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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근과 김정욱이 70미터 굴뚝 위에서 차 한잔으로 추위를 달래고 있다.
 이창근과 김정욱이 70미터 굴뚝 위에서 차 한잔으로 추위를 달래고 있다.
ⓒ 이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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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9일)로 쌍용차 해고노동자 이창근·김정욱 동지가 70m 상공 굴뚝에 오른 지 7일째가 됩니다. 그들이 굴뚝에 올라 간 후, 매일 안타깝게 날짜를 세며 안부를 챙겨야 하는 곳이 한 군데 더 늘었습니다.

오늘 페이스북을 보니, 김정욱 동지가 자신과 함께 굴뚝에 오른 창근 동지의 마흔 한 번째 생일이 오늘이라는 글을 올렸더군요.

2014년 12월 19일 이창근 동지는 70미터 상공 굴뚝에서 마흔 한 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2014년 12월 19일 이창근 동지는 70미터 상공 굴뚝에서 마흔 한 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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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창근 41살 생일입니다. 2003년 알게되서 자영씨를 만나고 주강이가 태어나는 걸 보면서 11년을 동지라는 이름으로 함께했습니다. 우리 잘 맞는 벗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창근과 김정욱이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이라는 일터에서 만난 동지라면, 우리는 대한문 동지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 용산, 강정, 밀양, 부산, 대한문, 안산, 광화문 등에서 수많은 동지들이 생겨났습니다.

서로 살아온 환경, 문화, 지역, 학력, 종교, 나이, 취향 등 어느 것 하나 공통점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또 나처럼 평범한 시민들이라, 투철한 이념이나 사회의식으로 무장된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하지요. 그저 자기 생활에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살다 세월호 참사를 보고 놀라 나온 사람들처럼, 용산 참사,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죽음, 25m 상공 크레인에 오른 김진숙, 사지가 들려 내팽개쳐지는 밀양 할매, 레미콘을 팔 벌려 막아선 강정 문정현 신부님의 안타까운 외침을 보고, 듣고, 미안한 마음에 손이라도 한번 잡아보겠다며 모인 사람들이니까요.

제게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좀 특별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2011년 임무창씨 돌연사로 쌍용차 기획실장 이창근 동지를 처음 만났습니다. 안타깝게 계획이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페이스북에서 남매의 학자금을 위한  장학모임을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있었거든요.

저는 부끄럽게도 쌍용차 77일간의 옥쇄파업에 관심을 갖지 못했습니다, 2009년 1월 22일 '용산 학살' 현장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14번째 죽음을 보고서야 미안한 마음이 들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제가 관심을 갖는다고 해야, 그저 오가며 그들의 모습을 보고 소식을 알려주는 정도로 미미한 것이지요.

쌍용차 해고자는 원직 복직되야만 합니다.
▲ 부당해고자 전원복직 릴레이 일인 시위 쌍용차 해고자는 원직 복직되야만 합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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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부터 지금까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필사적인 몸부림을 지켜봤습니다. 수없이 침탈당하다 마침내 새벽 기습 철거로 화단이 되어 버린 대한문 분향소, 세 번에 걸친 평택 공장 앞 희망텐트, 희망뚜벅이, 김정우 전 지부장의 목숨을 건 39일간의 단식, 열 두 명의 집단 단식과 삭발,  전류가 흐르는 철탑에 올랐던 문기주, 한상균, 복기성의 모습에 이어 지난 13일 70m 상공 굴뚝에 올라 1m 남짓한 공간에서 사투를 벌이는 이창근, 김정욱의 모습까지 말입니다.

"함께 살자"고 외치며 옥쇄 파업을 벌였던 쌍용자동차 노동자 2646명의 대량해고는 불법회계조작에 의한 부당해고임이 고등법원에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이를 대법원이 자본가의 편을 들어 뒤집어 버렸습니다. 법의 정의가 사라진 것이지요.

5년이 넘게 거리에서 싸우던 해고노동자 두 명이 칼바람 속에 70m 상공 굴뚝 위로 올라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다른 복잡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상식을 가진 보통 사람의 양식에 호소하고 싶습니다.

쌍용자동차는 새로 일할 사람을 뽑으면서도 '옥쇄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노동자들을 복직 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정리해고 자체가 불법회계 조작에 의한 것이니 그들의 파업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입니다. 부당한 해고를 당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전원 원직 복직되어 내년 이맘때에는 해고노동자  이창근이 아닌, 쌍용자동차 노동자 이창근의 생일 축하 밥을 함께 먹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70m 상공 굴뚝에 오른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를 전원 복직시키라는 피켓 시위가 광화문 광장 앞에서 이어집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부탁합니다. 시민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태그:#쌍용차해고자 전원복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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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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