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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박근혜 정부가 사교육비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 20개 항목 중 단 1개만 효과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박근혜 정부가 사교육비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 20개 항목 중 단 1개만 효과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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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제점'

박근혜 정부의 첫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 대한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평가다. 17일 정부는 수능 연계 EBS 영어 교재의 단어 축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내놓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사교육 경감 대책 20개 항목 중 단 1개만 효과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급조한 티가 난다"고 비판했다.

안상진(40)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박근혜 정부가 사교육비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2월 2013년 사교육비·의식조사를 발표하면서 사교육비 총규모가 전년(2012년)에 비해 2.3% 줄어든 18조6000억 원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안상진 부소장은 "학생 숫자가 더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1인당 사교육비는 늘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2012년 4년 동안 1인당 사교육비는 매년 줄었다. 2012년 1인당 사교육비는 2009년에 비해 6000원 줄어든 23만6000원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사교육비는 23만9000원으로 3000원 늘었다. 안상진 소장은 "올해 사교육비가 줄어들 요인이 없다,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더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년에도 마찬가지다. 안 소장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핵심인 EBS 교재 영어 단어 수 축소는 필요한 일이지만, 경쟁을 심화시키는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사교육을 줄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중학교간 수학 학습량 증가폭과 난이도 차이를 완만하게 조정하겠다는 대책을 두고는 "수학 학습량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사교육비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수능을 비판하고 줄세우기 조장하는 세력 있다"

교육부는 사교육의 근본 원인으로 대학 서열화와 학벌주의를 꼽았지만,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안 소장은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부모들 사이에서 '과도한 줄 세우기 교육이 옳은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교육부에 진정성이 있다면, 우리나라 교육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안상진 소장은 공교육 정상화·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수능 절대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평가에서는 남보다 잘하는 게 중요하다, 누군가 실패해야 내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 경쟁이 극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5학년 수능을 '물수능'이라고 비판하고 줄세우기를 조장하는 세력이 있다"면서 "상위권 대학, 사교육업체, 보수언론이 그들이다"고 밝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최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교육 섹션 6~8월치를 모니터링한 결과, 사교육을 조장하는 기사형 광고의 비율이 30%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특히, <조선일보> 교육 섹션의 절반은 기사형 광고였다. "언론인지, 돈벌이하는 사기업인지 구분을 못하겠다"면서 "언론의 사명은 어디로 갔느냐"고 일갈했다.

안상진 소장은 고등학교 수학 교사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공교육이 무너지고 학생들의 고통이 심화되자, 학교 밖에서 교육을 바꾸기 위해 2013년 2월 교편을 내려놓았다. 박근혜 정부의 부실한 교육 공약도 교육시민단체 활동에 집중하게 된 계기였다. 18일 낮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기자와 안 소장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조선일보> 언론인지 돈벌이하는 사기업인지..."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박근혜 정부가 사교육비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 20개 항목 중 단 1개만 효과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박근혜 정부가 사교육비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 20개 항목 중 단 1개만 효과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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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민주연합 수능대책특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오늘(18일)도 회의에 참석했다. 대학입시제도를 어떻게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현재는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계획하는 단계다. 내년 3월 수능 개선 및 대학입시개혁안을 발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가장 시급하게 도입해야 하는 것은 수능 절대 평가다. 상대평가에서는 남보다 잘하는 게 중요하다. 누군가 실패해야 내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 경쟁이 극심해진다. 하지만 절대평가에서는 기준 점수 이상만 받으면 모두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 교육이 정상화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교육은 누군가를 실패자로 만드는 게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성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 2015학년도 수능 일부 과목의 난도가 낮은 것을 두고, '물수능'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물수능'이 왜 나쁜 건지 모르겠다. 오히려 시험 문제를 어렵게 만들어 대부분의 학생을 실패자로 만드는 '불수능'이 더 안 좋다. 이렇게 될 경우, 학생들은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수능'을 비판하고 수능을 어렵게 해 줄세우기를 조장하는 세력이 있다. 상위권 대학, 사교육업체, 보수언론이 그들이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최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교육 섹션 6~8월치를 모니터링한 결과, 사교육을 조장하는 기사형 광고의 비율이 30%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또한 전체 기사형 광고의 96.8%가 <조선>과 <동아> 지면에서 나왔다.
"언론의 사명은 어디로 갔나. 학부모들이 언론의 사교육 조장 광고를 보면서 이를 객관적인 정보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이들 언론은 앞에서는 공교육 정상화를 강조하면서 뒤에서는 사교육을 조장하는 기사형 광고를 내놓는데, 자기 모순적이다. 특히, 교육 섹션의 절반이 기사형 광고인 <조선일보>는 가장 심각하다. 언론인지, 돈벌이하는 사기업인지 구분을 못하겠다. 앞으로 계속 감시하겠다."

