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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네 가지의 약을 먹어야 된다. 종일 약만 먹는 것 같다.
 하루에 네 가지의 약을 먹어야 된다. 종일 약만 먹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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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종류를 수술한 만큼 먹는 약도 많아서 하루에 네 가지의 약을 먹어야 된다. 종일 약만 먹는 것 같다. 퇴원하고 2주 만에 병원에 갔다. 실밥도 뽑고 가슴에 연결된 호스도 뽑는 날이다. 무엇보다 호스를 뽑을 생각을 하니 병원에 가기도 전에 기분이 홀가분하다.

그 사이에 열이 올라서 응급실에 한 번 실려 가고, 가슴에 연결 된 호스가 막혀서 응급실에 갔다. 퇴원할 때 간호사가 당부하는 말이, 조금이라도 상태가 이상하거나 열이 올라도 그냥 약국에서 약 사 먹지 말고 다른 병원에도 가지 말고, 호스가 막히는 일이 가끔 발생할 수가 있는데 그때도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빨리 응급실로 오라고 당부했다.

응급실 가면서 새삼 깨달은 것... 설마가 실제 상황 될 수도

응급실에 갔더니 득달같이 의사가 달려왔다. 의사 얼굴만 봐도 환자는 안심이 된다. 간호사가 그렇게 당부하는 말을 들으면서 설마 무슨 일이 있으랴 싶었다. 응급실에 몇 번 가면서 새삼 깨달은 게 있다면, 설마가 실제 상황으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거다.

실밥을 뽑으러 시술실에 들어갔다. 실밥 뽑는 것까지가 수술의 마무리인데 당연히 의사가 해야 되는 일 아닌가 싶다. 그런데 간호사가 뽑았다. 기분이 찜찜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의사는 한 사람이라도 더 위급한 환자 수술을 해야 되기 때문일 거라고.

수술한 부위에 따끔거리는 정도의 통증이 있기는 하지만 실밥을 뽑는 느낌은 아니다. 무엇인가 쇠 종류를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는 소리가 땡그랑거린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성미가 발동했다.

"이 땡그랑거리는 거는 무슨 소리예요?"
"실밥 뽑는 소리예요."
"실밥이 왜 소리가 나요? 쇠 소리 같은데. 어디 좀 봐요."

간호사가 내게 보여준 것은 실이 아니었다. 나는 이것 말고 수술한 곳에서 뽑은 실밥을 보여 달라고 했더니 이게 실밥이란다. 세상에나! 그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실밥이 아니었다. 호치키스였다. 사람 몸을 종이 집듯이 호치키스로 기워 놓았다. 어이없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세상 참 편리해졌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함암치료 동안 전담자 네 명... 6개월간 날 것 절대 먹지마

실밥을 뽑은 후에 항암 담당 의사를 만났다. 주치의가 설명해 준 이야기를 좀 더 세밀하게 설명했다. 말로만 듣던 항암이 힘들다는 걸 눈치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나를 전담하는 사람이 네 명인데 네 사람의 역할이 다 다르다.

전담 간호사, 약사, 영양사, 코디네이터, 이렇게 네 사람이 돌아가며 나와 면담을 하고 주의할 점을 얘기하고 위로의 말과 용기를 주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잔뜩 긴장했던 마음이 약간의 여유를 갖게 됐다. 이래서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이 있나보다.

전담 간호사는 항암치료 받으러 갈 때마다 만나서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는 역할을 하고, 약사는 약에 대한 부작용이 있는지, 다른 약을 사용할 상황이 닥쳤을 때 그 약을 써도 되는지를 상담한다. 영양사는 음식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어떤 음식은 먹어도 되고 어떤 음식은 조심해야 된다는 등의 얘기다. 특히 동물성 기름을 조심하고, 고단백질 섭취를 많이 하되 골고루 잘 먹어야 항암을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6개월 간은 날 것은 무엇이든 절대 먹지 말라는 주의를 줬다. 그 이유는, 수술한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날것을 먹었을 시에 행여 세균이 침투할 수가 있기 때문이란다. 코디네이터는 이 모든 것을 종합해서 설계를 하는 것 같았다.

