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자다>의 MC들.

<나는 남자다>의 MC들. ⓒ KBS


예고된 결말을 맞는 기분은 둘 중 하나다. 아쉽거나 후련하거나.

20회 내내 "시즌2로 뵙고 싶다"고 되새기고 또 되새기던 KBS 2TV <나는 남자다>가 19일 방송으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평균 4~5%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JTBC <마녀사냥>, MBC <나 혼자 산다>, SBS <웃찾사>와 경쟁을 펼쳤다.

이 국민MC 유재석과 일반인 예능의 만남은 그러나 썩 만족할만한 결과를 보여주진 못한 것 같다. 시청률 면에서 단 한 번도 <나 혼자 산다>를 넘어서지 못했고, 화제성 면에서도 <마녀사냥>을 압도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유재석의 제 4의 예능에 쏠린 관심을 제외하면, <안녕하세요>가 이뤄낸 일반인 예능에 대한 호감을 이어가지 못 했다. 다행인 점은 '남성'에 국한해 초대했던 일반인 출연자들의 폭을 확대하고, 취준생 특집과 같이 소재를 확장하려는 자구책 정도였다랄까. 갈수록 방송이 안정됐다는 점도 시즌2의 전망을 그리 어둡게 만들지 않는 대목이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인물을 꼭 거론해야 겠다. 바로 김제동이다.  

일반인 예능과 유재석의 만남 <나는 남자다>, 김제동의 활약 돋보였다

 <나는 남자다>의 유재석과 김제동.

<나는 남자다>의 유재석과 김제동. ⓒ KBS


<나는 남자다>를 거칠게 양분하자면, 유재석과 일반인 출연자들의 시너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매 회 주제에 맞는 일반인 출연자들을 요리하는 유재석은 말 그대로 쇼를 관장하는 메인 호스트다. 그의 지분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나는 남자다>는 그저 착한 토크쇼로 흘러가 버린다.

'19금' 권오중, '윽박' 장동민, '깐족' 허경환, '배우' 임원희 등 회가 거듭되면서 캐릭터가 명확해진 나머지 MC들은 유재석의 탁월한 진행에 올라탄 선원들과도 같다. 그만큼 독자적이고 독보적인 족적을 남기기에 부족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면, 후반부 게스트로 등장한 김제동은 뭐가 달라도 확실히 달랐다. 유재석의 천적으로 부각되고, 못생긴 아저씨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자기 캐릭터를 강하게 구축했다. 특유의 언변으로 감동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해피투게더> 시절부터 이어온 유재석과의 핑퐁과도 같은 호흡은 일반인 출연자들에 대한 리액션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나는 남자다>에서 단연 빛을 발했다. 김제동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19회와 마지막회의 온도차를 확인해 보면 더 명확해 진다. 진행자 유재석을 뒷받침하는 2인자로서의 능력은 <해피투게더>의 박명수와 비교해도 뒤질 것이 없을 정도다.

시즌2를 살릴 확실한 구원투수 김제동

 <나는 남자다>에 출연한 김제동.

<나는 남자다>에 출연한 김제동. ⓒ KBS


김제동 없는 마지막회가 맥이 빠진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이한 이름', '닮은꼴', '주당남녀', '음치' 등 특이했던 우수 출연자와 그에 대적하는 새로운 얼굴이 등장한 마지막회는 <나는 남자다>의 장단점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었다.

일반인 출연자들이 줄 수 있는 신선하고 친근한 웃음과 기승전결 없이 어떤 이들이 출연하느냐에 따라 재미가 좌우되는 한계. 그 사이에서 유재석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길을 헤매고 있는 듯한 <나는 남자다>는 그래서 더 MC들의 무게감과 분량을 키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 적임자야말로 유재석과 대거리를 하며 웃음을 끌어낼 수 있는 김제동이 1순위다. 토크콘서트를 통해 관객과 호흡하는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방송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방송인 역시 김제동이다.

종종 <무한도전>에 출연해 깜짝 웃음을 선사하는 김제동이 고정 진행자로 활약한다면,  <나는 남자다>는 기존 포맷을 유지하면서도 소소한 웃음을 한층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시즌2를 확정 짓지 못한 <나는 남자다> 제작진들이여, 하루 빨리 김제동을 섭외하시기를. 그 안쓰럽고 못 생긴 노총각이야말로 남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프로그램을 살릴 적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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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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