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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DVD 사 모으는 것이 하나의 취미가 되었다. 극장에 가서 영화 보는 것을 그다지 즐겨 하지 않기 때문에, 아니 영화 보는 것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극장 가서 본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천만 영화라는 것도 거의 본 것이 없다. 최근에 본 것은 <변호인>과 <명량>이다.

그러다 문득 내 아이들도 좋은 영화를 나중에라도 보게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서 DVD를 사기 시작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을 사다가 얼마 전부터는 한국 영화 중에서 천만이 본 영화를 하나씩 사기 시작했다.

그래서 산 것이 <괴물>이다. DVD 초회 한정판은 여러 가지 기념품이 있다는 것도 얼마 전에 알았다. <변호인> DVD 초회 한정판도 못 살 뻔했는데 운이 좋아서 구입할 수 있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보급판으로 DVD만 들어있는 것을 사야만 할 것이다. <괴물>도 초회 한정판을 사고 싶었지만 살 수 없어서 그냥 보급판으로 샀다. 이리 정보나 세상살이에 둔한지. 앞으로 좋아하는 영화 DVD는 초회 한정판으로 꼭 사고 싶다.

그래서 무려 8년이 지난 뒤에 영화 <괴물>을 보게 되었다. 이 영화와  반미감정과 연관이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괴물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 미군기지에서 흘려 보낸 다량의 프롬알데히드와 연관이 있다는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반미보다는 천암함을 보았고, 세월호 사고를 보았다. 괴물이 나타나게 된 원인이야 어디에 있건 사건이 터지고 국민이 잡혀간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가 보여주는 태도는 미군의 지휘 아래에서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마치 전시작전권이 없는 대한민국 정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현서가 마지막으로 아빠에게 전화한 곳의 기지국만 알면 수색할 수 있는 하수구의 범위가 좁아진다. 그러면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더 당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들어주지 않는다. 강두 가족의 하소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아예 없다. 그저 정신질환이나 바이러스의 영향이라고만 한다. 그렇게 믿고 싶으니까, 이미 결론은 나와 있으니까.

세월호 사고 때에도 우리는 비슷한 것을 보았다. 언론은 눈과 귀를 닫고 그저 앵무새가 되었으며 가족들의 하소연은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나오지 않았다. 팽목항에서 유가족과 함께 지내며 그들의 마음을 전한 JTBC 뉴스에 대한 신뢰도는 KBS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며 전체 언론에서는 4위를 차지했다.

목숨이 달린 일인데도 현서가 마지막으로 전화를 건 기지국이 어디인지 '아무나'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경찰의 말처럼 대부분의 국민은 알권리에서 멀어지고 있으며 속에 있는 말을 알릴 수 있는 권리도 주어지지 않고 있다.

바이러스 때문에 온 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기침으로 감기를 하고, 침을 뱉은 물이 튀자 바이러스에 감염이라도 된 양 난리가 난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발견되지 않았고, 강두의 머리에 바이러스가 있어야만 한다고 한다.

난 여기서 천안함이 생각났다. 천안함은 과연 어떻게 침몰한 것일까? 북한의 공격은 과연 있었을까? 실체가 없는 상황에서 두려움은 그 실체를 실제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다. 천안함 공격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아직도 모르는 상황에서 고귀한 생명들은 영문도 모른 채 차가운 바다에서 나오지 못했다. 두려움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있지도 않은 북한의 공격이 있었어야만 했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8년이 지나서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비슷한 상황을 어쩜 이리도 잘 예견했을까? 이러다 <설국열차>와 비슷한 상황이 우리 먼 미래에 실제로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계급에 따라 사는 곳도 먹는 것도 보는 것도 다른 그런 세상 말이다. 아니 이미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 같다.


태그:#괴물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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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알콩달콩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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