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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서의 수업은 학교 진도를 조금 앞서 나간다. 학교에 시험이 언제 있을거라 하면 그동안의 시험자료를 모아 문제와 답만을 외우도록 가르친다.
▲ 집에서 문제 풀이 중인 아이 학원에서의 수업은 학교 진도를 조금 앞서 나간다. 학교에 시험이 언제 있을거라 하면 그동안의 시험자료를 모아 문제와 답만을 외우도록 가르친다.
ⓒ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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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어머님. △△이 학원 국어선생인데요."

"아, 예. 안녕하세요."

"어머님, 죄송해요. 제가 열심히 가르친다고 했는데 △△이 점수가 별로 안 좋아서요."
"아니에요, 선생님. 우리는 그 점수만으로도 좋아요. 그 정도면 잘 한 거예요."

가만히 아내의 전화통화를 듣고 있자니 첫째 아이 학원 선생님인가 보다.

"어머님, 말씀이라도 그렇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번에 시험 준비할 때는 더 신경 써서 잘 가르칠게요. 죄송합니다."
"선생님, 정말이에요. 우리는 그 점수만으로도 잔치 분위기예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돼요. 우리도 우리 아이를 아는데 얼마나 힘드셨어요."

중하위권 점수, 우린 만족한다

대략 짐작이 갔다. 학원 선생님이 족집게 과외까지 해가며 별도로 공부를 시켰는데 점수가 중하위에 그쳤으니 미안한 마음에 아이 엄마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집은 아이가 시험치던 날 아이 엄마 말대로 축제 분위기였는데 말이다. 아이가 국어와 수학 시험을 치른 날 상기된 목소리로 아내에게 전화를 했단다.

"엄마, 저 국어는 55점이고요 수학은 70점 맞았어요. 저 잘했죠?"
"그래? 우리 아들 잘했다. 아들! 수고했어."

국어, 수학, 한자와 기타 과목의 학년 전체 평균점수는 85점 가량인데 우리 아이는 각각 가장 높은 점수가 70점이고 나머지는 55점과 20점이다. 누가 봐도 만족하지 못할 점수이나 우리에게는 충분히 잘했다고 다독여 줄 수 있는 점수이다. 아직도 쉬운 한글의 받침조차 헤매고, 지문과 문제의 이해력이 딸려 학원에서 배우고 온 시험지를 내가 다시 물어봐도 모르겠단다. 뭐 우리가 더 이상 뭘 바라겠나? 그저 건강하고, 과도한 공부 스트레스에도 밝은 마음을 잃지 않는 것 만해도 우리는 정말 감사한다.

아내와 함께 학원 선생님의 통화 얘기를 하다 보니 문득 '그럼 학교는 뭐 하는 곳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교육과정의 주체이자, 시험을 주관하는 곳은 학교인데 왜 학원 선생님이 죄송하다고 전화를 해야 하는 상황인지…. 학교는 무상교육이라 그렇고 학원은 유상 교육이라 그런가? 어떻게 보면 학교는 문제를 던져주고 그 해결은 학원에서 처리하는 것이 현 교육제도의 모습이다.

물론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교육과정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선생님들과 진행되는 좋은 프로그램들이 있다. 특히 정규수업 후에 시행되고 있는 방과후교실이라든지 돌봄 교실 등은 우리 같은 맞벌이 부부에겐 정말 필요한 과정이다. 저학년의 수업은 보통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 끝나는데 맞벌이 부부가 퇴근할 때까지 시간적 대안을 찾아야 하는 현실에선 이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맞벌이 부부에게 꼭 필요한 방과후교실과 돌봄 교실

외벌이 부부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른 시간에 아이가 집에 오면 아이를 위해서 따로 무언가를 준비해 놓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엄마들은 이에 대한 대비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아이를 학교 수업만 끝내고 학원으로 보내기엔 금전적으로도 부담이 되고 교우관계나 건전한 인성교육에도 좋지 않다.

학교 수업 후에 아이를 대책 없이 학원으로만 내몰게 되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좀 더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10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은 같은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그것이 그들만의 사회생활이며 거기서 인생을 배워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1학년 정규 수업 후 방과 후 수업으로 영어나 수학 및 미술, 음악, 컴퓨터, 체육 같은 예체능 과목까지 마련되어 있다. 맞벌이 부모는 물론 외벌이 부모에게도 금전적인 문제 이외에 아이의 교우관계나 인성교육에 큰 도움이 되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 방과 후 수업 [미술 시간] 1학년 정규 수업 후 방과 후 수업으로 영어나 수학 및 미술, 음악, 컴퓨터, 체육 같은 예체능 과목까지 마련되어 있다. 맞벌이 부모는 물론 외벌이 부모에게도 금전적인 문제 이외에 아이의 교우관계나 인성교육에 큰 도움이 되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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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초등학교에서 시행되는 방과 후 교실은, 정규 수업과는 별도로 영어, 수학 등의 추가 수업과 미술, 컴퓨터, 축구 등 예체능 수업으로 채워진다. 저렴한 금액으로 학원 못지않은 양질의 수업을 받을 수 있으니 거의 모든 학생들이 방과 후 교실을 이용하고 있다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돌봄 교실은, 정규 수업과 방과 수업 외의 시간에 별도로 지정된 교실에 모여서 돌봄 담당 선생님과 함께 담임선생님이 내 준 숙제도 하고 오늘 배웠던 수업의 예습 및 복습을 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가 돌봄 교실에서 이미 숙제와 간단한 공부를 하고 오기 때문에 집에서까지 책과 연필에 쌓여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으니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필요한 과정이다.

다수의 생각을 강요하는 획일적인 정답은 그만!

지금 첫째 아이가 한글 단어의 받침이나 문장에 대한 이해력, 수학의 수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 그리고 덧셈과 뺄셈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늦긴 하다. 그거나 이것은 어차피 시간을 두고 학교나 학원에서 반복적으로 가르치다 보면 저절로 이해가 될 거라 생각한다. 걱정되는 것은 획일적인 해답을 요구하는 시험문제다.

아이의 상상력과 현실에 맞는 문장 이해력과 수의 개념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판단이 필요하여 해답이 여러 개인 경우가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요구하는 것은 대다수의 사람이 느끼고 생각할 만한 것을 정답으로만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엔 학부모도 헷갈리고 학원 선생님도 복수의 답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학교에서 원하는 정답은 ㉠이니 무조건 이 문제가 나올 때는 앞뒤 생각할 것 없이 반드시 ㉠을 찍으라는 얘기다.

어쨌든 지금 당장의 점수는 대학입시나 취업과는 전혀 무관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처럼 수시로 바뀌는 교육과정에 어떻게 아이들이 다시 적응하는가, 그리고 그러한 교육과정이 아이들의 풍부한 상상력과 미래를 꿈꾸는 데 얼마나 자극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게다가 학원 수강이 필수가 되어 버린 지금 학교 시험을 앞두고 족집게 과외라는 미명하에 문제와 답 외우기 위주로 나갈 것이 뻔하다.

오늘 저녁엔 아이들이 아빠 생일이라고 편지를 쓰고 있다. 첫째 아이가 엄마에게 물어본다.

"엄마, 생일이란 글자는 받침이 없죠?" 

그러자 6살 둘째 아이가 이내 옆으로 와서는 형의 편지 글씨에 받침을 써 준다.

"생일은 받침에 'ㅇ' 하고 'ㄹ'이 들어가는 거야."
"응, 그렇구나!"

첫째 아이는 둘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참 내,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건지. 하하하….


태그:#학교 생활, #학원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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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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