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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쿠바 봉쇄정책의 실패를 자인하면서 쿠바와 국교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선언해 미국이 향후 북한을 비롯한 나머지 적성국에 대해 어떤 외교정책을 펼 것인가 주목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특별 성명에서 "미국의 쿠바 봉쇄는 민주적이고, 번영하며 안정적인 쿠바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음이 분명해졌다"며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양국의 국교 정상화가 큰 틀에서 미국 대외정책의 큰 변화를 의미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6년 전 대선 유세에서 '미국의 제국주의적 외교 정책의 전면 수정'을 공약했으나 취임 이후 이를 전혀 이행치 않았으며 오히려 부시 정부보다 더욱 일방적인 외교를 강행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한과의 수교 직전 단계까지 진전시켰지만,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백지화됐고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대북 정책이 클린턴 전 대통령의 그것과 유사할 것이 아니냐 하는 전망이 나왔지만 대북 강경정책이 지속됐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중단하는 등 마른 수건을 짜는 식으로 대북 압박을 강화했다.

미국의 쿠바 봉쇄 정책 해제는 두 나라가 18개월 전 지난 2009년 간첩 혐의로 체포된 미국인 앨런 그로스 석방을 위한 물밑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논의되면서 결국 관계 정상화라는 역사적인 합의를 도출해 냈다.

구체적인 논의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로마 교황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것도 밝혀졌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온 오바마 대통령이 53년 만의 관계 정상화 조치라는 최종 결단을 내린 것이 가장 주목된다.

이번 정상화 조치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봉쇄 정책은 중남미 지역과 전 세계의 파트너 국가들로부터 미국이 오히려 고립되는 결과를 낳았다"며 중남미 국가는 물론이고 유럽연합(EU)조차 쿠바와의 관계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황을 미국이 더 이상 외면하기는 힘들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층이 오바마의 전격적인 쿠바 봉쇄 조치 해제에 반발할 것을 의식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전통적으로 여야 불문하고 실리외교를 추구해왔으며 쿠바 봉쇄 해제조치가 결국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쿠바 봉쇄 조치 해제 결정을 다른 시각에서 분석한 것도 주목된다. 즉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6년간 보여 왔던 소극적 정책 추진 기조에서 벗어나 공화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민 정책, 기후 변화 협정 등을 자신의 소신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즈>는 분석했다.

<뉴욕타임즈>는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2기를 맞아 야당 등의 강력한 반대에도 자신의 공약 사항 등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남은 임기 동안 6년전 공약 사항 등을 이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결단에 비춰 미국의 대북 정책이 어떤 변화를 보일 것인가를 전망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미국이 중국, 일본 등을 포함한 동북아 정세 판단을 어떻게 하면서 대북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미국 국익에 부합할 것으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쿠바처럼 관계 정상화의 길로 갈 수도, 반대로 전 세계에서 북한만 더 고립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미국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정책을 문제 삼아 강력한 경제 제재 조치를 주도하는 등 G1 국가의 위세를 과시하면서 서방의 이해 추구에 앞장서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서도 일본의 아베 정권을 후원하는 방식 등을 통해 견제력을 강화하고 있고 일본의 대북 대화 증진에 대해 제동을 거는 방식도 취했다. 특히 대북 압박 정책을 강행하면서 한국 정부의 철저한동조는 물론 전시 작전권 전환 연기라는 성과 등을 통해 대북 공조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내에서 미국의 이른바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이 북한의 핵무기, 미사일 개발 촉발 등 부작용이 심하다며 어떤 형식이든 대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은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6년 전 대선 공약했던 '미국의 일방적인 제국주의 외교 정책을 수정한다'는 점을 실천한다면 기존의 대북 정책도 상당 정도 수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

북미는 최근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과정에서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이 방북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협상이 있었는지 여부는 밝혀진 바 없다. 당시 DNI 국장의 방북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더욱이 미국과 쿠바의 물밑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뒤늦게 확인된 것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부분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미디어라이솔에 실렸습니다.



태그:#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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