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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펑크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크라잉넛의 '말달리자'가 발표된 1990대 후반부터였다. 노래 제목처럼 시종일관 신 나게 달리는 연주와 외치는 듯한 보컬 그리고 시원한 노래가사 등이 갑갑한 현실에서 허덕이던 청춘들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펑크'라는 말의 어원이 동성애자의 성교에서 나왔을 만큼 시작부터 사회에 대한 강력한 반항적이었던 이 음악은 시대와 공간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순화(?)되어 한국까지 도착했다. 대중에게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으로 대표되는 한국형 펑크는 사회 반항적인 목소리보다는 신 나게 소리치고 외치는 음악으로 인식되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주류를 찾아 떠나간 지금 펑크를 하는 청춘들은 어떤 이들일까? 태생부터 비주류인 이 음악을 하는 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음악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물음에 답을 들어 보기위해 하드코어 펑크를 지향하고 있는 인디밴드 키치스(the kistches)를 지난 14일에 만나 보았다.

인터뷰에 응해 준 키치스는 보컬(리더) 정재현, 기타 이건홍, 드럼 신승호, 베이스 쓰렉(예명) 로 구성되었다. 팀은 최초 리더 정재현이 중심이 되어 친구들을 모아 결성하였으나 현재 기타리스트인 이건홍 군을 영입하면서 팀이 재정비되었다. 베이스 기타를 치는  쓰렉 양은 키치스에서 원래 베이스를 담당하던 팀원이 군 입대를 하게 되면서 팀에 들어오게 되었다.

- 리더가 팀 소개를 해 주세요.
정재현: 리더라기보다 창조주라고 합니다. (웃음) 대학교 친구들과 2010년 6월에 악기연주 등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성했는데 지금은 드럼 치는 신승호 군만 남고 다른 멤버들은 2011년 10월 이후에 영입했습니다. 기타리스트 형을 영입하면서 악기 연주 속도가 빨라지는 영향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하드코어 펑크라는 장르의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인디밴드 키치스의 합주실 광경
▲ the kitsches 인디밴드 키치스의 합주실 광경
ⓒ 이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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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드코어 펑크라는 게 어떤 음악인지 설명해 주신다면?
정재현: 그건 여기서 펑크 밴드 활동을 가장 오래 한 쓰렉 누나가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쓰렉: (웃음) 어떤 이들은 정치적 목소리를 내야 펑크다, 어떤 이들은 메시지 전달에 있어서 diy가 있어야 펑크다, 또 누구는 아무 생각 없이, 정신없이 놀아야 펑크다 등등 여러 가지 얘기가 있는데 뭐가 맞고 틀리다 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그런 면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펑크는 신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자신이 가진 신념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지고 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라이프스타일이든 음악이든, 그 신념에 맞춰서 갈 수만 있다면 그게 펑크겠죠.

- 아, 펑크란 음악 하나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신념의 문제다?
쓰렉: 그게 신념일 수도 있고 삶의 자세일 수도 있고 그냥 취미일 수도 있죠. 하나로 규정지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펑크라면 이래야지 하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어렵죠. 제가 생각할 때는 그래요.

정재현: 처음에 제가 펑크를 접했을 때 '섹스 피스톨즈' 같은 밴드들이 벌인 어떠한 전횡 같은 것들을 보고 이게 펑크구나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요. 펑크음악을 하면서 든 생각은 그런 것들은 그저 한 사례일 뿐이고 전체가 될 수 없는 부분인데 그런 특수한 사건으로 이미지가 매몰되어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펑크를 한다고 인생 막 살아야 된다고 하는 것은 정말 무식한 말이라고 생각해요. 주장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거기에 대해 책임지는 삶을 사는 것이지, 단순하게 이게 펑크니까 이렇게 해야 돼 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펑크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주류에 대한 저항이 아닐까 하는데요. 사실 '대기업' 혹은 '정부'가 좋아요 라고 노래하는 것이 펑크라고는 할 수 없잖아요.
쓰렉: 주류에 대한 저항이라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정부든 대기업이든  뭐 잘하고 있다면 꼭 저항할 이유는 없겠죠. 주류에 대한 반대가 정치 성향으로 대변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류라는 것은 자본의 문제로 갈 수는 있지만 정치적으로 어느 쪽을 택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 음악계로 문제를 좁히면 주류라 함은 현재 대형기획사 위주의 시스템 아니겠습니까?
정재현: 사실 주류에 대한 저항이라는 것이 단순히 '이게 주류니까 여기에 저항해야지.' 하고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락음악을 하니까 저항해야 돼' 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항하고 싶은 것에 저항을 하는 것이지 주류는 무조건 저항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건홍: 펑크를 한다고 하면 묻는 말들이 뻔합니다. 너희들은 그런 음악을 하면서 왜 저항을 하지 않냐 하고 묻거든요. 그게 너희들의 문제라면서...

