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내년 시즌 '좌완 왕국'을 꿈꾸고 있다. 올 시즌 토종 투수 최다 이닝(177.1이닝)에 빛나는 유희관이 있고, FA시장에서 84억짜리 특급 좌완 장원준을 모셔왔다. 여기에 2009년 13승을 거뒀던 이현승도 선발 복귀를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선발 투수에만 해당하는 사안이다. 불펜으로 시선을 돌리면 올 시즌 이현승을 제외한 좌완 불펜 투수의 승리는 단 2승에 불과하다(그나마 그 중 1승을 기록한 정대현은 20인 외 특별 지명을 통해 KT위즈로 이적했다).

두산은 김경문 감독(NC다이노스) 시절부터 마땅한 좌완 불펜이 없어 고전해 왔다. 특히 내년엔 홍상삼(경찰청), 이용찬(상무), 정재훈(롯데 자이언츠)이 이탈하면서 불펜진이 더욱 얇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두산은 내년 시즌 두 젊은 좌완 듀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장민익과 함덕주가 그 주인공이다.

시속 151km 장민익, 이제 키만 큰 투수가 아니다

 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순천 효천고 출신의 장민익은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전체 7순위)로 두산에 지명됐다. 크게 알려진 선수는 아니었지만 두산은 207cm에 달하는 압도적인 신체 조건에서 보이던 장민익의 가능성을 주목했다.

물론 장민익이 기대한 만큼 쑥쑥 성장한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뻣뻣한 투구폼과 마른 몸매 때문에 공에 무게가 실리지 못했고, 부상의 위험도 있었다. 결국 장민익은 2년 동안 1군에서 22.1이닝 밖에 던지지 못하고 공익 근무요원으로 입대했다.

병역 의무를 마친 장민익은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투구 폼을 교정 받고 입단 당시 90kg에 불과하던 몸무게를 20kg 이상 찌우면서 프로 무대에 어울리는 투수로 성장해 갔다. 장민익은 지난 9월 11일 노경은 대신 1군에 콜업됐지만 아시안게임 때문에 시즌이 중단되면서 10월 3일에야 시즌 첫 등판을 할 수 있었다.

올 시즌 1군에서 8경기 등판한 장민익은 5.1이닝 동안 2점을 내주며 1홀드 평균 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투구 이닝이 워낙 적어 기록을 크게 참고할 필요는 없지만, 생애 첫 홀드를 기록하는 등 나름대로 의미있는 시즌을 보냈다.

특히 빠른 공의 구속이 시속 151km까지 찍혔다는 점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그 동안 압도적인 체격에 비해 구위가 썩 좋지 못했던 장민익이 파워 피처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사실 큰 키 때문에 막연한 기대를 받아 왔지만 장민익은 아직 프로 첫 승도 챙기지 못한 흔하디 흔한 유망주일 뿐이다. 하지만 늘어난 체중과 근육량만큼 마운드에서 자신감 있게 투구한다면 내년 시즌 더 좋은 투수로 발전할 것이다.

5라운드 출신 함덕주, 2년 만에 두산 불펜의 희망으로

장민익이 막연히 가능성만 보여 왔다면 함덕주는 어느 정도의 실적도 만들어낸 두산의 실질적인 넘버원 좌완 유망주다. 명단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KT와 롯데 자이언츠의 특별 지명과 보상 선수 지명에서도 함덕주는 보호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함덕주는 신인이던 작년 시즌 두둑한 배짱을 인정받아 시즌 중반 1군 무대에 데뷔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함덕주는 3경기에서 1.1이닝 동안 5점을 내주며 무려 33.75라는 만화 같은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함덕주는 좌절하지 않고 착실히 성장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18경기 동안 2.96의 준수한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함덕주는 6월 20일 1군의 부름을 받았고, 이후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2군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추격조로 1군 생활을 시작한 함덕주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접전 상황에 투입되는 경우가 늘었다. 특히 8월 이후에는 17이닝 동안 단 5점만 내주며 평균 자책점 2.65로 호투했다. 시즌 전체 성적은 1승 2홀드 4.44. 시속 140km 중반대의 빠른 공을 뿌릴 만큼 구위도 좋다.

사실 함덕주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에 지명됐을 만큼 크게 주목 받던 신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 끝에 2년 만에 두산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장민익과 함덕주가 기대만큼 성장해 준다면 약점으로 꼽히는 두산의 불펜진은 단단하게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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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장민익 함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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