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종영을 앞둔 tvN 금토드라마 <미생>이 1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김원석 PD-정윤정 작가 공동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드라마 판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부터 드라마 내용에 대한 제작진의 생각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 중,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생> 제작에 대한 뒷이야기들을 정리해 봤다.

#1. 막강 대리 라인의 뒤엔 정윤정 작가가 있다

 tvN <미생>에 출연 중인 배우 오민석

tvN <미생>에 출연 중인 배우 오민석 ⓒ 제이와이드컴퍼니


알려진 대로 <미생>에서 장그래(임시완 분)의 응원에 힘을 얻고 자신의 틀을 깬 박대리(최귀화 분), 영업3팀을 궁지에 몰아넣었던 박과장(김희원 분), 안영이(강소라 분)에게 큰 깨달음을 준 재무부장(황석정 분) 등의 캐스팅을 담당했던 건 최길홍 캐스팅 디렉터다. 실제 그는 <미생> 외에도 KBS <정도전>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안영이의 사수 하대리 역의 배우 전석호, 장백기(강하늘 분)의 사수 강대리 역의 배우 오민석을 캐스팅할 때는 정윤정 작가의 의견도 크게 작용했다. "사실 <미생>의 숨은 캐스팅 디렉터는 정윤정 작가다. 전석호와 오민석을 캐스팅했다"라고 운을 뗀 김원석 PD는 "전석호의 경우 내가 영화 한 편을 보고 괜찮다고 생각해 만났는데, 연극 등을 하고 있어 출연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라며 "그런데도 정윤정 작가가 '먹히는 얼굴'이라며 '꼭 출연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오민석과 정윤정 작가는 MBC 에브리원 <별순검>이라는 접점이 있다. 정윤정 작가가 <별순검> 시즌 1과 2의 대본을 썼고, 오민석은 시즌 3의 주연으로 출연하며 자연스럽게 인연이 닿은 것. 정윤정 작가는 이날 <오마이스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강대리 역은 처음부터 오민석을 떠올리며 썼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재밌는 건 <미생>의 제작을 총괄하고 있는 이재문 CJ E&M PD 역시 <별순검> 시즌 2의 제작 프로듀서였다는 것.

#2. "첫 촬영지서 만난 교황...그 은총 받은 것 같다"

안타깝게 여건상의 문제로 담아내지 못한 장면도 있다. 극중 원인터내셔널의 배경이 되는 서울역 인근 서울스퀘어는 과거 대우그룹의 대우인터내셔널이 입주해 있던 건물. 이를 두고 "(서울스퀘어는) 당시 김우중 회장이 '서울의 중심에 가장 번듯하게 짓고 싶다'고 했던 빌딩"이라고 설명한 김원석 PD는 "(지어진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엄청 견고하게 잘 지어졌더라"며 "특히 그 빌딩 옥상의 경치가 그렇게 좋았는지는 많은 분들이 몰랐을 것이다. 우리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김 PD는 "그 경치를 보면서 장그래가 출연하는 몇몇 신을 헬기로 찍고 싶었다. 그런데 너무 서울의 중심이라 허가를 받는 데 몇 달이 걸린다고 하더라"며 "그래도 좋다고 생각해서  기획 단계에서부터 허가를 받으려 했는데 결국 받지 못했다. 그게 정말 아쉽다"고 전했다.

 tvN <미생>의 배경이 된 서울역 인근 서울스퀘어 옥상에서의 경치

tvN <미생>의 배경이 된 서울역 인근 서울스퀘어 옥상에서의 경치 ⓒ CJ E&M


반면 '행운'이 따라준 적도 있다. "첫 촬영지가 충정로의 한 커피숍이었다"고 회상한 김 PD는 "그때 교황님이 지나가셨다. 그 시간에 그 곳을 지나가시는지는 모르고 (장소를) 잡았던 거였는데, 첫 신 첫 테이크에 매우 가까이서 지나가시더라"며 "사실 냉담 중이긴 하지만 가톨릭 신자인데, 그 은총을 받은 것 같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3. 윤태호 작가 부인, 정윤정 작가에게 걱정스레 건넨 '한 마디'

<미생> 방영 전 김원석 PD와 정윤정 작가는 원작 웹툰을 그린 윤태호 작가와 함께 요르단에 간 사실이 있다. 요르단은 <미생> 원작 웹툰에서부터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웹툰 연재 당시에도 윤태호 작가는 많은 도움을 준 주한 요르단 대사관을 향해 고마움을 전하는 한편 <미생> 시즌 2 취재차 요르단을 찾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윤정 작가는 "윤태호 작가님과 함께 요르단을 간 것은 사실인데, 작가님 가족 분들과 다 같이 가서 이야기를 거의 나누지 못했다"라며 "오히려 윤태호 작가님 사모님과 이야기할 때가 있었다"고 전했다. 정 작가에 따르면 윤태호 작가의 부인은 그를 향해 '이렇게 어려운 걸 어떻게 하려고 하냐'며 걱정했고, 정 작가도 '그러게 말이다'라며 맞장구를 쳤다고.

김원석 PD는 여행지에서도 원작을 드라마화하는 데 골몰해 있었다. 김 PD는 "(원작에서)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지를 물었다"라며 "예를 들어 원작에선 오상식(이성민 분)과 한석율(변요한 분)이 끝까지 장그래에게 존댓말을 쓰는데, 작가님께 '반말을 써도 될까요'라고 여쭈어 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4. "'감쪽같은 PPL 모음' 글, 올리지 말라고 했는데..."

 tvN <미생>의 배우 임시완과 이성민

tvN <미생>의 배우 임시완과 이성민 ⓒ CJ E&M


지난달 <미생> 제작진은 공식 SNS를 통해 '<미생> 속 감쪽같은 PPL(간접광고) 모음'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극의 흐름에 위화감을 주지 않는 선에서 PPL을 진행함으로써 완성도를 높였다는 취지의 게시물이었다. 그러나 정작 <미생>의 PPL 논란이 불거진 건 그 이후였다. 특정한 장소에서 회식을 하고, 특정 브랜드의 매장에서 선물을 고르고, 간식을 사는 장면이 전파를 탔기 때문.

김원석 PD도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사실은 (그 글을) 내지 말아 달라 부탁했다. 앞으로 남아 있는 PPL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라는 김 PD는 "(PPL이) 티가 나지 않았던 건 아직 안 했기 때문이었다. 작품이 훼손되는 걸 원치 않아 뒤로 미룬 건데 그게 다 곪아 터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어 "한국에서 PPL을 하지 않거나 자연스럽게 하면서 20부작 내지 16부작 드라마를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한 김 PD는 "어떻게 보면 <미생>은 가장 많은 PPL이 들어가 있다. 초반엔 많이 없었고, 커피나 복사용지 같은 건 눈치 채지 못하게 잘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화제가 된 건 낯 뜨거웠다"며 "나중에 조금 부족해서 몇몇 장면은 실수하기도 했다. 그렇게 과하게 보여줬다는 건 뼈저리더라"고도 말했다.

미생 오민석 PPL 전석호 윤태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