- 교육부는 17일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을 내놓았다.
"교육부는 지난 2월 2013년 사교육비·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4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4월 발표를 위해 수능 영어 절대 평가 등을 담은 대책을 준비했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탓에 발표가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초보다 8개월 늦게 발표된 대책에는 핵심이 모두 빠졌다. 20개 항목 중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1개뿐이다. 대부분 효과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 경감 대책 20개 항목 중 1개만 효과 있다"

- 우리나라 국민이 사교육비를 가장 많이 쓰는 과목은 영어다. 전체 사교육비 총액(18조6000억 원)의 34%인 6조3000억 원을 쓰고 있다. 교육부는 영어 사교육비 경감과 관련해, 수능 연계 EBS 교재의 영어 단어수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영어 단어 수를 교육과정에 맞추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수능 영어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영어보다 어렵다. 교과서만 공부해서는 수능 영어를 망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대 평가 체제에서는 한 문제라도 실수하면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영어 난도를 낮춘다 해도 사교육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18일 내놓은 논평에서 이번 대책에서 유일하게 사교육비 경감 효과가 있는 정책으로 유아대상 영어학원 외국인 강사 채용 금지를 꼽았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특별활동을 제외하면 영어를 배울 수 없다.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서 영어를 배워도 효과가 크지 않다고 한다. 원어민 강사는 유아교육을 배운 사람들도 아니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번 정책이 시행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다만,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 전체 사교육비에서 영어 다음으로 수학(5조8000억 원, 31%)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교육부는 EBS 교재 숫자와 문항수를 축소하고 초·중학교간 학습량 증가폭과 난이도 차이를 완만하게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부실 대책이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수학 학습량이 많은데, 이를 줄이지 않는 이상 사교육비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수학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미적분을 왜 배워요? 어디에 써먹을 수 있어요?'다. 교사는 진도 나가기 바쁘니, 수학의 개념이나 의미를 가르쳐주지 못한다. 수학은 아이들의 사고력이나 문제해결력을 키워주지 못한다. 수학 기득권 세력은 고교 수학 학습량을 줄이면 국가경쟁력이나 학력이 저하된다고 호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시민 5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가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 교육부는 지난 10월 23일 영재학교를 유치원과 초·중학교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사교육비 증가 우려가 나온다.
"영재학교는 전국에 여섯 곳밖에 안 되지만, 초·중학교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 영재학교에 가려면, 영재학급이나 영재교육원을 다녀야 한다. 이미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다닐 수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초등학교 1~2학년 때부터 사교육을 받게 하는 등 준비한다. 영재학교가 유치원까지 확대된다면, 사교육이 폭증할 수밖에 없다."

"올해 사교육비, 제자리걸음이거나 더 나빠졌을 것"

-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2012년 내림세였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에는 오름세로 반전됐다. 2014년 사교육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교육부는 지난 2월 2013년 사교육비 통계를 발표하면서, 사교육비 총규모가 줄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학생 수가 더 큰 폭으로 줄기 때문이다. 1인당 사교육비는 오히려 오르지 않았나. 교육부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서남수 장관 시절 교육부는 고교체제 문제를 개선하고 대입전형 간소화를 시도하는 등 노력했다. 하지만 황우여 장관의 교육부는 퇴보하고 있다. 올해 사교육비가 줄어들 요소가 없다. 제자리걸음이거나 더 나빠졌을 것이다."

-교육부는 사교육의 근본 원인으로 대학 서열화, 학벌주의를 꼽으면서도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았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부모들 사이에서 '과도한 줄 세우기 교육이 옳은 것이냐', '교육으로 자녀에게 고통을 줘도 되는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교육부가 대학 서열화, 입시체제 개혁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우리나라 교육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번에 곁가지 대책만 내놓았다."

- 지난 8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됐다. 공교육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공교육에서만 선행교육이 금지돼 사교육의 선행교육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칠 때 교육과정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사교육에서 '공교육에서 못하니 우리가 선행학습을 해주겠다'며 홍보하는 단점이 있다. 아내가 서울 강남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받은 아이들이라도 다 수학을 잘하는 게 아니다. 학생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수학에 소질이 없다'고 좌절한다. 선행학습 탓에 공부습관이 잘못돼서 그런 것이다. 선행학습이 학생들을 망치고 있다. 선행학습을 받을 필요가 없도록 제도가 마련되고 그러한 의식이 확산된다면, 특별법의 순기능을 더욱 커질 것이다."


태그:#안상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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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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