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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년부터 경기도 지역 초·중·고등학교에서 교감은 물론, 학교장도 의무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내년부터 경기도 지역 초·중·고등학교에서 교감은 물론, 학교장도 의무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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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년부터 경기도 지역 초·중·고등학교에서 교감, 교장도 의무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감이 총대를 메고 지금껏 단위 학교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제왕적 교장'들에게 날린 견제구라는 분석이 많다. 요점은 단순하다. '교장'이기에 앞서 '교사'이니 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만나라는 것이다.

아직 검토하는 단계로, 세부적인 시행 방안이 정해진 건 없다. 일방적인 공문을 통한 강제적인 시행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긋는 등 여론의 추이를 보고 있으나, 이재정 교육감의 의지만큼은 매우 강하다고 한다. 인사권을 가진 교육감에게 반기를 들 학교장은 거의 없을 테지만, 타 지역에서는 불똥이라도 튈세라 긴장한 빛이 역력하다.

경기도교육청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정원 외 기간제교사 수를 줄여 지방 교육 재정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선에서 물러난 교장, 교감들에게 아이들과의 지속적인 만남, 곧 교실 수업을 통해 '현장감'을 고취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과연 뜻한 바대로 될 수 있을까. 오래전부터 제기된 '제왕적 교장'에 대한 문제의식에는 크게 공감하고 지지한다. 또, 교장과 교감도 수업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의심할 나위가 없는 말이기에, 120% 동의한다. 그러나 학교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단위학교의 특성상, 그들이 '자발적'으로 호응하지 않는 한 분란만 일으킬 뿐 소기의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교직사회의 '로망', 최고의 '꽃보직'... 교장 선생님

단언컨대, 승진에 목 맨 교사가 많은 곳일수록 망가진 학교다.
 단언컨대, 승진에 목 맨 교사가 많은 곳일수록 망가진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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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교사로서 말하기 퍽 조심스럽지만, 미리 밝혀둘 게 있다. 교사들에게 교장과 교감이 되고자 하는 이유를 솔직히 답해보라면, 십중팔구 사회적인 인정과 급여, 연금 인상 못지않게 '수업 부담으로부터의 해방'을 꼽는다. 물론,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학교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서'라는 답변도 있다.

법적으로야 학교장은 학교 제반 업무를 통할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 감독하는 '총책임자'다. 그러나 개인적인 비리나 소속 교직원이 저지른 범죄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지 않으면, 도의적인 책임을 물을지언정, 법적 책임을 강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책임의 범위를 무한정 넓힐 수 없다는 점에서 이를 문제 삼긴 곤란할 테지만, 학교장이라는 자리는 막강한 권한에 비해 책임이 미미한 측면이 있다.

게다가 수업을 하지 않으니 교실에서 직접 아이들과 부딪히며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인사권과 재정권 등을 한손에 쥐고 있어 교사들 위에 군림할 수 있다. 거칠게 말해서, 교직사회의 '로망' 그 자체다. 더욱이 일단 교감을 거쳐 교장이 되면, 교육청과 일선 학교를 이따금 오갈 뿐, 정년퇴직할 때까지 그 '벼슬' 그대로 유지된다. 군인들의 계급 정년도, 일반 기업 임원들의 승진 정년도 없는, 그야말로 최고의 '꽃보직'이다.

예컨대, 초임 때부터 차곡차곡 승진 점수를 쌓아 40대 초반에 교감이 된 교사라면 정년퇴직할 때까지 무려 20년 가까이 수업을 '면제'받는 셈이다. 이런 사례는 드물지 않으며, 최근 느는 추세다. 여느 교사들처럼 20대 후반에 임용됐다고 치면, 교실에서 아이들과 만난 시간이 훨씬 더 짧은 '기형적인' 교직 생활일 수밖에 없다. 나중에 퇴직하면, 그는 자신의 교사 생활을 어떻게 추억할까.

