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인 탓에 캐럴 모음집 제작 대신 시즌송(계절노래) 형태의 싱글 발표가 중심을 이루고 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의 캐럴 음반들 역시 12월이면 꾸준히 음악팬들의 귀를 즐겁게 만들어주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 늦은 밤, 아늑한 분위기 속에 듣기에 딱 알맞은 '재즈 캐럴' 음반들은 불황기 음반시장에서 나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재즈를 잘 모르는 일반 음악팬들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1960년대 고전부터 2000년대 이후 최신 감각으로 녹음된 다양한 형태의 '재즈 캐럴' 4장을 소개해 본다.

빈스 과랄디 트리오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A Charlie Brown Christmas)>

 빈스 과랄디 트리오 -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

빈스 과랄디 트리오 -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 ⓒ 유니버설 뮤직


<피너츠(Peanuts)>는 만화가 찰스 슐츠(1922~2000)가 탄생시킨 인기 신문 만화였다. 4컷 짜리 지면용 작품으로 시작, 1960년대 들어 TV용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었는데 이때 극 중 삽입곡을 작곡·연주한 인물이 바로 빈스 과랄디(1928~1976)였다.

어리숙하지만 착한 소년, 찰리 브라운을 중심으로 괴짜 친구 라이너스와 루시, 그리고 강아지 스누피, 작은 새 우드스톡 등의 캐릭터는 그의 음악을 만나면서 더욱 생명력을 얻게 되었고 지금껏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만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2015년 '찰리 브라운' 탄생 65주년을 맞아 극장판 3D 애니메이션이 개봉될 예정)

1965년 제작된 미국 CBS TV의 25분짜리 동명의 특집 프로그램 사운드트랙으로 제작된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는 매년 성탄절을 앞두고 꾸준히 재발매되며 인기를 누린 스테디셀러다. 특히 그래미 어워드 명예의 전당에 헌액(2007년)되었고, 미국 의회 도서관에 '역사적인 자료'로 등재(2012년)되는 등 미국 학계와 예술계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은 재즈 걸작이기도 하다.

TV 시리즈의 메인 테마곡인 '라이너스 앤 루시(Linus & Lucy)' '스케이팅(Skating)' 등의 창작곡과 '오 타넨바움(O Tannenbaum)' '그린슬리브즈(Greensleeves)' 등의 고전 민요, '포 엘리제(Fur Elise)' 같은 클래식 곡 등 크리스마스와 겨울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소박하지만 차분한 피아노 트리오 연주곡들이 물 흐르듯 전개된다.

발매된 지 50년 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깔끔하며 명료한 소리를 담아낸 것은 본작이 지닌 또다른 미덕 중 하나다. 

에디 히긴스 트리오 <크리스마스 송즈(Christmas Songs)>

 에디 히긴스 트리오 - 크리스마스 송즈

에디 히긴스 트리오 - 크리스마스 송즈 ⓒ JINI MUSIC


에디 히긴스(1932~2009)는 2000년대 들어 국내 재즈팬들에게 사랑 받았던 '늦깎이 재즈 스타'였다. 1950년대부터 미국 클럽 무대를 통해 데뷔한 이래 꾸준히 활동을 펼쳤지만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그는 1990년대 들어 일본의 비너스 레이블을 통해 제작한 음반들이 일본 재즈 시장에서 인기를 모으면서 뒤늦게 각광받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발표했던 <비위치드(Bewitched)> <시크릿 러브(Secret Love)> 등의 작품들은 음반 불황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국내 시장에서도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게 된다.

지난 2004년 공개했던 첫 번째 캐럴 연주곡집인 <크리스마스 송즈>는 '렛 잇 스노우(Let It Snow)' '화이트 크리스마스(White Christmas)' 등 남녀노소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고전 캐럴들을 에디 특유의 경쾌하면서도 명료한 선율로 재해석한 음반이다.

