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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의 애기봉 점등을 앞두고 휴전선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서부전선 최전방에 있는 김포시 애기봉에 9m 높이의 성탄절 등탑을 세우고 점등행사를 하겠다고 밝히자 12월 4일, 북측 조선종교인협회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용납못할 망동"이라고 비난하며 "점등식으로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서는 한기총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애기봉 주변의 경계태세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10월 10일, 탈북단체의 대북전단을 막지 않아 휴전선에서 총성이 울린 것이 얼마 전인데, 이제 또 다시 경기도 파주에서 점등식으로 군사적 긴장을 촉발하는 저의는 무엇일까?

애기봉 등탑 점등의 몸통은 미국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추진하는 애기봉 등탑 점등식은 미국의 대북군사적 압박과 공격적인 저강도정책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애기봉 등탑 점등행사는 연례행사가 아니다. 2004년부터 6년간 남북합의에 따라 점등행사는 폐기되었고, 2011년에는 파주시의 요청에 의해, 2013년에는 국방부의 판단에 따라 허가되지 않았다. 지난 10월 30일에는 시설낙후로 탑이 철거되기까지 하였다. 그랬던 애기봉 등탑이, 2014년에 왜 점등되려고 하는 것인가?

미국의 공격적 대북접근법이 해석의 실마리를 준다. 지금 주한미대사로 부임한 마크 리퍼트는 지난 6월 17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의 위협에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기술에 대한 지속적 추구와 전 세계적 확산 활동, 끔찍한 인권위반 행위들이 포함된다"며 북한 인권을 핵개발과 핵확산에 맞먹는 심각한 문제로 강조하였다. 이와 동시에 리퍼트는 청문회에서 "주한미군 2만8500명이 필요할 경우 오늘 밤이라도 싸울 수 있도록 준비태세를 갖추게 만들 것"이라며 북핵문제와 인권문제를 군사적 압박태세에 기초해 제기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마크 리퍼트 대사는 캐슬린 스티븐슨, 성 김 등 이른바 한국과 깊은 연계를 내세우던 전직 주한미대사와 달리 해군 정보장교출신으로 군사정보 쪽의 인물이다. 이 자가 한국에 부임하면서 미국의 대북압박이 적극화되어가고 있다. 진보당해산선고, 통일콘서트 폭탄테러 등 보수세력의 사회현안 대응도 공격적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인가?

대북압박을 적극화하는 과정에서 대북인권공세와 군사적 충돌이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이 주목된다. 바로 휴전선 일대에서 벌어지는 북한인권 공세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10일, 탈북단체들은 대북전단살포를 기어이 강행해 북한의 전단사격을 낳았으며 이제 12월 23일에는 보수기독교 단체들이 애기봉 등탑 점등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12월 12일에도, 리퍼트 대사는 정홍원 국무총리의 접견을 받은 자리에서 "미국은 북한문제에 있어 외교적 노력과 경제적 제재, 군사적 억지의 3개 요소를 중심으로 한미 공조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며 "최근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한미협력도 고무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오바마행정부는 주한미군과 국군을 비상대기시킨 상황에서, 애기봉 등탑을 점등해 북한이 군사적으로 반발하면 "남침"으로 규정하며 전면전에 돌입하고, 북한이 군사적으로 반발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유사한 심리전으로 북한체제를 흔들어 보겠다는 의도 아닌가? 미국은 휴전선의 군사적 긴장을 이렇게 고조시키면 동북아의 군사패권도 유지할 수 있고, 한국정부에 막대한 군사무기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계산할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호통친 애기봉 등탑 철거

미국이 제맘대로 공격적인 대북접근을 단행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공격적인 대북접근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애기봉 등탑은 너무 노후하고 오래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었다. 국방부는 각급 부대의 대형 시설물 안전진단 결과 애기봉 철탑이 지반이 약한데다 철골이 오래돼 쓰러질 위험이 있는 D등급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철탑 붕괴시 일반 관광객의 안전을 해칠 위험이 제기되어 2014년 10월 15일, 등탑은 철거되었다. 국방부는 이 자리에 296억원을 들여 2018년까지 54m 높이의 전망타워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10월 30일, 청와대에서 사단이 났다.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애기봉 철탑이 철거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비공개회담에서 호통을 쳤다고 한다. 안전문제로 등탑을 철거한 후 4년 뒤 더욱 커다란 전망타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대통령을 설득할 수 없었던 듯 하고, 결국 한기총은 애기봉에 9m 정도 높이의 임시 크리스마스 트리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애당초 대통령이 아무런 입장 표명없이 넘어갔다면, 애기봉 일대는 지금쯤 대형 터파기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공사판 한 가운데에 등탑을 세우고 북한을 비춘다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워지겠는가. 결국 대통령의 호통에 애기봉 등탑은 보수기독교 단체가 앞장서 대북심리전의 최전선에 다시 등장하게 되었다.

애기봉 등탑 점등, 무엇이 위험한가

지금 추진되는 애기봉 등탑 점등은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을 몰고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은 지난 11월 18일, 유엔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를 채택한 사실을 놓고 강력히 반발하였다. 당시 북한 최명남 외무성 부국장은 "'결의안'에 포함된 '조사위원회'의 '보고서' 라는 것은 우리 나라에서 죄를 짓고 부모형제까지 버리고 도망간 '탈북자'들, 그것도 전체도 아니고 숫자도 밝히지 못할 정도로 극소수의 조작된 '증언'에 기초한 것으로서 유엔의 공식문건으로 인정될만한 초보적인 자격도, 신뢰성도 갖추지 못한 정치적 불순물, 모순투성이 문서"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11월 23일,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북한인권결의'를 전면 배격하면서 "초강경대응전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방위원회는 "이 땅에 침략의 포성이 울부짖고 핵전쟁이 터지는 경우 과연 틀고 앉아있는 청와대가 안전하리라고 생각하는가"라며 핵전쟁을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2010년 11월 23일의 연평도 포격전과 지난 10월 10일의 휴전선에서 있었던 대북전단 사격은 북한이 언제든 실제 공격을 단행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군사전문가들은 혹한기인 12월에 전쟁을 결심하는 것은 물자보급이 힘들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하지만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오늘날의 핵전쟁은 전쟁이 기껏해야 1주일을 넘을 수 없다. 국방백서는 북한 미사일 2000기 중 1000여기가 대한민국을 조준한다고 하였다. 12월 혹한기에 전쟁이 발발한다면 북한은 그 2000여기의 미사일을 단 하루 이틀 사이에 모조리 주한미군과 국군부대에 쏟아부을 지도 모른다.

이미 기독교 일부 인사들은 12월 전쟁설을 설파하고 다니며 민심을 어지럽혔다. 지난 12월 15일, 외교안보통일 국책연구기관 공동학술회의에서 외교부와 통일부 당국자들은 올해 연말과 내년 초에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지는 전쟁설 끝에 한기총이 12월 23일, 기어이 애기봉 등탑 점등을 강행한다고 한다. 전쟁 일보직전의 위험천만한 정국에서 애기봉 등탑은 즉각 중지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위 원고는 <우리사회연구소>에 함께 실린 글입니다.



태그:#애기봉, #성탄절, #박근혜, #전쟁, #휴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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