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한국 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9위로 2014년을 마감했다. FIFA가 발표한 올해 마지막 12월 세계랭킹에 따르면 한국은 랭킹 포인트 481점을 획득해 지난달과 변동 없이 순위를 유지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이란(51위), 일본(54위)에 이어 3위다.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 A조에서 만날 상대국의 순위를 살펴보면 개최국 호주가 100위, 오만이 93위, 쿠웨이트는 124위를 기록했다. 세계랭킹 1위는 지난 11월과 마찬가지로 '월드컵 우승국' 독일이 수성한 가운데 2위는 아르헨티나, 3위 콜롬비아, 4위 벨기에, 5위 네덜란드 등 상위권 주요 국가들은 순위 변동이 없었다.

한국 축구는 2014년 1월 FIFA 랭킹을 53위로 시작했으나, 연말 12월에는 69위로 무려 16계단이나 떨어졌다. 특히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7월 이후로는 하락폭이 더욱 커졌다. 9월(63위)-10월(66위)-11월(69위)까지 3개월 연속 역대 최저 랭킹을 경신하는 굴욕을 당했다. 12월은 지난 중동 2연전 이후 더 이상 A매치를 치르지 않아 랭킹 포인트가 변함없었다.

이러한 한국 축구의 피파랭킹 급락은 두 가지로 돌아볼 수 있다. 역시 첫 번째는 A매치에서의 경쟁력 약화다. 상반기 브라질 월드컵을 이끌었던 홍명보는 지난 2013년 6월 감독 부임 이후 19차례의 A매치서 5승 4무 10패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고, 승률은 고작 26.3%에 불과했다.

이는 1960년대 이후 한국 대표팀을 지휘했던 역대 정식 감독(단기 감독 대행 제외) 중 가장 낮은, 그리고 유일한 20%대 승률이었다. 홍명보 이전에 지휘봉을 잡았던 조광래 감독(12승 6무 3패, 승률 57%)이나 최강희 감독(7승 2무 5패, 승률 50%)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FIFA랭킹 점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도 1무 2패로 조별리그에 탈락한 것은 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16년 만에 최악의 성적이었다.

하반기에는 브라질 월드컵 이후 열린 6차례 평가전에서 3승 3패를 기록했다. 베네수엘라(3-1), 파라과이(2-0), 요르단(1-0)에게 승리하고, 우루과이(0-1), 코스타리카(1-3), 이란(0-1)에게는 패했다. 요르단을 제외하면 모두 한국보다 피파랭킹이 높은 팀들이었다. 월드컵 이후로는 감독교체를 단행했고, 내년 1월 아시안컵 준비 등으로 팀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음은 감안해야한다.

한편으로 FIFA의 랭킹 산정 방식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FIFA 랭킹의 공신력은 이미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도마에 올랐던 부분이다. 특히 현행 산정 방식은 아시아 팀들에게 유독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FIFA 랭킹은 지난 4년간 A매치에서 얻은 승점에 '경기 중요도', '상대국의 등급', '대륙별 가중치'를 곱하는 방식으로 매겨진다. 최근 12개월간 얻은 점수에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가중치가 더해지고, 과거에 얻은 점수일수록 합산 시 비중이 떨어진다. 친선 경기에는 1배수, 대륙 선수권에는 2.5배수, 컨페더레이션스컵과 대륙 선수권 본선에는 3배수, 월드컵은 4배수의 가중치가 붙는 식이다.

한국은 올해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제외하면 모두 친선 평가전이었다.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에도 지난 대회 성적에 따라 예선을 거치지 않고 본선에 직행했다. 유럽의 경우 월드컵이 끝나고 바로 7월 이후부터 유로 2018 예선에 돌입했고, 아프리카는 2년마다 돌아오는 대륙별 선수권인 네이션스컵 예선을 진행 중이다. 경기 점수에 따른 가중치가 적은 한국과 아시아 국가들이 저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2015년부터는 한국의 피파랭킹에도 큰 폭의 변동이 예상된다. 일단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이 열린다. 대륙 간 대결인 만큼 경기별 중요도가 친선경기의 3배나 된다. 결승까지 간다면 총 6경기를 치르게 되는데 만일 한국보다 피파 랭킹이 높은 일본이나 이란을 아시안컵에서  승리하고 최대 전승 우승까지 차지한다면 단숨에 '평가전 1년 치 이상'에 해당하는 점수를 만회할 수 있다.

또한 하반기인 6월부터는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에 돌입한다. 월드컵 예선 방식이 개편되면서 한국은 종전 3차 예선에서 2차부터 치르게 되었고, 최종 예선까지 최대 18경기(종전 3차-최종예선 합계 14경기)를 치르게 되어 A매치 경기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됐다. 또한 월드컵 2차 예선은 2019년 아시안컵 예선도 겸하게 된다. 경기 수 증가에 다른 체력부담이 변수지만, 아시아의 강호인 한국에게는 보다 많은 승수를 챙길 수 있는 기회가 되어 FIFA랭킹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슈틸리케호의 목표는 아시안컵에서 54년 만의 우승과 함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친선 경기보다 당장 성적을 내야하는 실전이 늘어난 만큼, 차근차근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한국 축구가 2014년의 랭킹 굴욕을 깨끗이 씻어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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