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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와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가 세월호 참사 이후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시민들을 초청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점심을 대접했다.

가족대책위는 20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안산시 단원구 와동체육관에서 '4·16 기억하고 함께 걷다'를 주제로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안산시민 송년회를 열었다.

이날 송년 행사에는 4월 16일 이후 유가족들이 집을 비운 사이 아이들과 부모를 돌봐주고 끼니를 챙겨준 이웃 주민, 참사 직후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와 손과 발이 되어준 자원봉사자, 복지기관 관계자,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위해 전국을 동행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 700여명이 참석했다.

유가족 엄마들이 만든 '엄마의 이야기 공방'에서는 한 땀 한 땀 한올 한올 정성을 들여 세월호를 상징하는 브로치, 뜨개질 핸드폰 고리, 노란리본, 카드 등을 만들어 체육관 입구에서 시민들에게 선물로 나눠줬다.

또한 부대행사로 마련된 '2015년 희망메시지 달기'에서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희망나무 지장찍기를 했고, 그 곁에서 '안산 동행 0416' 회원들이 유가족과 함께 하는 국민간담회 신청을 받았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안산시민대책위가 20일 오전 안산시 와동체육관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도움을 준 시민, 자원봉사자, 활동가 등을 초청해 송년 오찬행사를 열고 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안산시민대책위가 20일 오전 안산시 와동체육관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도움을 준 시민, 자원봉사자, 활동가 등을 초청해 송년 오찬행사를 열고 있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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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별망엄마>로 문을 연 송년 행사는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묵념으로 이어졌다.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사람의 생명보다 돈을 중시하는 부도덕이 사회 곳곳에서 우리 삶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유가족들은 이런 부도덕을 바로 잡고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정부와 국회, 법원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고 시민 여러분들과 함께 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산시민과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저희와 같은 아픔을 다시는 겪지 않도록 여기 계신 여러분들의 뜻을 묻고 여러분들의 마음을 유가족들의 마음에 소중이 담아서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가 제대로 바뀌도록 노력 하겠다"고 덧붙였다.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나눈 안산시민이야기에 이어 엄마의 노란손수건 회원 등으로 꾸린 시민과 함께 부르는 노래에서는 '약속해'를 합창하기도 했다.

지난 5월 9일 '잊지 말아주세요'라는 슬로건으로 안산문화광장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실종된 단원고 학생들을 추모하는 촛불문화제를 주최했던 안산고교회장단연합(Chairman Of Ansan·COA) 학생들도 참석했다.

부곡고등학교 2학년 김도윤 부회장은 "단원고 친구들을 잃었을 때 너무 슬프고 힘들었는데 오히려 유가족 부모님들께서 위로해 주셨다"며 "유가족 부모님들께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어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 그 중 노란리본과 캠페인 인증샷 등을 전달해 드리려고 왔다"고 말했다.

세월호 3년상 치르는 '빛고을 천일순례단' 안산순례길 나서

지난 11월 15일부터 2017년 8월 11일까지 1,000일 동안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순례에 나선 ‘빛고을 천일순례단’이 20일 오후 와동체육관을 출발해 합동분향소를 향해 걸음을 내딛고 있다.
 지난 11월 15일부터 2017년 8월 11일까지 1,000일 동안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순례에 나선 ‘빛고을 천일순례단’이 20일 오후 와동체육관을 출발해 합동분향소를 향해 걸음을 내딛고 있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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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돌아가신 후 생전에 정성껏 모시지 못한 게 한이 되어 탈상을 할 때까지 3년 동안 상복을 입은 채 무덤 옆에 움막을 짓고 매일 제사를 지내며 부모를 기리는 것을 '시묘살이'라고 한다.

빛고을 광주에는 세월호 참사로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의 영혼을 기리기 위한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이 있다. 그 시민상주모임과 17개 마을촛불모임이 만든 '빛고을 천일순례단'이 전세버스를 타고 오전 11시 30분경 와동체육관에 도착했다.

다음은 안산순례길 접수를 담당했던 최선아씨의 말이다.

"순례 길은 단순히 걷는 게 아니라 각자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 세월호가 남긴 숙제 등을 생각하며 천일 동안 매일 걷는 거예요. 그동안 광주에서만 걸었는데, 앞으로 한두 달에 한 번 정도는 다른 지역을 걷자는 논의 속에 첫 번째로 오늘 안산을 찾았어요.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서로 지치지 않고 행동하자고 격려하기 위해 왔어요."

빛고을 천일순례단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고 돈과 자본 중심의 사회에서 사람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광주광역시 전역을 1000일 간 쉼 없이 걸을 예정으로 지난 11월 15일 옛 도청 앞에서 첫 걸음을 뗐다.

첫 걸음을 뗀 후 36일 만인 20일 '세월호 안산'을 찾아 순례길에 나선 것이다. 이날은 세월호 참사 249일째가 되는 날이다. 빛고을 천일순례단은 1000일째가 되는 2017년 8월 11일까지 매일 빛고을 곳곳을 순례한다. 마을 촛불들을 지키고, 시민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 안전사회와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세상을 열어갈 계획이다.

칼바람 헤치고 나선 순례길 "백 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야죠"

‘빛고을 천일순례단’이 세월호 가족대책위 사무실이 있는 경기도미술관에서 유가족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안산순례길에 오른 순례단 중에는 두 명의 시민이 휠체어를 타고 동행했다.
 ‘빛고을 천일순례단’이 세월호 가족대책위 사무실이 있는 경기도미술관에서 유가족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안산순례길에 오른 순례단 중에는 두 명의 시민이 휠체어를 타고 동행했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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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행사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유가족이 체육관에 마련한 뷔페에서 점심을 나눠 먹으며 '세월호 가족과 함께 하는 감사 오찬'을 즐겼다.

식사가 끝난 오후 1시 20분경 빛고을 천일순례단은 합동분향소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잠시 풀렸던 날을 뚫고 몰아치는 칼바람을 헤치고 천일순례단은 2시 10분경 분향소에 도착해 분향을 마쳤다.

이어 가족대책위 사무실이 있는 경기도미술관에서 '세월호 영상'을 관람하고 유가족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전교조 대구지부 교사 14명이 분향을 마치고 합류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행동하기 위해 영호남이 함께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간담회가 끝난 후 천일순례단은 단원고를 찾아 2학년 교실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순례 일정이 늦어지면서 단원고에서 버스로 이동해 단원고 학생 103명이 잠들어 있는 안산하늘공원을 방문한 후 오후 7시경 광주로 향했다.

천일순례단은 빛고을에서 함께 기억하고 함께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던 그 마음 그대로 담아 안산을 찾았다. 안산시민과 유가족을 만나 손을 맞잡은 이들의 걸음걸음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행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결기가 전해졌다.

채 피지도 못하고 수장되어버린 아이들의 탯자리를 걷고 또 걷는 이들은 세월호의 앞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시종일관 꼿꼿한 자세로 휠체어를 타고 순례길에 동행한 김미선씨의 짧고 단호한 말은 눈물 너머 희망을 일궈내야 할 세월호의 내일에 대한 해법으로 읽힌다.

"유가족 아버님, 어머님에게 저희들이 함께 있다는 걸 보여 드리고 싶어 참여했어요. 백 마디 말보다 함께 행동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면 부모님들께서 힘을 얻으실 수 있지 않겠어요?"


태그:#세월호 가족대책위 안산시민 송년회, #세월호 유가족 송년 오찬행사, #빛고을 천일순례단 안산순례길, #광주시민상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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