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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지대 G밸리 개관 기념 100분 강연 '내 친구가 고민하는 바로 이 문제'를 함께 나누고자 4부 기획 기사를 시작합니다. 서울시가 지원하는 청년을 위한 24시간 무료 개방 공간입니다. G밸리의 청년들이 먹고 마시고 쉬고 배우는 공간, 더 나아가 G밸리 바깥의 청년도 아우르는 커뮤니티와 허브가 되고자 합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에는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12월 개관 기념 100분 강연 <내 친구가 고민하는 바로 이 문제>는 '청년'을 주제로 전문가를 초청해 사회의 여러 이슈들을 다룹니다. 무중력지대 G밸리 페이스북 페이지 -기자말

지난 12일 목요일 오후 7시 즈음, 무중력지대 G밸리 다목적홀이 인파로 북적였다. 무중력지대 G밸리 개관 기념 100분 강연 '내 친구가 고민하는 바로 이 문제'를 듣기 위해서다. 첫 연사는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 저서와 각종 칼럼, 강연을 통해 시대를 읽는 통찰을 보여 준 박 원장은 두 아이를 둔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청년들에게 들려주고, 또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로 교육 문제를 꺼냈다. 교육 문제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건드리든 주목을 끌 수밖에 없는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그러나 사실 청년들, 특히 사회 초년생 청년에게 크게 와닿는 주제는 아니다. 그들에게 교육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이거나 오지 않은 미래의 걱정거리이다. 교육 문제를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청년이 이야기해야 하는 것일까.

박경철 원장과 집중하는 청중들
▲ 박경철 무중력지대 G밸리 강연 박경철 원장과 집중하는 청중들
ⓒ 이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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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 대물림'의 수단이 된 교육

"한국 사회가 계급 사회가 된 지 꽤 되었다."

박 원장은 한국 사회를 중세 봉건 사회에 비교했다. 자녀 세대에 가서도 계급을 유지하려는 욕망, 계급 세습의 욕망이 한국 사회의 '영주'와 '귀족'들에게 있고 실제로 그 욕망이 실현되고 있다는 것. 그 세습의 방식은 그저 자본을 물려주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본만으로는 지배의 질서를 공고히 할 수 없다.

계급 고착 시스템의 가장 훌륭한 엔진은 바로 교육 제도다. 박 원장은 여기에서 한국 교육 제도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기여입학제가 대단히 불공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차라리 대놓고 기여입학제를 도입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돈을 많이 낼 수 있다는 이유로 대학에 입학할 자격을 받게 되는 제도가 "차라리 나을" 만큼, 한국 사회의 교육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최근의 '물수능 사태' 보도도 이를 반영하는 행태였다고 말한다. '변별력'이 없는 수능이라고 온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며 비판했지만, 그 변별력 문제라는 것이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일이었냐는 이야기다. 1%의 상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문제 제기가 그토록 언론을 휩쓸고, 공분을 사고, 대통령의 입마저 열게 했다.

수능을 절반도 맞추지 못한 70%의 아이들은 언제나처럼 완전히 잊혀졌다. 계급 재생산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교육은 더 이상 '모두의 교육'이 될 수 없다. 주목받는 것은 1%의 자리와, 그곳에 오르는 사다리이다. 그리고 그 사다리는, 한국 사회의 '영주' 2세, '귀족' 2세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동안 그들 부모의 의도에 맞춰 좁고 가팔라진다.

가장 큰 문제는 수학 교육이다

한국 교과 과정에 속한 여러 과목 중 가장 '효과적으로' 기능하는 것이 바로 수학이라는 것이 박 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나머지 과목들은 간신히 기어오를 수 있는 사다리다. 하지만 수학은 혼자서는 못 오르는 사다리"라며, "현재 한국 사회에서 수학은 과정 자체가 선행학습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선행학습은 곧 사교육과 동의어이다. 따라서 사교육에 필요한 자원을 투여할 여유가 없는 환경의 아이는, 즉 부모가 고소득자가 아닌 아이는 수학 학습을 수행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중학교에 입학한 같은 반 아이들 중 어떤 아이는 중학 과정 선행학습을 받은 상태이고, 어떤 아이는 이미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어떤 아이는 아무런 선행학습 과정을 밟지 않았다. 선행학습을 받은 아이들은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학습에 투자받는다.

