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연승을 달리며 선두 싸움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서남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아래 도로공사) 하이패스제니스는 지난 18일 성남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세트스코어 3-1(25-18, 25-27, 25-16, 26-24)로 꺾었다.

승점 3점을 챙긴 도로공사(23점)는 선두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승점 차이를 2점으로 줄였다. 도로공사 입장에서 승리만큼 반가운 일은 약점으로 꼽히던 레프트 한 자리에 황민경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찾은 것이다.

'깜짝스타' 문정원의 파트너가 마땅치 않은 도로공사

도로공사는 올 시즌을 앞두고 FA 세터 이효희와 센터 정대영을 동시에 영입했다. 국내 무대에서 3년째 뛰고 있는 특급 외국인 선수 니콜 퍼셋과 국가대표 리베로 김해란까지 보유한 도로공사는 순식간에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초반 5경기에서 2승 3패에 머물며 실망스런 출발을 보였다.

원인은 레프트의 부재였다. 외국인 선수가 공격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V리그 여자부의 특성상 토종 왼쪽 공격수는 보조 공격과 서브 리시브, 서브에 중점을 둔다. 다행히 '깜짝스타'가 한 명 등장했다. 프로 4년 차 문정원이다.

왼손잡이 오른쪽 공격수 문정원은 이번 시즌부터 왼쪽으로 자리를 이동해 43.7%의 공격 성공률과 세트당 0.61개의 서브 득점, 리시브 성공률 42.96%, 세트당 디그 2.57개로 공수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문정원과 맞물려 돌아갈 파트너가 마땅치 않다. 지난 시즌 신인왕이자 '얼짱 선수'로 유명한 고예림은 '소포모어 징크스(2년 차 선수가 전 해에 비해 경기력이 떨어지는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고 문정원의 입단 동기 김미연 역시 아직 주전으로 쓰기엔 경험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180cm의 좋은 신장을 자랑하는 김선영은 공격력이 어느 정도 검증됐지만 기복이 심한 것이 단점이다. 무엇보다 고예림과 김미연, 김선영 모두 이번 시즌 리시브 성공률이 30%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수비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다. 서남원 감독이 '황민경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던 이유다.

동료들 사기 올려주는 도로공사의 '분위기 메이커'

사실 황민경은 도로공사의 붙박이 주전 레프트였다. 특히 프로 3년째던 2010-2011 시즌에는 월간 MVP와 기량 발전상, 서브상을 휩쓸며 전성기를 보내기도 했다. 비록 신장(174cm)은 작지만 점프와 스피드가 좋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가 일품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진 부상은 황민경의 재능을 앗아가 버렸다. 황민경은 프로 입단 후에만 무려 3번의 수술을 받았다. 그것도 배구 선수에게는 민감한 부위인 손가락과 무릎, 그리고 어깨였다.

하지만 황민경은 신인이던 2008-2009 시즌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풀 시즌을 소화했다. 이번 시즌에도 벤치 멤버로 시작하긴 했지만 황민경은 도로공사가 치른 14경기에 모두 출전하고 있다.

황민경은 지난 15일 KGC인삼공사 전부터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나서고 있다. 황민경은 이날 블로킹 3개를 잡아내는 깜짝 활약으로 7득점을 올렸다. 지난 18일 현대건설 전에도 선발 출전한 황민경은 서브 득점 2개를 포함해 7득점을 기록했다.

비록 외국인 선수 니콜(44점)이나 도로공사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를 굳힌 문정원(11점)의 활약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황민경은 기복 없이 도로공사의 '제3옵션'으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황민경이 주전으로 출전한 2경기에서 연승을 달렸다.

황민경은 언제나 부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선수다. 33.94%에 불과한 리시브 성공률도 보완이 필요하다. 하지만 코트 안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와 동료들의 사기를 올려주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은 도로공사에서 황민경을 따라올 선수가 없다.

시즌 초반부터 계속된 도로공사의 레프트 고민에 황민경이 100점짜리 답안지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황민경이 코트를 누비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도로공사 선수들의 사기도 함께 올라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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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 황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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