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구역이 구석도 아니고, 출입문 근처나 통행로에 있어요. 특히 제 동선은 흡연구역이 다 걸려서 지나갈 때마다 스트레스죠. 흡연구역이라 흡연자를 탓할 수도 없고, 그냥 속으로 혼자 불쾌해 하고 있어요."

모 대학에 다니는 A양이 간접흡연으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A양이 다니는 이 대학에는 흡연구역이 따로 지정 되어 있다. 그러나 적절치 못한 자리에 지정되는 바람에 흡연구역이 없는 것만 못하게 된 것이다.

A양이 재학 중인 대학의 경우, 흡연구역이 통행로나 출입구 근방에 있다고 한다. 때문에 비흡연자들은 자연스럽게 담배연기에 그대로 노출된다. 흡연구역 설정이 사실상 무의미해진 것이다.

수도권 15개 대학을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 15개 대학 중 5개 대학은 아예 흡연구역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런 대학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흡연구역 미지정'이 곧 '교내 흡연 금지'를 의미하지만, 사실 흡연자들에겐 캠퍼스 전체가 흡연구역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흡연 미지정 대학들의 경우, 대다수가 흡연자들 스스로 암묵적 흡연구역을 형성중이다.

흡연구역을 지정한 경우에도 그 유형은 다양하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흡연구역은 '어디에',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조사결과, 서울지역과 근방의 흡연구역 설정 10개 대학은 크게 3개의 유형으로 나뉘었다.

[A유형] 부스형 흡연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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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유형:부스형 흡연구역 15개 대학 중 4개 대학이 흡연부스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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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를 포함한 4개 대학은 부스형 흡연구역을 설치했다. 비흡연자의 간접흡연의 피해를 줄일 뿐만 아니라, 흡연자도 눈치 볼 필요가 없는 케이스다. 최근 쾌적한 교내 환경과 비흡연자-흡연자의 갈등 완화를 도모하기 위해, 학생회 선거에서 '흡연부스 설치'를 공약으로 내거는 입후보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를 거두는 흡연부스는 앞으로 더 상용화 될 것으로 예측된다.

[B유형] 비독립형 흡연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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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유형:비독립형 흡연구역 15개 대학 중 3개 대학이 독립되지 않은 지역에 흡연구역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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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구역, 무턱대고 지정만 하면 끝인가요?"

B유형의 학교에서는 흡연구역 지정이 오히려 비흡연자들의 불만만 더 키우고 있다. 흡연구역이 따로 독립되어 있지 않아, 비흡연자 학우들은 간접흡연에 그대로 노출된다. 사실상 흡연구역이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또한 대다수의 흡연구역은 표지판 하나만 세워 놓은 경우가 많아, 그 경계가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 구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어, 비흡연자들의 고충은 더욱 더 커져만 간다.

[C유형] 구석형 흡연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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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유형:구석형 흡연구역 15개 대학 중 3개 대학이 통행로와 출입문과 멀리 떨어진 곳에 흡연구역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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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형 흡연구역은 비교적 간접흡연의 피해가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흡연자들의 입장에선, 굳이 멀리까지 흡연구역을 찾아가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런 경우, '흡연구역 외 흡연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대학에서는 '흡연구역 외 흡연'에 대한 별다른 제재 방안이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관리가 매우 까다롭다. '흡연 에티켓'이 잘 지켜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이 항상 이상적일 수만은 없다. 이런 경우 비흡연자가 그대로 피해를 입기 때문에 '흡연 구역' 위치 선정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올해 9월, 서울의 모 대학에서는 비흡연자와 흡연자의 갈등이 폭행시비까지 번진 사례가 있다. 이는 비흡연자-흡연자 모두가 만족하는 실효성 있는 '흡연구역 지정'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흡연구역은 단순 지정만 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어디에', '어떻게' 설정하는지와 후속 관리가 그 실효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비흡연자와 흡연자의 공존을 위해 각 대학의 '흡연구역'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종합적인 대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