우리 교육과정은 이 출발선의 차이를 메워주지 못한다. 결과가 그것을 말해 주고 있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 했던 아이가 대개 고등학생이 되어서까지 공부를 잘 하고, 소위 명문대라 불리는 대학에 들어가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보다 많은 기회를 갖게 된다.

실제로 국가장학금 신청자 소득분위 분포현황을 살펴보았을 때 서울권의 좋은 대학이라고 불리는 학교의 학생들 절반 이상이 가계 소득 상위 20% 안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 입학 때부터, 어쩌면 초등학교 과정에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위계가 아이들에게 부여된 것이다.

박 원장은 이 위계를 성토한 후 다시 한 번 수학 교육의 현실에 대해 강조했다. 지금 우리가 수학 교육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 그는 지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교실에 가서 수학 좋아하는 사람 손 들어 보라고 하면 10명 중에 일곱에서 여덟 명이 손을 든단다. 중학교 교실에서 똑같은 질문을 던지면 손 드는 아이는 두셋으로 준다. 고등학교 교실에 가서 얘기를 꺼내면 여기저기서 욕소리만 들리고 만다는 거였다.

우스개로 들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그는 여기서 현 수학 교육의 심각성을 읽었다. 정규 교육을 거치며 아이들이 수학을 도피하고 싶은 대상으로만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그럴수록 수학 교과의 '못 오르는 사다리' 특성은 점점 강화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괴로워한다. 무엇보다 그는 이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초등학생 때부터 열패감을 느끼고, 도피하게 만들고, 무너지게 만들고. 수학은 그런 대상이 되어 버렸다.

중요한 것은 실태를 알고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박경철 원장은 현 공교육 체제 하의 수학 교육 방식이 잘못이라고 역설했다. 우선 예전보다 난이도는 훨씬 심화되었는데 가르치는 방식은 그대로라는 것이 문제다. 또 우리의 수학 교육 방식은 개념을 이해하고 즐기게 하는 대신, 무조건 외우고 단기간에 답을 구하게 한다.

이러니 수학은 고통스러운 공부가 되고 사교육이 나서서 유형 암기법을 효율적으로 가르치려 든다는 것이다. 답은 하나다. 새로운 수학 교육 방식이 필요하다. 박 원장은 직접 나서서 지인과 함께 수학 교육 방식을 개혁하는 운동을 시동중이라고 밝혔다. 뜻을 함께하는 청년들의 도움도 보태질 예정이다.

경청하는 청중들의 모습
▲ 박경철 무중력지대 G밸리 강연 경청하는 청중들의 모습
ⓒ 이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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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우리 청년들이 지금 교육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 문제는 '나'와 '(미래의) 내 아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을 구성하는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는 더 나은 사회에서 살기를 바라는 청년이라면 더 좋은 교육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박 원장의 이 말이 답이 되었다.

"선배의 의무는 내가 겪었던 불행을 후배에게 물려주지 않는 것이다."

지금의 청년세대 역시 교육 제도 안에서 고통을 겪었고 이제 막 벗어난 참이다. 돌아보는 것이 괴롭고 힘들 수 있다. 그럼에도 작게나마 실천하자고, 행동하자고 박 원장은 거듭 말했다.

"단숨에 다 고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함께 해결로 나아가는 물꼬를 트자."

시골의사 박경철이 청년에게 전하는, '조언'이 아닌 '제안'이다.

 <내 친구가 고민하는 바로 이 문제> 강연 순서
① 내 친구가 고민하는 교육문제 - 시골의사 박경철
② 내 친구가 고민하는 패션산업 - 청년창업가 다니엘 정
③ 내 친구가 고민하는 IT노동 - IT 협동조합 선구자 오철
④ 내 친구가 고민하는 진짜인생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홍기빈

덧붙이는 글 |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http://cafe.naver.com/welfare2013/2911



태그:#박경철, #교육, #수학교육, #무중력지대G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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