누구든 교직을 꿈꾸고 첫 발령을 받았을 때야 그렇지 않았겠지만, 적잖은 교사들이 오래지 않아 승진의 유혹에 시나브로 빠져든다. 책임에 비해 권한이 실로 막강한 '그 자리'가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들이 수업보다 보고서 작성에 더 신경을 쓰고, 아이들의 눈빛보다 승진 점수와 직결되는 학교장의 근무평정에 더 관심을 두는 것도 그래서다.

한때 임용과 동시에 승진에 연연하지 않고 퇴직할 때까지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하겠다는 다짐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교사들이 있었다. 이름 하여 '평교사 선언'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수십 대 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교사가 되어서 그런지, 승진을 교사 간의 '당연한' 경쟁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말하자면, 교감과 교장이 되는 것이 곧 교직의 '성공'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반 기업과 달리 학교는 일사불란함보다 교육적 가치에 우선을 두는 수평적 조직이어야 한다. 교사에겐 수업이, '우선'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이다. 판사가 판결로 말하듯, 교사는 수업으로 말해야 한다. 그런데, 시나브로 교장, 교감, 수석교사, 부장교사 등 직급이 수직적이고 세분화되면서 수업을 뒷전으로 밀어내버렸다. 시수가 아닌 수업의 질을 점수화시켜 평가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승진의 폭을 넓혀 교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전격 시행한 수석교사제는 되레 학교 예산만 축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도입된 지 채 2년도 안 돼 폐지하자는 여론이 비등한 상태다. '계급'을 늘려 동기부여를 하겠다는 천박한 인식이, 마치 우등반과 열등반처럼 '수석교사'와 '일반교사'로 편을 가르는 꼴이 됐다. 단언컨대, 승진에 목 맨 교사가 많은 곳일수록 망가진 학교다.

경기도교육청, 플랜B는 마련되어 있나

이러한 뒤틀린 현실을 그대로 둔 채 주당 수업 시수 몇 시간을 의무화한다고 해서 학교에서 군림하는 교감과 교장이 사라질까. 어떤 과목을 맡든 간에 위로부터 강제된 수업을 얼마나 열심히 준비할 것이며, 감각이 무뎌질 대로 무뎌진 터에 듣는 아이들 또한 얼마나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게 될까. 또 학부모들은 그런 수업을 어떻게 바라볼까.

큰 틀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제왕적 교장'의 권한과 책임을 학교 구성원들과 나눠야 한다. 교장이기에 앞서 무릇 교육자라면 의결권을 여러 주체들과 공유하는 것이 옳다. 적어도 일방적인 전달사항을 받아 적는 교직원회의, 학사일정을 안내만 받는 학부모총회가 아니라, 그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당당히 학교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두 말할 나위 없이, 그것이야말로 교육의 본령이며, 민주주의의 요체다.

더불어, 수석교사제를 폐지하고, 교장, 교감, 부장교사 등과 같은 직책을 승진, 또는 승진을 위한 과정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벗어나, 역할에 따른 '보직' 개념으로 바꿔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업무에 대한 구성원들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임기제 선출직으로 보직을 순환시키는 것도 좋은 대안일 수 있다. 물론, 임기를 마치면 다시 평교사로 복귀한다는 게 전제되어야 한다.

과도기적으로 고민해볼 만한 것도 있다. 교장과 교감은 엄연히 학교 행정을 전담하는 직책이다. 교육활동의 중심은 수업하는 교사이며, 이들의 교육활동을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맡도록 하는 게 맞다. 예컨대, 기존의 최종 결재권자가 아니라, 교무실무사와 함께 상급 관청이나 외부기관의 공문을 실제로 처리해 보고하는 일을 도맡는 것이다. 교사들의 잡무가 줄어드는 만큼 수업의 질은 향상될 수밖에 없다.

이렇듯 해답은 명확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결국 '기득권'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교감과 교장이 자신의 손에 쥔 '꽃놀이패'를 순순히 내놓을 리 만무하다. '현장에서 와글와글 불만의 소리가 나올 것'이라는 교육감의 우려보다 훨씬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칫 학교가 또 한 번 갈등과 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도교육청 차원의 '플랜 B'는 마련돼 있는지 궁금하다.


태그:#학교장 수업, #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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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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