그의 노년기 활동을 함께 했던 제이 레온하트(콘트라 베이스), 조 애시온(드럼)의 안정감 있는 리듬 연주를 바탕으로 편안하면서도 자유 분방하게 연주되는 피아노 소리는 이 캐럴집에서도 여전히 아름답게 울려퍼진다. 본작의 인기에 힘입어 2년 후인 2006년 2집이 공개되었고 지난해엔 1, 2집을 합친 특별판이 한국에서만 발매되기도 했다.

<지알피 크리스마스 콜렉션(A GRP Christmas Collection)> 1~3집

 지알피 크리스마스 콜렉션

지알피 크리스마스 콜렉션 ⓒ 유니버설 뮤직


최근 치열한 경합이 한창인 SBS < K팝스타4 > 14일 방영분에서 출연자 존 추의 음악을 평가하던 심사위원 유희열은 그에게 "한국에서 본 적 없었던 도시감성의 피아노 팝을 제대로 구사한다"는 극찬과 함께 지알피(GRP), 데이브 그루신, 마이클 맥도널드(가수)의 이름을 언급했었다. 

'지알피'는 바로 영화음악가이자 재즈 피아니스트 데이브 그루신이 설립한 명문 퓨젼 재즈 레이블이었다. 지금은 비록 인수-합병 등의 과정을 통해 사실상 사라진 이름이 되었지만 이 음반사를 통해 1980~90년대에 걸쳐 제작된 재즈 음반들은  김현철, 장기호(빛과 소금), 조동익(어떤 날) 등 1990년대 국내의 내노라 하는 연주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 바 있다. 

<지알피 크리스마스 콜렉션>은 1988년 처음 발매된 음반으로 당시 지알피 소속으로 활동하던 리 릿나워(기타), 다이앤 슈어(보컬), 칙 코리아(키보드), 데이빗 베누아(키보드) 등 쟁쟁한 연주인들이 크리스마스 캐럴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작품집이었다. 참여한 인물들의 이름값에 걸맞게 화려한 기교와 연주력이 총동원되어 여타 모음집과는 차별되는 색다른 맛을 선사하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아직 디지털 녹음이 생소하던 1980년대 초반부터 이를 일찌감치 자신들의 음반 제작에 도입했던 혁신적인 회사답게 지금 들어도 빼어난 음질로 담겨져 오디오 마니아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3집까지 연이어 공개되었고 국내에선 2000년대 후반 1, 2집 합본 형태로 재발매되었다.

크리스 보티 <디셈버(December)>

 크리스 보티 - 디셈버

크리스 보티 - 디셈버 ⓒ 소니뮤직코리아


크리스 보티는 2000년대 이후 새롭게 각광받기 시작한 재즈 트럼펫 연주자다. 1990년대 들어 팝스타 스팅의 백업 밴드에 참여하며 특유의 뮤트 트럼펫 연주를 선사하며 음악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그는 여심을 흔들 만한 수려한 외모도 겸비, 인기 음악인으로서 쉽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특히 <웬 아이 폴 인 러브(When I Fall In Love)>(2004) <투 러브 어게인(To Love Again)>(2006) 등은 재즈 음반으로는 보기 드물게 미국 시장에서도 각각 골드 레코드(50만 장 이상 판매 인증)를 기록하며 대중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디셈버>는 그가 팝스타급 인기를 얻기 직전이던 2002년 발매한 캐럴 연주곡집이면서, 스탠다즈 재즈부터 장엄한 분위기의 클래식, 펑키 재즈, 팝, 알앤비 등 다양한 형태의 편곡이 돋보인 작품이다.

경건한 느낌의 성가로 재해석한 '아베 마리아(Ave Maria)', 레너드 코헨의 명곡을 리메이크한 '할렐루아(Hallelujah)', 여름에 잘 어울릴 법한 보사노바로 겨울 분위기를 만들어낸 '산타 클로스 이스 커밍 투 타운(Santa Claus Is Comming To Town​)' 등 총 13곡이 담겨져 있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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