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는 DTD(Down Team is Down.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라는 말 만큼 UTU(Up team is Up. 올라갈 팀은 올라간다)라는 말도 많이 쓰인다. 전력이 강한 팀은 연패를 당한다 해도 언젠가 강팀의 위용을 되찾는다는 뜻이다.

이는 꼭 야구에서만 통용되는 말은 아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시즌 초반 3승 4무 3패의 부진을 씻고 최근 6연승을 달리며 어느덧 리그 3위로 뛰어 올랐다.

미 프로농구 NBA에서도 UTU 법칙을 따르는 팀이 있다. 시즌 초반 3승 12패의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가 최근 10경기에서 9승 1패를 기록하며 5할 승률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잠룡' 오클라호마시티 썬더가 그 주인공이다.

주전들의 줄부상, 서부 컨퍼런스의 약체로 전락한 '우승 후보'

오클라호마시티는 수 년 전부터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아성을 넘볼 수 있는 유력 후보로 꼽힌 팀이다. 실제로 지난 2011-2012 시즌에는 챔피언 결정전까지 진출했고, 2012-2013 시즌에도 서부 컨퍼런스 1번 시드를 따내며 강팀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번 시즌에는 주전 슈팅가드 타보 세폴로사(애틀랜타 호크스)가 팀을 떠났지만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의 주축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샌안토니오를 위협할 대항마로 손색 없는 전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오클라호마시티를 덮친 부상 악령은 스캇 브룩스 감독의 계획을 꺾고 말았다. 시즌 준비를 위해 농구 월드컵 출전을 고사했던 'MVP' 케빈 듀란트가 오른발 부상으로 시즌 초반 한 달 이상 결장했고 '돌피왕' 러셀 웨스트브룩도 두 경기 만에 손목을 다쳐 14경기를 빼먹었다.

이 밖에 제레미 램, 앤서니 모로우, 안드레 로버슨, 페리 존스 등 벤치 멤버들마저 줄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앞니와 어금니가 빠진 상태에서 잇몸 질환까지 걸린 상황. 오클라호마시티는 '하드십 익셉션(부상자가 많은 팀을 위한 예외 영입 조항)'을 활용해 포인트 가드 이쉬 스미스를 영입했지만 팀에 큰 도움을 주진 못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서지 이바카와 레지 잭슨, 스티븐 아담스 등 남은 선수들이 고군분투하며 버텨 왔지만 팀 전력의 알파와 오메가라 할 수 있는 듀란트와 웨스트브룩의 공백은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오클라호마시티는 시즌 초반 15경기에서 3승 12패에 그치며 서부 컨퍼런스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순위 싸움을 해야 할 강팀이 덴버 너게츠, 유타 재즈와 경쟁하는 약팀으로 전락한 것이다.

듀란트 복귀와 웨스트브룩 대폭발, UTU 법칙 시전

시즌 초반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일관하던 오클라호마시티는 11월 말과 12월 초 부상으로 결장하던 '원투 펀치' 웨스트브룩과 듀란트가 복귀하면서 활력을 되찾았다. 실제로 오클라호마시티는 두 선수가 함께 뛴 최근 7경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득점왕이자 MVP 듀란트는 복귀 후 8경기에서 평균 21.5득점, 5.4리바운드, 3.8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듀란트의 이름값에 비하면 만족할 수 없는 기록이긴 하지만 현재 듀란트는 부상 재발 방지를 위해 출전 시간을 30분 미만으로 관리 받고 있다.

시즌을 치르면서 출전 시간을 서서히 늘려 간다면 듀란트의 기록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참고로 듀란트의 통산 평균 출전 시간은 무려 38.1분이다. 결코 체력이 약한 선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최근 활약만 놓고 보면 오클라호마시티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듀란트가 아닌 웨스트브룩이다. 웨스트브룩은 14경기에 결장하고 듀란트와 마찬가지로 출전시간을 30분 미만으로 관리 받고 있음에도 시즌 평균 26.4득점, 5.8리바운드, 6.8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부상 복귀 후 9경기에서는 평균 27.8득점, 6.8리바운드, 7.2어시스트라는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림을 향한 저돌적인 돌파력은 여전하고 약점으로 꼽히던 3점슛 성공률도 35.5%까지 끌어올렸다.

듀란트와 웨스트브룩의 대활약 덕분에 오클라호마시티는 12승 13패로 뉴올리언즈 펠리컨스에 단 반 경기 뒤진 서부 컨퍼런스 9위까지 뛰어 올랐다. 상위권 팀들의 뒷머리가 근질근질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사실 오클라호마시티는 7연승 기간 동안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같은 약체를 주로 만났다. 골든 스테이트,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 샌안토니오 등을 차례로 만나는 앞으로의 5경기가 상위권을 넘보는 오클라호마시티의 첫 번째 고비가 될 전망이다. 물 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잠룡' 오클라호마시티는 다시 물 밖으로 승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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