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프로야구는 연봉협상의 계절이다. 계약 내용만 봐도 올 시즌 그 선수의 활약 정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넥센 히어로즈 구단은 1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총 17명의 선수와 연봉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넥센은 연봉계약 대상자 46명 중 40명과 계약을 완료해 86.9%의 높은 계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넥센은 총 2명의 선수가 억대 연봉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불펜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던 마정길은 높은 팀 공헌도를 인정 받아 8800만원에서 1억4000만원(59.1%인상)으로 연봉이 수직상승했다.

추격조-필승조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오르는 마당쇠

마정길은 지난 2009년 청주고로 흡수돼 역사 속으로 사라진 청주기계공고(현 청주공업고등학교) 출신이다. 지명권이 영구적으로 유효하던 1998년 2차 10라운드로 한화 이글스에 지명됐다.

고교졸업 후 단국대로 진학한 마정길은 2002년 한화에 입단했다. 대학시절 활약을 바탕으로 2억 원의 적지 않은 계약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마정길의 프로생활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정길은 특정한 보직없이 팀에 마땅히 등판할 투수가 없을 때마다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무려 155경기에 등판했던 마정길은 2004시즌 후반 프로야구를 강타한 병풍사건에 연루돼 2005년 군에 입대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2007년 팀에 복귀한 마정길은 그 해 12이닝을 던지며 1패1홀드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그리고 '충격과 공포'의 2008 시즌이 마정길을 덮쳤다.

2008시즌 윤규진과 구대성, 브래드 토마스로 필승조를 구성한 한화 불펜에서 마정길은 무려 64경기 92.2이닝이라는 불펜 전문 투수로는 믿기 힘든 투혼(?)을 발휘했다(2승1패2세이브7홀드2.91). 그 때부터 마정길은 정현욱(LG트윈스, 당시 삼성 라이온즈), 정우람(SK 와이번스)과 함께 프로야구 '3대 노예'로 등극했다.

2009년에도 54경기에 등판한 마정길은 2010 시즌을 앞두고 좌완 마일영과의 트레이드로 넥센으로 이적했다. 유니폼을 갈아 입은 후에도 마정길의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 마정길은 넥센으로 이적한 후 2년 동안 103경기를 소화하며 선발 투수와 마무리 손승락을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그렇게 대전의 마당쇠에서 목동의 마당쇠로 변신해 제 역할을 다하던 마정길은 2011년 8월 식당에서 미끄러져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마정길은 이 부상으로 2012 시즌을 통째로 쉬었고 넥센 마운드에는 한현희라는 젊고 싱싱한 잠수함 투수가 등장했다.

정규시즌 활약 인정 받아 6년 만에 억대 연봉 재진입

작년 시즌 29경기에 등판(4승1패1세이브1홀드4.09)하며 안식년(?)을 보낸 마정길은 이 때 얻은 추진력을 바탕으로 올 시즌 다시 본격적인 노예활동(?)을 재개했다. 필승조가 아님에도 팀 내에서 3번째로 많은 56경기에 등판한 마정길은 64이닝을 던지며 3승3패7홀드4.78의 성적으로 성장이 느렸던 젊은 투수들(조상우 제외) 사이에서 노익장을 발휘했다.

마정길의 올 시즌 성적을 보면  2승6홀드를 따낸 전반기에 비해 1승 1홀드에 그친 후반기에 다소 부진해 보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피안타율은 전반기(.261)에 비해 후반기(.197)에 더욱 낮아졌으니 시즌이 거듭될수록 구위가 떨어졌다고 평가하긴 힘들다.

넥센은 지난 포스트시즌에서 앤디 밴 헤켄-헨리 소사(LG)-오재영으로 이어지는 3명의 선발 투수와 조상우-한현희-손승락으로 구성된 3명의 필승조 만으로 10경기를 치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불펜의 '4옵션' 마정길은 2-9로 패했던 플레이오프 2차전(1이닝 1실점)과 1-7로 패했던 한국시리즈 2차전(0.2이닝 1실점) 단 2경기에만 등판했다. 평소(정규리그)에는 시도 때도 없이 불려 나가다가 정작 중요한 순간(포스트시즌)엔 뒷방신세로 전락하는 노예의 처연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넥센 구단은 마정길의 희생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리고 59.1%라는 연봉 인상률로 마정길의 가치를 인정해줬다. 1억4000만원의 연봉은 프로데뷔 후 최고액이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 마정길도 '성공한 노예'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내년 시즌 넥센은 홀드왕 한현희의 선발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마정길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마정길은 내년 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얻는다. 진정한 '노예해방'의 그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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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마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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