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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집에 가져 갈 김치입니다.
 아이들이 집에 가져 갈 김치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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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연말이라 그런지 그리운 얼굴이 많습니다. 먼 곳에 있는 지인들에겐 전화로 안부를 물었습니다. 가까이 있는 벗들은 되도록 얼굴 보며 덕담을 나누는 게 제일이지요. 유독 한 친구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무작정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어서 와. 바쁜 자네가 여기까지 어인 걸음?"

지난 18일 오후, 친구가 기다렸다는 듯 현관에서 반기면서 고개를 갸우뚱 합니다. 친구 부부가 운영하는 유치원은 30대 초반이었던 20여 년 전에는 제 집 드나들듯 했던 곳입니다. 이번 발걸음은 몇 년 만입니다. 그러니 친구가 놀랄 만하지요. 너무 무심했지요. 살다보니...

"우리 아이들하고 김장하는데 같이 김장 할래?"

보고 싶어 찾아 온 친구에게 별 제안을 다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담는 김장 구경도 괜찮을 것 같더라고요. 김장 규모가 장난 아니었습니다. 배추 6백 포기라니. 이 김장 김치는 내년에 아이들이 먹을 거라더군요. 배추도 아이들이 직접 재배한 거라네요.

"유치원 밭에 심은 배추를 뽑아 집에 한 포기씩 보냈더니, 학부모님들이 쌈도 싸먹고 국도 해 먹었다고 좋아 하네요."
"양손으로 배추를 잡고 이렇게 양념을 무치면 돼요."

양손에 비닐 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두른 아이들이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사뭇 진지합니다. 김장이라는 놀이 앞에 진지해진 것 같습니다. 엉성한 폼에 웃음이 삐질삐질 나옵니다. 양념을 무치는 건지, 마는 건지, 가늠이 서질 않습니다. 선생님이 다시 김치 담는 법을 설명합니다.

제법 폼 나게 김치 담는 친구들도 보입니다. 7세반의 예람이와 리원이는 "집에서도 해봤다"고 자랑입니다. 아이 때는 무엇보다 경험이 중요합니다. 그러니 자랑할 만합니다. 김치를 집어 먹는 아이들도 보입니다. 김치 맛은 현장에서 직접 먹어봐야 하지요.

"김치를 잘 먹지 않던 두 아이가 저렇게 김치 먹는 것 좀 봐요."

김장은 편식하는 아이까지 포용하고 있었습니다. 정혜경 선생님은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김장은 양념이 맵거나, 편식으로 김치를 잘 먹지 않은 아이까지 김치를 잘 먹게 하는 힘이 있다"고 소개합니다. 아무래도 자기가 직접 담은 김치라 더 특별하겠죠. 도윤이의 소감이 체험의 중요성 전하는 것 같습니다.

"엄마가 김치 담는 것만 봤는데 내 손으로 김치를 직접 담아보니 재밌어요."

자기가 담은 김치 자랑하는 아이들 모습, 눈에 훤하다

고사리 손으로 김치를 담고 있습니다.
 고사리 손으로 김치를 담고 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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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 반으로 옮겼습니다. 손으로 양념을 찍어 먹던 한 친구가 춤을 춥니다. 왜 그러냐 물었더니, "몸으로 맛있다는 표현을 하는 거"랍니다. 율동이 말보다 더 와 닿습니다. 수림이와 종찬이도 버무린 김치를 한 입 베어 물고 있습니다. 맛있는지 확인하는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앞치마와 비닐 장갑을 다 낀 친구들은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세요."

5세반은 어린 태가 물씬 납니다. 자기 몸 가누기도 힘든 녀석들의 김치 담는 광경은 동화입니다. 꼬무락꼬무락 김치 먹는 모습은 귀요미의 극치입니다. 김치 먹는 다현이의 폼이 어찌나 천연덕스럽던지... 절로 웃음이 나더군요. 아이들이 희망인 이유입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담은 김치는 한 포기씩 집으로 보낼 거라네요. 친구는 "집에서 자기가 담은 김치 가져왔다며 자랑하는 아이들 모습이 눈에 훤하다"면서 "그걸 보고 즐거워하는 부모들 모습이 상상된다"며 흐뭇해했습니다. 김치 담는 아이들을 보며 흐뭇해하는 친구를 보니 저까지 삶의 활기 충전입니다.

그나저나 무작정 찾아 온 친구를 반겨주는 친구가 고마울 따름입니다. 나이 50에 부담 없이 친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게 행복입니다. 부디 건강하고, 여전히 변함없는 열정 쏟길 바랍니다. 모두들 연말 마무리 잘 하시길...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김장, #김치, #유치원,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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