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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권이나 될 만큼 내용이 긴 대하소설이 있습니다. 소설 속에는 별별 내용이 다 들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긴 대하소설도 토막토막 나누다 보면 글자 한두 개 내지 몇몇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가 될 것입니다. 이 단어를 다시 또 나누어 가면 하나하나의 글자가 되고, 이 글자들을 다시 또 세분한다면 결국 대하소설을 이루고 있는 건 19개의 자음과 21개의 모음으로 정리될 것입니다.

아주 긴 대하소설도 결국은 19개의 자음과 21개의 모음이 이런저런 글자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글자들이 이런저런 단어를 만들며 사연이 되고, 내용이 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글 소설만 그런 게 아니라 영어소설 또한 결국은 26개의 알파벳으로 꾸려졌습니다.   

소설만 그런 건 아닙니다. 세상에는 별별 이름으로 불리는 물건들이 아주 많습니다. 자동차, 과자, 빵, 연필, 공책, 볼펜, 가방, 이러한 물건들을 이루고 있는 부품들... 우리가 늘 사용하고 있는 생활 필수 품목만 나열해도 그 가짓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습니다. 

하지만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물건들 또한 나누고 또 나누다 보면 결국에는 원소주기율표에 나오는 원자수를 넘지는 않을 겁니다. 다시 말해 이 세상에는 수천 내지 수만 종의 물질(물건)들이 존재하지만, 그것들을 이루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원소주기율표에 나오는 원자들이 이렇게 뭉치거나 결합돼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팔, 다리, 소장, 대장, 간, 허파, 머리카락, 눈물, 침, 피, 손톱, 발톱 등으로 제각각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이러한 것들 또한 몇몇 원자들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인간의 몸의 구성하고 있는 것들 <원자, 인간을 완성하다>

<원자, 인간을 완성하다> (지은이 커트 스테이저 / 옮긴이 김학영 / 펴낸곳 반니 / 2014년 11월 25일 / 각 1만 9000원)
 <원자, 인간을 완성하다> (지은이 커트 스테이저 / 옮긴이 김학영 / 펴낸곳 반니 / 2014년 11월 25일 / 각 1만 9000원)
ⓒ 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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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원자, 인간을 완성하다>에서는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 산소, 수소, 철, 탄소, 나트륨, 질소, 칼슘 그리고 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은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들이 어떻게 그 이름으로 불리게 됐는지에 대한 내력부터 우리 몸에서의 작용과 역할, 유입되는 과정까지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은 산소가 함께 있을 때 타오르는 성질을 갖고 있는데, 그래서 고대 그리스에서는 아침에 뜨는 별을 가리키며 '빛을 가져오는 자'라는 의미의 'phosphorus'라고 불렀다. 인과 인간의 복잡한 생태학적 관계 때문에 인이라는 원자는 불꽃 튀는 논쟁들, 이를테면 이 행성 지구가 얼마나 많은 인구를 지탱할 것이냐, 인간은 어느 정도의 식량을 재배해야 하느냐, 심지어 빨래를 얼마나 해야 하느냐와 같은 논쟁에서도 화약고가 되었다. -<원자, 인간을 완성하다> 251쪽

사람의 몸은 아주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산소, 수소, 철, 탄소, 나트륨, 질소, 칼슘 그리고 인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의 몸은 체중의 60%가 물이고, 물은 하나의 산소와 두 개의 수소로 이루어진 분자입니다. 결국 사람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60%는 산소와 수소가 됩니다. 따라서 산소와 수소를 이해한다는 건  우리 몸의 상당 부분을 알게 되는 바탕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몸은 10에 24승 개 정도의 원자들로 구성돼 있다고 합니다. 뼈와 피, 머리카락과 손톱, 피부와 살이 되는 각각의 원자들이 우리 몸에 어떻게 공급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책에서는 낱낱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땀과 눈물이 짠 까닭은 그것들이 마치 광천수처럼 혈관에서 새어나오는 염분을 함유한 림프액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눈물은 눈꺼풀 아래쪽에 있는 눈물샘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며, 다른 샘에서는 눈동자 표면의 증발을 막아주는 유성막을 생산한다. -<원자, 인간을 완성하다> 183쪽

우리의 원자 가운데 식물에서 오지 않는 것이 있을까? 우리 몸에서 물을 제거해보자. 미라처럼 쭈글쭈글해질 것이다. 그 다음에 탄소와 질소를 차례로 제거하면 우리 몸은 몇 줌의 재로 줄어든다. 그런데 이 몇 줌의 잔해마저도 식물 세계와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 이 재 속의 철분과 염분은 물론이고 뼛속의 칼슘과 인 원자들마저도 식물의 뿌리가 토양에서 채굴한 것이다. -<원자, 인간을 완성하다> 234쪽

원자에 대한 설명에 이어 이러한 원자들이 자연계에서 어떻게 순환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부분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지금 내가 마시고 있는 공기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내뱉은 공기일 수 도 있고, 아주 오래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전에 호흡하셨던 공기일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게 될 것입니다.

나무의 나이테 여기에는 잎들이 왕성하게 성장하는 계절에 마신 이산화탄소에서 유래한 탄소 원자들이 함유되어 있다. 당신이 만약 이 사진 속의 나무 곁에서 오랫동안 살았다면 이 나이테 어딘가에 당신의 일부였던 탄소 원자들이 박혀있을 것이다. -<원자, 인간을 완성하다> 307쪽

사람이 죽으면 뼈와 살, 손톱 발톱은 흙으로 돌아가고, 피와 땀, 눈물, 콧물은 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들숨, 날숨은 바람으로 돌아가고, 따뜻했던 체온은 불기로 돌아간다고도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이 모든 게 사실이라는 걸 책에서는 아주 논리적으로 조곤조곤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음으로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몇몇 원자(원소)들을 보다 자세하게 이해하게 되는 계기도 되겠지만, 인간 역시 돌고 도는 자연계의 일부라는 것을 자각함으로 몸으로 부닥뜨리는 삶이 조금은 더 여유롭고 아름답게 느껴지리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원자, 인간을 완성하다> (지은이 커트 스테이저 / 옮긴이 김학영 / 펴낸곳 반니 / 2014년 11월 25일 / 각 1만 9000원)



원자, 인간을 완성하다 - 인간과 지구, 우주를 창조한 작지만 위대한 원자들

커트 스테이저 지음, 김학영 옮김, 반니(2014)


태그:#원자, 인간을 완성하다, #김학영, #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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