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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수습활동 중 사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수습활동 중 사진
ⓒ 안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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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해요? 라고 안부를 물어보는 분이 계시면, "한 달에 한 번 일요일에 서대문형무소역사관(아래 역사관)을 정기안내하고 있어요. 매주 일요일 역사관에서 같이 활동하시는 분들이 1시, 1시 30분, 2시에 역사관 정기안내를 하니, 들으러 오세요. 곧 남영동 대공분실로 사용되었던 경찰청 인권센터 내 박종철기념관 안내 준비를 하고 있으니, 나중에 시간을 내서 들으러 오세요." 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러면 관심을 가지고, 무슨 활동이냐고 다시 물어보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때 저는 평화와 인권의 관점으로 역사의 현장을 바라보는 역사관의 안내 자원활동으로, 서울KYC 평화길라잡이 활동을 하고 있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화와 인권이라는 단어가 왠지 어렵다는 말씀을 많이 하면서, '평화와 인권을 역사관에서 안내하면서 얘기할 수 있다고요?' 하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런데 안내는 생각하는 것만큼 거창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역사관이라는 공간을 안내하는 것을 넘어,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담아 시민들에게 역사관을 안내하는 활동입니다.

역사관의 전시 콘셉트가 "자유와 평화를 향한 80년"이라는 것을 아시는 분이 계실까요? 해방이후에 사용되었던 공간이라는 걸 모르셨던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대문형무소가 일제강점기 때만 사용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기도 하고, 역사관이 2008년 재개관하기 전에는 일제강점기에만 사용되었던 것처럼 전시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1908~1987년까지 감옥으로 사용된 역사관은 해방 이후에도 사용되었는데, 해방 이후에 많은 민주화운동가들이 투옥되었던 역사적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판넬을 전시관 1층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평화길라잡이 활동을 2005년부터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선배 평화길라잡이들이 역사관에서 평화와 인권의 관점으로 시민 안내를 시작하면서 일제강점기 뿐 아니라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안내했기 때문에 역사관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해방 이후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포함하여 자유와 평화를 향한 80년이라는 주제로 돌아온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어떤 안내를 하는지 궁금하시죠?

일요일 1시, 1시 30분, 2시에 안내를 들어보시면 됩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전시관 앞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전시관 앞
ⓒ 안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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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때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최근 고문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합니다. 최근 박종철기념관 안내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변호인>이나 <남영동1985> 등 고문에 대한 영화를 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고문은 필요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까요? 저는 절대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고문을 하는 사람은 고문을 당하는 사람에게 자백을 원한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로 고문을 당하는 사람은 고문을 하는 사람이 원하는 말을 하게 됩니다. 고문을 당하는 사람한테는 진실인지 여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그 고문의 역사 뒤에는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를 고문했던 경찰이 해방이후 민주화운동가를 고문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으세요? 독립운동가를 고문했던 친일경찰들이 해방 이후 미군정을 통해 그대로 경찰로 있었습니다. 독립운동가를 고문하던 기술이 전수되어, 민주화운동가에게 사용되었습니다. 좌익성향의 독립운동가가 친일경찰에게 고문을 당하고, 북한으로 월북했다는 후일담도 남아 있습니다.

민족반역자(소위 친일파)의 후손들이 재산환수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것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세요? 우리 사회가 역사청산을 하지 못한 대가로 우리 사회의 청렴의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가난을 벗어나지 못 하는 나라, 민족반역자의 후손의 사회 지도층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

이런 얘기를 하는데, 평화와 인권의 관점으로 안내한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으시죠? 하지만 스스로는 평화와 인권의 관점으로 안내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의 거짓 평화가 아니라, 과거에 있었던 잘못된 일들이 현실에서 반복되지 않게 깨어있는 시민으로 사는 것이 더 평화롭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3.1운동은 대표적인 비폭력운동입니다. 그런 운동을 일제가 왜 두려워했을까요? 지금도 평화롭게 진행되는 여러 집회에 대해 국가나 자본이 두려워할까요? 그것은 사람들이 잘못된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것에 대해서 권력을 두렵게 하기 때문입니다.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일을 아시는 분이 계실까요? 그날을 우리가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공식적인 날입니다. 우리는 왜 광복절은 모두 기억하는데, 경술국치일은 기억하지 못 하는 것일까요? 지금도 매주 수요일이면 일본군위안부할머니들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독립유공자들의 후손들이 여러 문제로 국내로 오지 못 하고, 어렵게 살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보는 일도 어렵지 않습니다.

광복 이후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왜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것일까요? 우리는 나라를 빼앗긴 적이 있고, 그때 받은 피해들이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지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서대문형무소에 남아있는 사형장과 옥사, 다양한 전시판넬(일제강점기 원산총파업의 역사 등) 등을 통해서 아직 우리 법제에 남아 있는 사형제와 교정목적을 제대로 다 하고 있지 못하는 현실의 교정제도, 부정적으로 학습된 파업의 숨은 이야기와 일제강점기 일본인과 우리가 받은 차별의 내용을 통한 현실의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 문제,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와 숨은 독립운동의 역사 등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안내 중 사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안내 중 사진
ⓒ 안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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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현실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역사를 기억해야 이유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아와 전쟁 등 눈에 보이는 고통과 아픔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사회에는 차별과 자본·권력의 횡포, 반인권적인 사고들로 우리의 평화를 방해합니다. 어쩌면 그런 현실의 눈을 감으면, 개인적으로는 더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더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 평화길라잡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현실에 눈 감지 않고, 평화와 인권의 감수성을 확산시키려는 노력이 우리 모두를 더 평화롭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평화길라잡이 8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쉽지 않은 교육을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약 2개월의 실내교육을 받아야 되고,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박종철 기념관 안내를 위한 매뉴얼을 쓰면서, 약 6개월의 수습활동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평화길라잡이가 되면, 1달에 1번씩 정기안내를 해야하는 의무까지 생깁니다.

이런 활동을 한다고 해서, 경제적인 이익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안내활동을 한다고 활동비를 받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평화길라잡이 활동을 하기 위해서 서울KYC 회원 자격을 유지해야 되서 매월 회비를 납부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왜 이런 활동을 하는 걸까요? 다들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세상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에 대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생각하며, 작은 저항이라고 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막연히 이상하다, 잘못된 거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나아가야 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당장 평화길라잡이 활동이 당신의 인생을 엄청나게 변하게 한다고 말하지는 못 하겠습니다. 하지만 활동이 당신에 인생에 스며, 당신의 인생을 조금 더 평화롭게 할 것입니다. 부당한 일을 보면, 저항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힘을 만들 수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교육 수강을 먼저 원합니다. 일단 교육을 들어보고, 활동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당신과 함께 하길 바랍니다.

당신에게 평화를...


태그:#평화길라잡이, #서울KYC, #박종철,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남영동 대공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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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평화, 민주주의에 보통 사람보다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서울KYC 평화길라잡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차별과 불공정에 대해서 민감한 편이기도 하지만, 때때로 인권감수성이 너무 낮아서 스스로한테 놀라기도 하는 보통사람입니다.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에 무임승차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기여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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