아프니까 친절한 사람도 참 많다. 이거 먹어라, 저거 먹어라. 이거 먹지 말라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카더라' 군단이다. 카더라 군단은 환자나 환자를 직접 돌본 직계 가족이 아닌 주위의 사람들이고 대다수가 주워들은 풍월을 옮기는 것이다.

그 주워들은 풍월 중에서도 어쩌다 맞아 떨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먼저 수술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의사 말만 들어라'다. 나는 언니에게 훈련을 하도 받아서 그런지 '카더라'는 안 믿는 편이다. 이런 나를 섭섭해 하는 사람도 있다. 딴에는 정성껏 무언가를 준비해서 주는데 받는 사람이 별로 반기지 않으니 말이다.

나와 같은 종류의 수술을 한 지 17년이 된 언니가 세끼 식사 외에 제일 많이 먹은 것은 홍삼이다. 이런 저런 홍삼이 있지만 직접 풍기에 가서 마른 홍삼뿌리를 사서 가루를 내어 숟가락으로 퍼 먹거나 꿀물에 타서 먹기도 했다. 홍삼 다음으로 많이 먹은 것이 생강과 마늘과 콩이다. 이것들은 된장이나 고추장을 담그는데도 양념으로 들어가고 반찬을 만들 때도 좀 많다라고 생각될 정도로 넣어서 먹었다.

내가 이런 말 하는 것도 다른 사람이 듣기에는 일종의 '카더라'가 될 수도 있지만, 내가 직접 목격한 것이기에 나도 먹는 중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도 '넘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는 말을 명심해야한다. 주치의와 상의도 해야 한다.

의사가 처방하는 약 외의 것은 약으로 먹으면 안 된다. 보조식품이 되는, 그것도 일반적으로 흔히 먹는 것 중에서 몸에 맞는 것을 택해서 먹어야 한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항암을 안 한 상태라서 입맛에는 변함이 없기에 이것저것 잘 먹는 편이다. 담당 간호사가 항암 들어가기 전부터 음식을 잘 먹어서 버틸 힘을 길러야 된다, 주로 단백질 섭취를 많이 하라고 권장하기에 음식으로는 콩과 장어와 북어를 많이 먹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을 먹어도 마음가짐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서 병은 절반 이상이 치료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불신하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이 따르는데도 좋다고 해서 비싼 것을 구해서 먹는다면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그 효과를 제대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소한 음식을 사 먹지 않고, 인스턴트 음식을 안 먹고 자연식을 하는 것만으로도 치료에 일조한다.

병원에서 신신당부하는 것이 있다. 절대로 살을 찌우면 안 된단다. 특히 유방암 환자는. 그리고 운동을 하는데, 체조나 걷기를 적당히 하라고 했다. 이는 무리한 운동을 하지 말고 그 양도 너무 많이 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제 일주일 뒤에는 본격적으로 항암치료를 시작한다. 그전에 미리 해 둘 일이 있다. 보험회사 일을 보고, 주위 사람들과 소원했던 연락도 좀 하고. 그리고 제 2차 잠수를 타야겠지. 항암을 하고 방사선 치료를 하는 기간이 많이 기니까 꼭 보고 싶은 사람은 집으로 불러서 수다도 떨고 맛있는 것도 먹어야겠다.


태그:#항암, #홍삼, #생강 마늘 콩, #호치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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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시원한 청량제, 겨울에는 따뜻한 화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쓴 책 : 김경내 산문집<덧칠하지 말자> 김경내 동시집<난리 날 만하더라고> 김경내 단편 동화집<별이 된 까치밥> e-mail : ok_0926@daum.net 글을 써야 숨을 쉬는 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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