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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에다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권영길(73)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헌법재판소(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황당무계하다"면서 "진보정당이 하나로 통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전 대표는 헌재에 출석해 "통합진보당을 해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지만, 헌재 재판관 9명 중 1명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준 셈이 되었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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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전 대표는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헌재가 헌법의 이름을 빌려서 헌법을 유린한 것이고, 민주주의는 죽었다"며 "정당은 민주주의의 뿌리다, 정당이 민주주의를 이행하는 실체이고, 정당 활동은 헌법으로 보장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죽인 것"이라고 말했다.

"왜냐?"고 물으니 그는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 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고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이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변론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이 언급되었다. 그래서 그는 이번 헌재 결정에 더 할 말이 많다.

그는 "헌재 변론과정에서 민주노동당에 대해 더 문제를 삼았다"며 "정부 측은 민주노동당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서 결성된 정당이라는 주장을 폈다, 북한의 지령으로 창당한 근거로 강령을 들었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과 같은 강령이고, 민주노동당을 문제 삼지 않으면 통합진보당 해산 주장이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을 언급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 지령에 의해 민주노동당 창당했다고?

"민주노동당이 북한의 지령으로 창당되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한 권 전 대표는 민주노동당 창당 과정과 강령에 자세히 설명했다.

"민주노동당 강령에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이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통합진보당에서는 그것을 빼버렸다. 그렇게 바뀌는 것이 오히려 대중들의 요구에 충실한 것이었고,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었다. 민주노동당은 2004년 이후 국회의원 두 자리수 이상을 배출하고, 한때 23%에 가까운 지지율을 받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알아 반영했던 것이다."

"사회주의라는 단어를 버릴 것인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쟁이 있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가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진보적 민주주의'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었고, 대중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내부적으로 논쟁할 때, 범진보진영에 당시 민주당도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구분할 필요도 있었다."

민주노동당 당명과 관련해 그는 "민주노동당이라는 당명은 너무 경직되었다는 말이 있었다"며 "노동자들만의 정당으로 인식되었고, 바꾸어야 한다는 게 다수의 요구였다, 또 민주노동당이라고 하니까 북쪽의 '노동당'이 떠오른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권 전 대표는 "그래서 민주노동당에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이라는 말을 붙였는데, 헌재는 그것도 문제를 삼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헌재는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을 '조작종북정당'으로 만들어버렸다"며 "그것은 마치 '조작간첩'으로 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창당 대표를 지낸 그는 "헌재 변론 때 증인을 서면서 당 창당 과정의 이야기를 했다"며 "저는 창당 때 대표를 지냈기에 누구보다 그 과정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북한 지령에 의한 창당이라거나 '종북'이라고 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1997년 대통령 선거 때 '국민승리21' 후보로 나섰다. 그때 진보진영이 결집했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으로 대선 후보가 되어 출마했다. 33만표를 얻었다. 일부에서는 진보정당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때 제가 했던 말이 있다. '300만표를 얻었다면 진보정당이 되는 것이냐, 아니다, 당초 목표대로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때 같이 일했던 진보인사들이 봇짐을 사서 2년간 노동현장을 다니면서 이삭줍기를 했다. 그래서 2000년 1월 민주노동당이 창당했다."

권 전 대표는 "그런 과정을 거쳐 창당한 정당을 북의 지령을 받아서 건설한 정당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조작"이라며 "민주노동당은 북의 지령을 받아서 건설한 정당이 아니고, 통합진보당도 같은 길을 걸어 왔는데, 절대 북의 지령에 의한 창당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권영길 전 대표는 "민주노동당 창당 대표를 지낸 제 입장에서는 정부의 주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박근혜정부가 제시한 주장은 그야말로 황당무계하다"고 말했다.

"진보정당 대통합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통일대박' 이야기도 했다. 권 전 대표는 "지금 박 대통령은 통일대박을 이야기 했다, 그렇다면 통일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민족동질성이 회복되어야 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용어의 단일화·동일화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겨레말 찾기다. 용어가 다르게 사용되는 것을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 '민주'와 '진보'라는 말을 북에서 쓰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쓰면 안 되는 것이냐. 겨레말을 찾아 단어의 단일화부터 해야 한다. 북에서 쓴 말은 전혀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냐."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진보정치 맏형'인 권영길 전 대표는 '진보정당 대통합'을 제시했다.

"박근혜정부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를 하기 전부터 진보정당은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 이야기를 계속해야 한다. 내년까지는 그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통합진보당이 해산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진보정당은 다시 뭉쳐야 한다. 통합진보당 해산을 수용하자는 말이 아니다. 그 이전부터 요구해 왔고, 대통합만이 진보정당의 살 길이고,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런 입장에서 진보대통합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태그:#통합진보당, #민주노동당, #권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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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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