시작 후 37분 만에 코너킥 세트 피스로 선취골이자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나흘 전에 같은 곳에서 북중미 카리브해 챔피언 크루스 아슬(멕시코)을 4-0으로 물리칠 때도 프리킥 세트 피스로 첫 골을 뽑아냈기에 레알 마드리드의 준비된 조직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그 때와 똑같이 키커는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였고 헤더 골을 찍어 넣은 주인공은 가운데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였다. 남아메리카의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팀 산 로렌소 입장에서는 알고도 막지 못한 골이었던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 월드컵 트로피 품 안에 넣다.

레알 마드리드, 월드컵 트로피 품 안에 넣다. ⓒ flickr


가레스 베일, 행운의 추가골

1-0으로 전반전을 끝낸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전에도 훌륭한 패스 실력을 자랑하며 상대 수비수들을 크게 흔들어놓았다. 51분에 추가골을 터뜨리며 산 로렌소 선수들의 추격 의지를 일찌감치 수그러지게 만든 것이다.

미드필더 이스코의 재치있는 찔러주기를 받은 주인공은 가레스 베일이었다. 오프 사이드 함정을 절묘하게 벗어난 베일은 이 공을 받아 왼발 인사이드 킥으로 골문을 노렸다. 상대 문지기 정면으로 굴러가는 것이라 잡힐 것 같았지만 세바스티안 토리코는 이 공을 겨드랑이 사이로 흘리고 말았다.

이렇게 두 골을 내주고 패색이 짙어진 산 로렌소는 뒤늦은 반격을 펼쳤지만 끝내 레알 마드리드의 골문을 열지는 못했다. 역시 그 중심에는 주장 완장을 찬 노련한 문지기 이케르 카시야스가 있었다.

산 로렌소 미드필더 카린스키가 오른쪽 발등으로 강하게 찬 중거리슛은 크로스바를 살짝 넘었고 87분에 주장 후안 메르시어가 오른발로 찬 중거리슛은 카시야스가 왼쪽으로 날아올라 기막히게 쳐내고 말았다. 한 골이라도 만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였지만, 카시야스의 빼어난 순발력 앞에 산 로렌소 선수들은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로써 레알 마드리드 CF는 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 UEFA 슈퍼 컵 트로피에 이어 FIFA 클럽 월드컵 트로피까지 들어 올리는 감격을 누리며 어떤 팀보다 홀가분한 연말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이제 그들은 오는 30일 두바이에서 열리는 AC 밀란(이탈리아)과의 친선 경기를 치른 뒤 내년 1월 5일 새벽 1시(한국 시각) 에스타디오 메스타야에서 열리는 발렌시아 CF와의 2014-2015 스페니시 프리메라 리가 맞대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새해 일정을 재개한다.

레알 마드리드는 현재 39점(13승 2패 55득점 13실점)으로 맞수 FC 바르셀로나보다 1경기를 덜 치른 상태에서 승점 1점 차이로 리그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이보다 앞서 열린 3, 4위전에서는 오클랜드 시티 FC(뉴질랜드)가 크루스 아슬(멕시코)을 승부차기 4-2로 물리치고 3위 트로피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른바 축구 변방이라 불리는 뉴질랜드 클럽이 이룬 쾌거이기에 더 놀라운 결과였다. 그들은 산 로렌소와의 준결승전에서도 연장전까지 이어지는 접전을 펼쳤기에 그만한 자격을 충분히 입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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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4 FIFA 클럽 월드컵 최종일 결과(21일 새벽 4시 30분, 모로코 마라케시)

결승전 ★ 레알 마드리드 CF 2-0 산 로렌소 [득점 : 세르히오 라모스(37분,도움-토니 크로스), 가레스 베일(51분,도움-이스코)]

3, 4위전 ★ 오클랜드 시티 FC 1-1(연장전 없이 승부차기 4-2) 크루스 아슬
축구 레알 마드리드 산 로렌소 클럽 월드컵 카를로 안첼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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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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