합주실에서 키치스 보컬 정재현 군이 열창하고 있다
▲ the kitsches 합주실에서 키치스 보컬 정재현 군이 열창하고 있다
ⓒ 이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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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세상을 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할 때 안게 되는 리스크가 너무 커요. 수 만가지 하지 말아야 될 이유를 뚫고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하죠. 음악도 마찬가지일 텐데, 이런 문제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면?
정재현: 그 대답은 저희 노래 중에 "니 자유 여기 있다." 라는 노래에 있습니다. (웃음) 제가 내일(지난 15일)이 되면 회사를 그만 두게 되는 데요. 회사를 다니면서 여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섣불리 퇴사를 선택하지 못했거든요. 저도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지만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으면 불안하고 내년이면 서른인데 안정되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이런 고민들이 많아지다 보니 본질적인 문제를 잊게 되더라고요. 그때 이 노래를 많이 들었어요. 이 노래 가사가 굉장히 단순한데,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니 자유 여깄다. 니 자유 감수해."

내가 자유를 얻기 위해선 감수할 것이 있는 것이죠. 내가 감수할 것에 대한 겁이 너무 많은 거 아닐까, 그리고 내가 막상 회사를 나가고 실제로 행동하다보면 나가야할 길이 보일 텐데 막연히 무서워서 발을 내딛지 못하는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 펑크란 음악의 진정성을 위해서는 현 사회에서 조금은 떨어져 있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건홍: 저희는 사회에 기생하는 것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펑크음악인 것이고, 그걸 하기위해서 이 사회에 기생해 돈을 벌고 있는 거죠. 기생도 편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더 음악에 더 힘을 쏟을 수 있죠. 편하게 돈을 벌어야 그걸 기반으로 펑크를 할 수 있게 되니까 기생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죠. 현실적으로 펑크를 오래 하기위해서는 주말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고, 개인 시간이 필요하죠, 그러려면 좋은 직장이 필요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해요. 그게 현실인 것이죠.

쓰렉: 그렇다고 그 현실에 먹히면 안 돼.

정재현: 그래, 내가 그 현실에 먹히는 것 같더라니까. 그래서 회사를 나온 것은 아닙니다만, 사회에 기생해서 사는 것은 맞지만 하는 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가까우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한 것이죠. 한 가지 재밌는 것은 제가 회사를 다니지 않고 그저 관념적으로 세상은 나쁘다고, 혹은 이런 것이 싫다고 하는 것은 한계가 있겠죠. 하지만 직접 회사를 다녀보니까 좀 더 명확히 알게 된 것이죠. 얘기만 듣고 이건 정말 O같구나, 하는 것보다 몸소 겪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가사를 쓰거나 곡을 만들 때 오히려 진정성이 담긴 음악이 나오게 되는 면도 있더라고요.

신승호: 저도 지금 생산관리 일을 하면서 밴드를 하고 있는데 적성에는 안 맞습니다. 사실 제가 뭘 하고 싶은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딱 하나 밴드하는 것은 재밌고 좋아서 하는 것이지만 (직업적으로) 뭘 하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어요.

- 기생하고 살다보면 언젠가는 숙주를 잡아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이건홍: 그런 건 아니고요. 어려서부터 펑크밴드를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우선이었지. 다른 마음은 없었어요. 만약에 잘먹고 잘살게 되더라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만약에 펑크를 뺀다면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게 없겠죠. 골프를 치고, 뭐 좋은 차, 좋은 집을 가진다 해도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요.

신승호: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사람들이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몰라서 그러는 것 같아요. 진짜로 좋은 게 있다면 그 쪽으로 갈 텐데 그 걸 모르는 거죠.

쓰렉: 저는 기본적으로 이런 화두에 대해서 고민을 해 본적이 한 번도 없어요. 사람들은 이런저런 카운슬링을 바라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남에게 묻는데 결국 선택은 그 사람 자신이 하는 것이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것은 자신이잖아요. 저는 어떤 문제에도 저 자신을 기준으로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한 선택에 대해서는 누구를 탓할 수 없죠. 온전히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죠. 대신 실패에서 다음 선택을 배우는 것은 많죠.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재현: 우리는 꾸준히 해 갈 것이고요. 여태까지 스스로 만들어 낸 공연들이 많이 없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공연 기획 부분도 많이 신경을 쓸 생각입니다. 지난 6월에 저희 EP앨범을 냈고, 내년에도 앨범을 낼 생각입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한국뉴스투데이에 관련기사가 기재되었습니다. 팟캐스트방송 "이기자의 거북이 뉴스- 들리는 취재"에 인터뷰 전문을 업로드 합니다.



태그:#인디밴드, #THE KISTCHES, #니 자유 여깄다, #회색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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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터넷 언론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월호사건에 함구하고 오보를 일삼는 주류언론을 보고 기자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로 찾아가는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으며 취재를 위한 기반을 스스로 마련 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정치, 사회를 접목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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