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패하는 법을 잊은 우리은행의 독주가 그칠 줄 모른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 한새는 19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14-2015 여자프로농구 KDB생명 위너스와의 경기에서 81-59로 승리하고 개막 후 15연승을 질주했다.

우리은행은 경기 시작 3분 만에 주전 가드 이승아가 발목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4쿼터에만 31득점을 폭발하며 22점 차로 여유 있게 승리했다. 3시즌 연속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우리은행의 독주 속에는 '대기만성 에이스' 임영희의 대활약이 숨어있다.

10년 동안 벤치 멤버, 우리은행 이적 후 정상 등극

마산여고 시절 신정자(KDB생명)와 함께 팀을 이끌었던 임영희는 1999년 신세계 쿨캣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신예에 불과하던 임영희는 장선형, 이언주 등 쟁쟁한 선배들의 틈바구니에서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임영희는 프로에서 10년 동안 활약했지만 한 번도 시즌 평균 10점을 넘겨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철저한 무명이었다는 얘기. FA를 앞둔 2008-2009 시즌에도 성적은 평균 2.5득점 1.3리바운드 0.6어시스트에 불과했다.

딱히 내세울 만한 실적이 없던 FA 임영희가 갈 수 있는 팀은 전 시즌 최하위 우리은행 뿐. 결국 임영희는 2009년 4월 우리은행과 3년계약을 체결하고 프로 입단 10년 만에 처음으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물론 임영희가 가세했다고 우리은행이 하루 아침에 강팀이 되진 못했다. 하지만 임영희의 우리은행 이적은 선수에게나 팀에게나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적 첫 해였던 2009-2010 시즌 우리은행의 주전 포워드로 나선 임영희는 평균 11.5득점 4.3리바운드 3.6어시스트로 활약하며 주전 선수로 도약했다.

그리고 2012년 4월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가 부임하면서 우리은행은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임영희는 2012-2013 시즌 평균 15.4득점 5.2리바운드 3.3어시스트로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리며 리그 MVP와 챔프전 MVP를 싹쓸이했다.

임영희는 지난 시즌에도 평균 13.9득점 3.7리바운드 2.7어시스트로 우리은행의 통합 2연패를 이끌었다. 2년 연속 챔프전 MVP에 선정된 임영희는 오랜 무명 생활을 이겨내고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우리은행의 무패 독주를 이끄는 '대기만성 에이스'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으로 대한민국의 금메달을 견인했던 임영희는 이번 시즌에도 우리은행의 에이스이자 주장으로 무패행진을 이끌고 있다(임영희는 지난 2011-2012 시즌부터 4시즌째 우리은행의 주장을 역임하고 있다).

사실 임영희의 득점력은 리그 MVP에 선정됐던 2012-2013 시즌을 정점으로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뒤늦게 꽃을 피운 임영희 역시 내년이면 36세가 되는 만큼 흐르는 세월을 거스를 순 없다.

하지만 임영희는 떨어지고 있는 득점력을 다른 부분에서 채우고 있다. 실제로 임영희는 이번시즌 3.7어시스트로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임영희의 생애 최고 기록이자 이번 시즌 우리은행 팀 내 1위 기록이기도 하다. 임영희의 포지션이 가드가 아닌 포워드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대단한 기록이다.

물론 임영희의 탁월한 득점 감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임영희는 주전 가드 이승아가 발목부상으로 일찌감치 이탈한 19일 KDB생명전에서 팀 내 최다인 23득점을 폭발시키며 오랜만에 에이스 본색을 마음껏 뽐냈다. 4개의 리바운드와 5개의 어시스트는 덤이었다.

특히 임영희는 13개의 슛을 시도해 10개를 적중시키며 무려 76.9%라는 놀라운 필드골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날 우리은행은 54.1%의 필드골 성공률을 기록했는데 여기서 임영희의 기록을 빼면 필드골 성공률은 47.9%까지 떨어진다. 임영희가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예다.

우리은행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삼성 블루밍스와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지난 2003 여름리그에서 세운 삼성생명의 개막 최다 연승 기록(15연승)을 경신하게 된다. 이 역사적인 기록에 도전하는 순간에도 임영희는 우리은행의 선봉에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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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한새 임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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