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미>의 포스터

영화 <마미>의 포스터 ⓒ (주)엣나인필름


디안의 아들 스티브는 열다섯 살로 과잉행동장애와 애착장애로 인해 보호 시설에 3년 동안 머물고 있습니다. 이때 방화 사건을 일으켜 시설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이에 디안은 아들을 집에서 직접 돌보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혼자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싱글 맘으로서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는 아들까지 돌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때, 이웃에 살고 있는 카일라가 도움의 손길을 건네면서 세 사람은 삶의 균형과 평화를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카일라가 스티브의 학업을 돕는 선생님이자 제2의 어머니처럼 그를 돌본 덕분입니다. 세 사람은 마치 두 어머니와 한 아들처럼 유사가족 관계를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때 잠시나마 행복했던 이들의 일상을 뒤흔들 편지 한 통이 도착합니다.

<마미>는 2015년 가상의 캐나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영화가 설정한 시공간에는 행동 문제가 있는 자녀의 부모가 경제, 신체, 심리적인 위험에 처할 경우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도 자녀를 공공병원에 위탁할 수 있는 법안이 존재합니다. 한 마디로 부모가 자녀로 인해 자신의 삶이 위기에 처할 때, 자녀를 제 삶에서 분리하는 게 합법적인 세계인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자비에 돌란 감독의 질문과 마주하게됩니다. 당신이 만약 스티브와 같은 아들은 둔 어머니였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말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먼저 디안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디안은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분명하지만 아들의 폭력적인 성향(타인뿐만이 아니라 어머니 디안과 자기 자신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종류의 폭력입니다)과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게다가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경제적으로 가정을 부양하는 게 여의치 않은 상황은 디안이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마침내 디안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남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과 아들 스티브를 위해 희생하며 살아가는 삶, 이 두 가지 종류의 삶 중에서 디안은 선택을 내리게 됩니다.

<마미>는 디안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섣불리 판단하지 않습니다. 다만 디안이 선택을 내리기 전후의 삶을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그녀의 입장이 되어볼 것을 권합니다. 이때 우리는 어머니라는 이름과 모성애라는 멍에로 누군가의 선택을 옳거나 그르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걸 서서히 깨닫게 됩니다. 모두에게는 각자의 삶과 행복 그리고 고통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영화의 후반부에서 디안과 카일라가 마지막으로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드러납니다. 디안과 여러모로 대조적인 인물인 카일라와의 대화에서 우리는 모성애와 현실 사이의 갈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화면의 비율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1 대 1 화면 비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닝타임 중 두 번, 화면의 비율이 좌우로 넓어졌다가 다시 원래의 정사각형 비율로 돌아가는 변화가 있습니다.

첫 번째 변화는 행복의 낙폭을 보여주며 두 번째 변화는 꿈과 현실의 간극을 보여줍니다. 화면 비율이 물리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이제까지 흔히 경험한 적이 없었던 울림을 줍니다. 특히 오아시스의 명곡 'Wonderwall'이 흐르는 첫 번째 화면 비율 변화 장면은 아름답다는말로는 다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합니다. 그렇기에 찰나의 행복과 꿈이 사라지고 인물들이 다시 좁디 좁은 정사각형의 세계로 돌아왔을 때, 그들이 처한 절망의 세계가 더 또렷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디안 역의 안느 도발은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연기합니다. 스티브 역의 스티브 앙투안 올리비에는 광기가 어려있지만 한편으로는 연약하기 그지없는 스티브의 내면을 표현하는 데 성공합니다. 카일라 역의 쉬잔느 클레몽은 누군가를 구원하면서 스스로도 구원받는 이의 모습을 훌륭하게 소화합니다. 세 배우의 앙상블 연기 역시 인상적입니다. 이들의 설득력 있는 연기 덕분에 우리는 영화가 구축한 세계에 몰입하며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자식에 대한 사랑 그리고 사랑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생각해 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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