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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충동에 사는 조아무개씨 댁 세 가족은 정말 딱하다. 제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중부교회 교인들은 이들에게 연탄 400장을 기부했다.
 덕충동에 사는 조아무개씨 댁 세 가족은 정말 딱하다. 제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중부교회 교인들은 이들에게 연탄 400장을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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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토) 오전 10시, 여수중부교회(최연석 담임목사) 교인들의 연탄나눔 행사가 열렸다. 중부교회에서는 매년 연말이면 형편이 곤란해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시민들에게 연탄나눔 행사를 벌인다. 교회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이날 준비한 연탄은 1000장이다. 

교회와 이웃한 연등동 주민들은 살림살이가 넉넉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연탄을 선물 받을 주민들이 사는 곳은 종고산 자락이다. 1m쯤 되는 골목길을 빙빙 돌아 집으로 올라가려면 성한 사람도 무릎이 아프고 힘들 정도다. 연탄장수들한테 배달을 요청하면 구불구불한 좁은 언덕길을 올라와야 하니 돈을 더 얹어 줘도 사양한다고 한다.

종고산 자락에 사는 연등동 주민들은 연탄을 배달받기가 힘들다. 돈을 더 줘도 가파른 언덕길이라 연탄배달부들이 꺼려하기 때문이다.  여수중부교회 교인들과 학생들이 참여해 어려운 이웃에 연탄나눔행사를 하고 있다.
 종고산 자락에 사는 연등동 주민들은 연탄을 배달받기가 힘들다. 돈을 더 줘도 가파른 언덕길이라 연탄배달부들이 꺼려하기 때문이다. 여수중부교회 교인들과 학생들이 참여해 어려운 이웃에 연탄나눔행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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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웃들에게 연탄나눔행사를 하는 여수중부교회 교인들. 남을 돕는다는 기쁨에 힘들어도 웃음꽃이 피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연탄나눔행사를 하는 여수중부교회 교인들. 남을 돕는다는 기쁨에 힘들어도 웃음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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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들이 연탄을 배달한 두 번째 집인 최아무개(65세)씨는 두 살 위인 남편과 산다. 기름보일러를 사용할 처지가 안 돼 연탄으로 난방을 한다. 그녀는 허리수술을 두 번이나 받아 시내라도 나가려면 고역이다.

"67세인 남편이 지금 막노동으로 살아요. 이렇게 허리가 아프니 바깥에 나가려면 계단난간을 붙잡고 간신히 다녀요. 중부교회에서 이렇게 연탄을 주니 미안하고, 고맙고 그래요. 언제 안 아프고 죽을랑가 모르것소."

중부교회 남신도 회장인 설종국씨는 "연탄 1000장을 선물하는 데 65만 원이 들었어요. 하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가파른 동네라 연탄을 배달해주려는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교회 신도들과 여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이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따뜻한 겨울이 되도록 해줬다.

잠시 땀을 닦고 난 일행은 50여 미터쯤 떨어진 강아무개(66세)씨 댁에 연탄을 배달하기 시작했다. 강씨보다 두 살 위인 남편은 젊었을 적에는 이발을 하고 자신도 막노동을 하며 큰 걱정없이 살았다. 하지만 2년 전 집근처 언덕길을 내려오다 넘어져 허리를 다쳤다.

66세 부인이 집으로 내려오는 언덕길에서 굴러 두 번이나 수술을 했지만 안 나아 복대를 하고, 남편은 어지럼병으로 꼼짝을 못하는 집에 연탄을 기부하는 중부교회 교인들.
 66세 부인이 집으로 내려오는 언덕길에서 굴러 두 번이나 수술을 했지만 안 나아 복대를 하고, 남편은 어지럼병으로 꼼짝을 못하는 집에 연탄을 기부하는 중부교회 교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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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두 번이나 수술했는데 안 나아요. 남편이 어지럼병이 생겨 서울이고 어디고 오만 군데를 다녀도 낫지를 않네요. 자식들이 있지만 먹고 살기 어려운 자식이 10만 원 보내주는 돈과 20만 원 나오는 연금으로 먹고 사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손주까지 돌보느라 하루에 연탄이 9개씩 들어가 올겨울을 어떻게 넘길까 걱정했는데 교회에서 이렇게 도와주시니 너무 고맙지라우."

교인들이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덕충동 조아무개(76세)씨 댁이다. 의족을 해 발이 불편한 조씨의 집은 시내에서 만성리로 가는 굴 앞 비탈진 산자락에 있다. 현재 장애1급인 그는 정부지원금으로 살고 있다.

30년 전, 혼자 살던 조씨는 간질환자 아들과 우유배달을 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 아주머니와 함께 어려운 처지를 서로 위로하며 살자고 약속하며 한 가정을 이뤘다. 아이가 6살 되던 해에 만났는데 벌써 36살이 됐다.

부부는 지적장애와 행동장애를 가진 아이가 길가에 나가 행여 잘못해 사고가 날까 걱정돼  아무것도 못하며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금에 연명해 산다. 지난해에는 산비탈을 일궈 푸성귀를 심었다가 일행들 먹으라고 싸주던 아주머니가 미안해하며 한 말이다.

드릴 게 아무것도 없다며 산비탈에 심었던 청호박과 음료수 한 박스를 차에 싣는 조아무개씨 부인. 이제 추운 한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돼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했다.
 드릴 게 아무것도 없다며 산비탈에 심었던 청호박과 음료수 한 박스를 차에 싣는 조아무개씨 부인. 이제 추운 한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돼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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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남의 산비탈을 일궈 푸성귀라도 심었는데 올해는 땅주인이 집을 짓는다며 못하게 해 보다시피 아무것도 못 심어서 드릴 게 없네요. 그래도 비탈진 산자락에 심어놓은 청호박을 드리려고 준비했으니 이거라도 맛있게 드세요."

연탄을 들고 비탈길을 오가느라 땀을 뻘뻘 흘린 교인들은 "이분들은 진심으로 고마워하기 때문에 정말 도와주고 싶어요,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연탄나눔행사에 참가한 여수부영여고 정세빈(고1) 학생이 소감을 말했다.

여수부영여고 1학년 정세빈양이 엄마와 함께 연탄나눔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여수부영여고 1학년 정세빈양이 엄마와 함께 연탄나눔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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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연탄을 사용하는 이웃들에게 연탄을 전해드리는 봉사를 하게 되었어요. 큰 걸 한 것은 아니지만 제 도움으로 그분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고 한 사람 한 사람 힘을 모아서 하는 봉사이기 때문에 더욱 보람차고 뿌듯했어요"

한겨울 바닷바람이 몹시 차다. 하지만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겨울을 선물한 일행의 얼굴에 행복감이 피어올랐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연탄나눔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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