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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고흐: 10년의 기록 展 기술과 예술의 결합으로 완성된 미디어아트 전시 반 고흐: 10년의 기록 展 스케치 영상
ⓒ 신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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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보던 전시와 차별화 된 전시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눈을 깜빡이는 초상화와 파도가 일렁이는 풍경화는 그림을 보는 것인지 영상을 보는 것인지 착각하게 만든다.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는 <반 고흐: 10년의 기록 展>의 이야기이다.

그림이 살아 숨 쉬는 미디어아트 전시
▲ 반 고흐: 10년의 기록 展 그림이 살아 숨 쉬는 미디어아트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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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을 보는 새로운 방법

한국에서 유럽 명작의 전시회를 보기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반 고흐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멀리 해외를 가야하거나, 우리나라에서 특별전시한다고 해도 기간이 한정적인 데다가 작은 액자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설 것이다.

명화 보기가 그렇게 어렵다면 보는 방법을 달리해보면 어떨까? 이번 전시는 단 한 점의 진품 없이 전부 미디어 영상으로 '상영'된다. 때문에 관람객들 사이에서도 꽤나 호불호가 갈린다.

반 고흐의 이름만 보고 온 관람객들이 많아서인지 티켓 판매 직원이 미리 영상 전시라고 안내해준다. 진품을 있는 그대로 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성인 1만5천원이라는 입장료가 터무니없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보기 힘든 고흐의 작품을 새로운 방식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다는 시선도 있다.

미디어아트와 명작의 만남

미디어 기술을 통해 본 고흐의 작품은 진품을 보는 것과는 다른 감동이 있다. 작은 액자를 통해서만 볼 수 있던 300여 점의 작품은 대형스크린에 수놓아져있다. 각 작품은 모션그래픽으로 재구성 되어 꽃이 피는 모습, 눈이 내리는 풍경 등으로 표현되었다. 이는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졌으며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최초의 기술력과 최고의 예술이 만나 기술+예술로 대변되는 미디어아트의 진수를 보여줄 것이다.

대형스크린으로 둘러 쌓인 전시실
▲ 반 고흐: 10년의 기록 展 대형스크린으로 둘러 쌓인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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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10년을 담은 전시인 만큼 동선대로 전시를 관람하면 반 고흐의 그림 인생을 압축하여 볼 수 있다. 화풍의 변화와 반 고흐가 지낸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이 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대형스크린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어서 가운데 서있으면 고흐의 작품 안으로 들어와 있는 인상을 풍긴다. 다양한 작품이 차례로 지나가면 한참을 서서 작품을 보게 하는 흡입력이 있다. 그림이 살아 숨 쉬듯 천둥이치는 소리와 효과로 그림을 보면서도 청각적인 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고흐의 작품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된다.

미디어아트 전시의 가능성

아쉬운 점도 많았다. 계속 바뀌는 화면 때문에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계속 볼 수 없었다. 불호의 측에 선 관람객이 주로 호소하는 단점이었다. 작품을 모션그래픽으로 재구성 한 것이 몰입을 방해하는 몇몇 작품들도 있었다. 적당한 모션그래픽은 보기에 재미가 있었지만 애니메이션이 엉성하다거나 과도한 것도 있었고 원작에는 없는 요소를 집어넣어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작품도 있었다.

또한 명색이 '관람객의 체험을 유도하는 인터랙티브 전시회'인데 인터랙티브한 전시는 눈에 띄지 않았다. 예를 들어, 큰 탁자에 영상이 나오던 설치작품은 마치 터치가 가능할 것 같아보였으나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현재 기술력으로 키넥트나 홀로그램 등의 실현 가능한 장치가 있음에도 시도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인터랙티브 요소가 없어서 유명무실한 미디어 테이블
▲ 반 고흐: 10년의 기록 展 인터랙티브 요소가 없어서 유명무실한 미디어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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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전시였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식의 시도 자체가 뜻 깊다는 것이다. 영상 미디어에 대한 몰입이 보편화된 사람들에게 정적인 미술 전시는 자칫 따분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아트 전시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수동적 자세에 머물지 않고 능동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미디어와 예술의 결합이 '놀이'와 같은 경험을 주는 것이다. 이번 전시와 같이 명작을 재해석하기 위한 미디어의 활용법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는 2015년 2월 8일까지 계속된다.


태그:#미디어아트, #반고흐, #전시,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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